모내기 논은 시들고 말라…조만간 큰비 안오면 모내기 못해
양파·마늘 수확, 뽑히지 않아 인력난 가중
행정 뒤늦은 동분서주 대책에도 가뭄 해소 한계

[무안신문=서상용 기자] “오늘 내일 사이로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벼농사를 포기해야 하고, 심어 놓은 벼들도 모두 타들어 가 미칠 지경입니다.”

▲ 운남 구일간척지 메마른 논

농민들은 요즘 매일매일 일기예보를 체크하고 하늘만 쳐다본다. 하지만 하늘은 폭염주의보가 내려 질 만큼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만 쏟아내 한낮에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다. 하천과 저수지도 말라버렸다. 간척지 논 중 일부 물기를 머금은 논은 쩍쩍 갈라져 금이 가고 있고, 모내기를 못한 논들은 흙먼지가 날릴 뿐이다. 그래도 집에 있을 수 없어 들녘에 나가보지만 먼지가 풀풀 날리는 논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무심한 하늘만 원망하며 올 농사를 짓게 해달라며 가슴만 새카맣게 태우는 게 요즘 농민들이다.

농민들에게 땅을 놀린다는 것은 죄를 짓는 기분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빈 논으로 나두지 않으려고 하지만 하늘의 비가 내리지 않는 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모내기철을 맞아 전국 곳곳이 가뭄을 겪고 있고, 전남도도 무안 등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가뭄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 물을 뿌린 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뽑아 보지만 마늘 대가리가 뚝 떨어져 버린다.

무안지역은 6월1일 현재 무안·삼향·청계·해제·운남 5개 면에 10개 우심지역 면적이 1,498ha에 이른다. 이 중 928ha에 모내기가 됐고 570ha는 모내기조차 못하고 있다. 운남 구일간척지 미이앙 면적이 가장 많은데 453ha 중 절반이 넘는 236ha이다. 이앙을 한 928ha 중에서 정상적으로 모가 자라는 곳은 575.5ha이고 물이 마른 곳이 166.5ha, 잎이 시드는 위조(萎凋)현상이 나타난 곳이 146.6ha, 고사한 곳이 39.4ha에 이르며 고사 면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간척지 피해는 가뭄이 지속되면 확산이 불가피 하다. 간척지 논들은 물 순환이 안 되면 농업용수로 쓰는 물 염도가 상승해 벼 생육 한계치를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가뭄이 지속되면 올해 농사는 사실상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이미 모내기를 끝낸 논도 문제는 심각하다. 모내기를 마치면 지속적으로 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논바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당장 물을 대지 못할 경우 어린모가 말라 죽는다.

▲ 물 한방울 없는 무안읍 신학리 학동저수지

그렇다고 관내 농업용수로 쓰는 저수지 물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이미 저수율이 작은 상당수는 바닥을 드러내 쩍쩍 갈라질 정도로 메말랐다. 따라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큰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 오려면 호수 가격이 만만찮고, 그 지역 농가들의 반대로 물을 실제 끌어 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일부 농민들은 최후 방법으로 사비를 들여 시추기를 이용해 지하수를 파보지만 시원하게 물이 터지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더더욱 문제는 현재 모내기를 못한 논들이다. 6월 중순이 넘어가면 벼를 심어도 수확할 수 없는 실정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당장은 하늘만이 해결할 수 있어 손을 놓고 있다.

김모씨(운남)는 “지금이 1년 농사를 좌우하는데 간척지 임대 논 올해 벼농사는 글렀다”고 말했다.

▲ 물 뿌려가며 마늘 수확

농가들은 “이번 가뭄은 인재다.”고 말한다. “농사꾼에게 한해 농사가 전부인데 일회적 가뭄 대책 등으로 일관해 온 행정의 대책이 너무 미흡했다”면서 “가뭄에 대한 항구적 대책은 물론 기 설치된 관정 실태조사 및 유사시를 대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확기에 접어든 마늘·양파를 비롯한 밭작물도 가뭄피해는 커져가고 있다.

마늘, 양파, 고추 등 밭에서 잎마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가들은 마늘잎이 마르자 서둘러 수확에 들어갔고, 아직 수확이 이른 양파밭은 스프링쿨러 등을 이용해 물을 뿌려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밭에 콩도 심어야하는데 가물어 심지 못하는 형편이다.

▲ 깡 마른 양파밭

무안군은 급한 지역에 중형관정을 뚫을 계획이다. 하지만 관정을 뚫으면 전기가 공급돼야 하기에 이도 시간이 소요돼 시급을 다투는 농가들을 고려하면 후속조치도 서둘러야 한다.

▲ 망운면 피서리 말라버린 고구마 모종

▲ 가뭄에 밑이 들지 않은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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