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없으면 농사 못 짓는 현실”
무안, 양파·마늘수확철(5∼6월) 하루 3천여명 인력 유입…2천여명은 외국인

● 고령화 심각, 기계화 더디고, 인접지역과 농산물 수확 겹쳐 인력난 가중
● 외국인고용 대부분 불법이지만 농촌 현실 감안하면 어쩔수 없어

[무안신문] 무안군의 최대 특산물인 양파는 무안에서 1932년 최초 재배돼 올해로 85년의 역사가 됐다. 그 동안 무안양파는 전국 최대의 주산단지와 최고 품질 명성을 얻으면서 농가들의 경제기반을 닦는데 일조해 오면서 지금까지 전국 재배면적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안군은 양파산업이 무너지면 농가소득에 영향을 미치고 산업기반마저 무너져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한때 전국 재배면적 26%대 이상이었던 무안양파는 2015년 18.62%까지 떨어졌다. 이는 무안지역 양파 재배면적이 감소했다기 보다는 양파재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전국대비 재배면적 자동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갈수록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심화는 무안에서 더 이상 양파가 소득작물로서의 경쟁력을 잃어 가게하고 있다는 점이다. 5∼6월 무안 양파·마늘 수확밭은 태국 등 동남아 사람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인들까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양파 상인들에 따르면 무안에는 양파·마늘 수확기가 되면 하루 3천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이중 1천여명은 인근 지자체나 자체 인력이고, 2천여명은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양파 수확철(5월∼6월)이 왔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인력난은 올해도 깊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농업인력확보 없이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미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먹거리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농촌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농어업인력지윈센터 등 실효적인 정부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본지는 2회에 거쳐 매년 겪고 있는 인력난에 대해 취재 게재한다. (편집자주)

◆ 전남 농업인력 연간 8만2000명 부족

전남도의 연간 농업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력확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농업분야 외부 고용인력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1970년 1442만2000명에서 지난해 말 256만9000명으로 40여년만에 5분 1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농업인구가 감소하면서 인력확보가 어려워 연간 30만6965명을 지역내에서 일손을 구하지 못하고 타지역에서 인력을 채용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현실이 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연간 8만2000명의 일손 부족으로 가장 심각했다. 이어 경북(6만9325명), 제주(4만700명) 경남(3만3530명), 강원(3만630명), 충북(2만5742명) ,전북(1만3523명), 경기(9495명), 충남(2020명)순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벼 수확 후 양파와 마늘 등 밭작물 재배에 들어가는 전남의 지역적 특성상 10월과 11월 일손부족이 집중됐다.

농촌 일손 부족을 채울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귀농 인구를 늘리는 것이지만 이 또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 농업 종사자 ‘초고령화’ 65세 이상 40%

농가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농·임·어가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동시에 초고령화 현상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게 원인이다.

통계청이 지난 4월 14일 발표한 ‘2016년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보면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0.3%로 전년 38.4%보다 1.9%포인트 늘었다. 1949년 농업조사를 한 이래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다른 산업도 초고령화 심화는 마찬가지이다. 작년 고령 인구의 비율은 어가 32.5%, 임가 37.3%로 각각 전년보다 2.1%포인트, 2.8%포인트 늘었다.

고령화는 결국 농업포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작년 12월 1일 기준 한국의 농가는 106만 8천가구, 어가는 5만3천가구(내수면 제외), 임가는 8만7천가구였다. 이는 각각 전년보다 1.9%, 2.9%, 3.9% 감소했다.

농·임·어가의 가구 인원은 2인 가구가 주류다. 농가의 53.5%, 어가의 54.9%, 임가의 58.0%가 2인 가구였다.

◆ 5∼6월이면 ‘인력난’ 반복

무안은 5∼6월이면 마늘·양파수확과 모내기 등 영농시기가 겹치면서 농가와 인부간 갑을 관계가 바뀌고 수요공급의 원칙이 무너진다. 4월말부터 조생종 양파수확을 시작으로 5월 중순부터는 양파 중만생종 수확과 마늘 수확 그리고 모내기, 깨, 콩, 고추심기 등 줄줄이 잡혀 있어 웃돈을 주고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은 최고조에 달한다. 더구나 이 기간에는 인근 함평, 신안, 해남지역의 양파·마늘 수확, 멀리는 고창 복분자 수확시기와도 겹친다.

5월과 6월 무안지역은 하루 3천여명의 인력이 매입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 승달문화예술회관 인근 인력시장으로 몰렸으나 지금은 관광차로 이동, 직접 현장(밭)으로 가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3천여명의 인력 중 2천여명이 외국인이고, 인근 목포·함평을 비롯해 해남, 고창, 전북 지역 외지 인력들이 어림잡아 하루 1,000여명이 몰려들고 있다. 때문에 무안은 양파·마늘 농사만도 식재시기(10∼11월)와 수확시기(4월∼6월)에 소요되는 영농 인력이 연 인원 2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10만여명이 외지 인부로 충당된다. 1일 1인당 평균 일당을 8만원으로 가정하면 80억원의 인건비가 외지인에게 지급되는 셈이다. 양파·마늘 재배시기와 겹치는 콩, 깨, 고추 정식 등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별개이다.

문제는 농약대·비료대·각종 농업기자재 값은 매년 상승하고 천정부지 인건비 때문에 농가는 “인부들 속살만 찌우는 농사를 짓는다”는 푸념이 들판 가득하다.

◆ 무안지역 인건비 타 지역 2.5배

무안군 양파재배 면적은 전국 1위, 마늘은 전국 11대 주산지다.

농민들에 따르면 조생양파 수확이 시작되는 4월말부터는 인건비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4월에 8∼9만원으로 시작하는 인건비가 5월부터 6월초까지 10∼13만원, 6월 중순부터 장마를 앞두고는 13만원을 넘어선다. 특히, 수확막바지 무안승달문화예술회관 주변 인력시장 여성 망잡이(양파담기) 인건비는 15만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 인건비가 최고 20만원까지 폭등해 농민들만 골탕을 먹는 실정이다.

반면 2015년 5월 초 나주 문평지역은 양파수확 인건비가 6만 원, 양파와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은 7만 원, 복분자를 수확하는 전북 고창도 7만 원 선이었다. 무안지역 인건비가 이들 지역에 비해 2.5배 가까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인부들 작업 전문성이 뛰어나는 것도 아니다. 인력시장이나 인력소개소에서 지원받은 인부 80%는 광주·목포 등 도시에서 긴급 수급되고, 70대 이상 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지지만 인건비는 매년 오르는 실정이다.

◆ 무안 인력시장 3가지 유형

농번기 철 무안의 인력시장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인력알선업소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인력시장(불무공원 인근), 무허가업소(관광버스) 등이다.

인력알선업소는 비교적 낮은 인건비로 안정적인 인력 공급이 가능하지만 무허가업자, 인력시장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경영난이 초래돼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무허가 알선업자는 주로 관광버스를 이용해 광주 등 인근도시에서 단체로 인력을 수급한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곳이 자생적으로 발생한 인력시장이다. 매일 새벽 4~6시 사이 승달문화예술회관 주변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개장, 하루 평균 500여명의 노동력이 밀려든다. 완전 자율경쟁시장 형태인 인력시장에 나오면 인건비를 직접 흥정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부들이 이곳을 선호하고 농가들도 숙련된 인부가 많아 인력시장을 즐겨 찾는다.

문제는 이곳 인력시장의 경우 숙련된 인부들이 일당을 더 받기 위해 웬만한 돈엔 꿈쩍하지 않아 급한 농민들은 웃돈을 줘가며 구하다 보니 인건비가 뛰기 일쑤다. 이곳에서 형성된 인건비는 인력알선업소와 무허가업소의 인건비 책정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상승세로 작용한다.

◆ 농번기 대민 봉사·일자리지원센터 한계

인력난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현재로선 없다. 행정은 대책 일환으로 매년 5월20일부터 6월20일 한달간 농촌일손돕기 기간으로 정해 민·관·군이 동원된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구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무안군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지난 2007년 인력직거래사업을 추진해 봤지만 인력시장의 인건비를 따라갈 수 없어 무산됐다. 또한, 2014년 10월부터 운영한 무안군 황토랑일자리지원센터 운영도 기대만큼 영농인력 공급과 인건비 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올해부터는 이도 운영하지 않는다. 이유는 시중 인건비보다 싼 5~7만원을 제시하고 있어 기피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도·시군·농협중앙회·지역농협의 협력사업으로 무안농협(조합장 김미남)이 영농철 인력난 해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영농비용 절감을 위해 사업비 7천만원을 들여 4월 중순부터 무안농협 현경지점에 농촌인력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전담인력 인건비, 센터 홍보비, 작업자 안전 및 최초 작업자 현장실습 교육비, 원거리 작업자 교통·숙박비 등 운영비를 지원한다.

농촌인력지원센터는 인력이 필요한 농업인과 구직자의 희망 작업 유형·기간, 임금수준 등을 신청받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일손이 필요한 농업인에게 적기에 적정한 인력을 공급하고 구직자에게는 일자리를 안내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인력난 해결에 커다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농촌인력지원사업은 농협에서 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연결해주는 사업으로 별도의 중개수수료가 없고 일자리 참여자에게 농작업상해보험을 무료로 가입해 준다.

인력은 관내 주민들로 우선 확보해 독거노인, 고령농, 여성농, 장애농가, 소규모 농가 등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농가를 대상으로 우선 지원한다. 농촌지역에서 일자리 참여를 희망하거나 일손이 필요한 농가는 무안농협 농촌인력지원센터(☏455-2666)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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