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여행도 다리가 떨릴 때 보다는 가슴이 떨릴 때 다녀라’는 말이 있다.

몇년 전부터 말줄임과 신생어가 급속히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는 실시간으로 신생어들이 생겨날 만큼 생뚱맞는 말도 많고 이해하고 보면 동감하는 신생어들도 많다.

신생어는 시대 반영이 두드러진다. 2017년 신조어를 보면 순실증(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든든한 배경을 빗댄 말), 티슈인턴(정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티슈처럼 사용되고 버려진다는 인턴), 리터루족(결혼했으나 전세난 등으로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 1코노미(1인과 경제를 뜻하는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 관태기(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권태기, 심적고통을 겪는 20대 시기를 뜻함),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 등등이다.

이밖에도 자음을만을 곧잘 이용하는 학생들의 경우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사람) 등 함축적 단어를 비롯해 매일 스마트폰을 잡고 놓지 못하는 ‘엄지족’ 이란 신생어도 있다.

최근에는 ‘욜로(YOLO)족’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살자’는 신조어로 2011년 미국의 인기 래퍼 트레이크가 발표한 노래 가사 중 ‘단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즐겨라’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욜로족은 자기만족을 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곧 현재의 자기만족의 가치를 지향한다.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이들에게 불투명한 내일이나 미래 따위는 중요치 않다.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면서 힘겹게 사는 대신 지금의 자기만족을 추구하며 하루하루 충실한 ‘현재 지향적’인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모아둔 목돈으로 전셋집을 얻는 대신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 투자도 서슴치 않는다. 한푼 두푼 모아 값비싼 물건을 수집하기도 한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여행이나 취미 등을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글이 쏟아 질 만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다.

이들 시대상을 반영하듯 최근 전남도가 남도의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봄 여행주간(4월29일∼5월14일) 대표프로그램 여행상품도 눈길을 끈다. 남도의 아름다운 섬, 강, 산 등 자연풍광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한 대표 프로그램 이름이 ‘YOLO 욜로 오시오’다.

이런 욜로족에 대해 미래를 위해 고난을 감내하며 꿋꿋이 살았던 기성세대에겐 이해가 안 가고 낯설기만 하다. 취지는 공감하나 대책 없이 노는 무책임 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충동구매와 구별된다. 그래서 욜로족을 두고 ‘도전적 삶’이라는 시각과 ‘현실도피’라는 이견도 갈린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 인’이 20~30대 성인남녀 830명을 대상으로 ‘욜로족’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이러한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유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고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어서’가 뒤를 이었다.

반면 욜로 문화 확산 원인에 대해서는 ‘경제 불황’이 1위, 개인주의 가치관 확산, 비혼자 증가, 청년실업 증가, 가족의 의미 변화 등이 뒤따랐다.

이를 보면 욜로족 등장은 우리 사회 경제 불황의 단면이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등바등해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약 12년이 걸린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들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취직도 못 하는데 내 집 마련과 결혼, 출산은 말조차 꺼내기 미안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청년들이 무슨 희망을 얘기 할수 있을까. 어쩜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해 벼랑 끝에 몰린 청춘들의 유일한 선택지가 지금의 행복일지 모른다.

하지만, 욜로족은 추구하는 삶의 목적과 가치관이 있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다. 단순히 욕망을 채우거나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삶의 이상향을 실천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하루하루 충실하다 보면 내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때문에 이들 신조어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언어의 역사성으로 봐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언어 의미의 변화·축소·생성·소멸 때문이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 현재의 행복과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은 높다고 한다.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청년들에게 확산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태를 견인하고 있다.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사회라면 미래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그렇지 못하다. 노력을 통해 정당한 사회적 보상이 이뤄지고, 미래가 예측 가능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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