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1995년 6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돼 올해로 22년이 됐다. 하지만, 군민이 참여하고 주인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요원하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단체장은 내·외부의 적절한 통제장치 없이 각종 인·허가를 비롯해 인사권을 휘두른다. 지방의회는 ‘거수기’노릇에 머물고 있거나 여전히 주민 대표로서의 기능에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그 동안 지자체들은 부패척결을 통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행정의 혁신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금도 무늬만 지방자치이며 연착륙엔 거리가 멀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선거로 선출되면서 개혁은 사람이 안바뀐 선거용 개혁으로 정치인들의 단골공약 일 뿐이었다. 특히, 지방자치가 답보를 거듭하는 이유는 주민참여가 미흡한 가운데 내·외부의 적절한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 4일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김철주 군수를 보고 군민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그 동안 지역에서는 ‘공사는 형이 인사는 동생이 한다’는 설이 난무했다. 결국 지난 1월31일 형이 구속됐고, 현직 군수마저 구속돼 ‘무안군 망신이다’고들 말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축소판이라고 비아냥도 없지 않다.

결국 이렇게 되면서 피해는 군민의 몫이 됐다. 촌각을 다투는 지자체간 경쟁 시대에서 군수가 구속돼 자칫 추진 사업들이 방향을 잃는다면 그만큼 무안군의 미래 비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당장 호남고속철의 무안공항 경유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대선을 앞두고 지역 국책 공약사업도 발굴 반영해야 하는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설상가상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군수도, 모 도의원도 현재 법의 심판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어 이들의 활동 영역도 자유롭지 못한다는 점도 지역발전의 악재다.

이렇게 된데는 군민들의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 인물 선택보다는 패거리 정치와 금권선거를 묵인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단체장이나 정치인은 편 가르기 정치로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무조건 정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지방자치가 해를 거듭될수록 곪아 왔다. 이번 군수가 구속에 이른데도 저변에는 지역내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되지 않았다고 할 수가 없다. 물론 리더의 적폐는 도려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적폐보다 정적 대상을 도려내는 것이 우선 됐다면 앞으로가 더 문제이기에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요즘도 우리지역의 리더층은 ‘누구는 후보로 적합하지만 돈이 없어 안돼’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다. 돈이 선거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은 돈이 있고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 군수 구속을 두고 전남 시군단체장 중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구속됐다며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말하곤 한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리더는 스스로 엄격한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권위 역시 솔선수범에서 나온다. 그래서 누구나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만 아무나 리더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리더자는 준비된 기다림을 통해 갖추어질 수 있다. 원칙을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주변의 충언을 듣지 않고 주변인에 눈과 귀가 가리는 리더자는 생명이 짧다.

최근 무안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김영수 교수의 ‘사기(史記)를 읽다. 쓰다’ 강의를 듣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莊王)의 리더십 국지삼보(國之三寶)가 생각난다. 장왕은 지도자의 사람됨과 인재를 가려 쓰고 충언을 들을 줄 아는 사람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장왕은 첫째, 국가를 유지하는 법령, 둘째, 그 법령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충신, 셋째, 그 충신을 보호하고 중용하는 정책 등 이 세 가지를 탁월한 리더십으로 삼았다. 곧 원칙을 중시하는 것이 ‘장왕의 삼보’이고, 그의 탁월한 리더십 역시 삼보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장왕이 급한 일로 태자를 궁으로 불렀다. 태자는 비도 내리고 급하다 보니 궁문에서 마차를 멈추지 않고 궁 안으로 들이쳤다. 이때 형법을 관장하는 관리가 태자의 마차를 가로막았다. 마차를 타고 들어서서는 안 되는 문으로 태자의 마차가 무단으로 넘었기 때문이다. 태자는 자신이 장왕의 장남이고 왕이 급하게 불러 어쩔수 없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관리는 들은 채도 않고 법을 어긴 태자의 마부를 끌어내어 목을 베고 마차의 끌채도 잘라 버렸다.

궁으로 들어 온 태자는 장왕을 만나 그 관리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장왕은 법령은 국가의 정권을 존엄하게 만드는 도구다. 법을 지켜 국가 정권과 조상의 강산을 보호하는 사람은 나라의 충신이다. 법령을 무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 위에 놓는 사람은 국가의 가장 큰 적이자 군주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근심거리다고 말한다.

이어 법이 흔들리면 정권도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그 관리는 장차 왕위를 이을 태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도 않고 법을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덕과 능력을 갖춘 충신이다. 이런 신하가 있다는 것은 초나라의 복이라고 말해 태자를 일깨워 주었다.

신하를 아끼면서 경청하고 주변국에 대해 세력을 과시하면서도 명분을 잃지 않은 장왕의 리더십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소위 리더라고 하는 분들의 법의식이 희박하다. 권력과 돈으로 법을 우롱하고 있다. 때문에 권력의 주변인물들이 불법으로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정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리더자가 되려는 사람은 장왕의 국지삼보(國之三寶)를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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