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선거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다른 사회현상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때에는 밴드왜건(bandwagon)효과와 언더독(underdog)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밴드왜건은 유행에 따라 물건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이다. 곡예단이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에서 유래했다.

한 때 모 회사의 달콤한 감자칩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어 품귀현상을 빚은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맛을 보지도 않고 박스째로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감자칩을 먹어보지도 않고 산 이유는 다수의 대중이 그 감자칩을 원하니까 그 맛에 대해 신뢰하는 까닭도 있었을 것이고, 유행에 편승하려는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감자칩의 맛은 평범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느껴져서 계속 수요자가 늘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선택에서도 밴드왜건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선호하는 후보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수가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 이는 다수가 지지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당선될 만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선거과정에서는 밴드왜건과 반대되는 의미의 언더독(Underdog)효과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언더독 효과는 보통 스포츠 경기 등에서 약자를 응원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약자라고 믿는 주체에게 심리적으로 애착을 갖고 그를 지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이 선거에서는 열세에 있는 후보자에게 표를 주려는 경향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1944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리 트루먼 후보는 매번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자에게 밀렸었는데, 막상 개표를 해보니 트루먼 대통령이 4.4%를 더 얻어 당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밀리는 것을 본 유권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를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자를 보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관대해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공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는 유추도 가능하다.

제19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감정적인 요인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의 공약 하나하나를 면밀히 살펴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일정을 갖춘 공약, 즉 정책 목표와 이행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명시한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써의 공약을 ‘매니페스토’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2006년 5. 31. 지방선거에 도입되고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유권자들이 매니페스토에 입각한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사후평가에도 관심을 가질 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선거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새로운 하나의 ‘아름다운 법칙’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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