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희망을 꿈꾸었던 정유년이지만 새해 벽두부터 시끄럽다. 밤잠을 설치고 이른 새벽 해돋이에 나서 마음을 다잡아 봤지만 지난해의 답답함은 여전하다.

붉은 장닭이 새벽을 깨워 부지런한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결실을 안겨주리라 기대한 정유년이다. 그런데 물가폭등이 정초부터 부지런을 노략질 해 가고 있다. 더구나 AI 극성으로 역대 최고의 살처분 당하는 닭들에게 새해가 닭의 해라고 하기에도 무색하다. 정말 A1보다 더 무서운 병에 걸려 격리돼야 하는 대상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 국정이나 정치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들 말한다. 국정농단을 보면서 그나마 나라가 이 정도 버텨 왔다는 게 고마울 정도다. 북한의 핵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그들만의 국가관이 국가와 국민을 살얼음판 위에 팽개쳐 두었다는 게 정말 위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말 촛불민심이 기름 붓듯 타오르자 담화문을 통해 작은 반성빛이라도 보였다. 그런데 국회탄핵이 되고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이 시작되자 청와대에 숨어 담화문이 거짓말이었음을 스스로 부끄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촛불도, 여론조사 5%도 민심이 아니라는 아전인수 해석의 다른 세상을 살고 있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9일은 세월호 침몰 1천일이 되는 날이었다. 또한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7차)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진실이나 국정농단 진실, 어느 것도 의혹을 풀어 준 것은 없었다.

영문도 모른채 부모를 떠난 젊은 혼령들은 기성세대를 원망하며 지천에서 떠돌고 있고, 아직도 9명은 세월호 속에 갇혀 있다. 당시 300여명이 수장에도 재택근무로 일관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박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더 이상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 존엄성 경시는 어느 나라도 없을 진데 대통령의 권위를 더 이상 추락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대통령 보좌 관료나 그 주변인 의식도 가관이다. 그들만의 세상 원을 그려놓고 그 원안에서 국정농단을 했던 좀비같은 사람들은 국회청문회에서 한결같이 모르쇠 답변과 불출석 행태만 연출했다. 교수도 거짓말 하고, 군인도 거짓말 하는 등 청와대와 최순실과 연결된 사람 모두는 치매를 앓는 기억상실자들이었다. 이들은 우리 스스로가 이해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죄송하다며 검찰로 불려 간 사람들, 법정에서는 변호사의 입을 빌어 법의 보호를 받는 안하무인 대응이다. 특검도, 헌법재판소도 불출석할 만큼 당당함은 무전유죄유전무죄라는 법의 속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변호사 비용이 없어 항소 못하는 서민들에게 법은 기득권과 가진자들의 것임이 확실해 졌다.

문제는 이 같은 해결을 정치가 풀어주어야 하는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자당 대통령을 만들고자 복잡한 셈법의 아수라장 꼴은 지난해 국민들의 촛불민심을 잃은지 오래다. 청문회 모르쇠 증인 응징 법안을 만들고 절대권력 대통령제 등을 개헌해보자던 말들도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묻혀 버리고 있다.

새해에는 정말 국민을 국민으로 받드는 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 국민들도 두 번 다시 포장된 이미지정치인에 속아서는 안된다. 우리 기성세대는 최근 몇 년간 후손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국정농단으로 미래를 꿈을 앗아가 버린 청소년들에게 지난해 촛불을 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기성세대들의 빚이다.

국가의 기강은 공평한 법집행 속에 정의가 바로서고 거짓이 진실로 치장되지 않고 진실만이 진실로 인정받는 신뢰가 구축되는 사회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 정말 거짓이 그들만 인정하는 법의 포장으로 진실이 되는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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