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가격 하락 중소기업, 상가, 식당들 ‘허덕’…벼랑길 지역경제
김영란법에 설상가상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까지 서민경기 실종

가계부채 수준 폭발 임계점…향후 경제 전망도 ‘빨간불’

국책사업 기대보다는 지자체 자체동력 방안 마련해야

[무안신문=편집부] 연말연시가 우울하다. 장기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기는 지난해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겹치면서 ‘연말연시특수’도 사라졌다. 소비심리 악화로 업계들은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목소리다.

무안지역은 2000년대 이후 신도청 이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무안국제공항 개항, 남악신도시 개발, 소도읍 육성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추진돼 한때 장밋빛 지역경제로 긍정적 효과가 점쳐 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장기 침체를 거듭하면서 지역경제도 수년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 지고 있다.

지역경제의 바탕이 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은 매년 폭락을 거듭하며 농가소득이 줄고 있다. 음식점, 옷가게 등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개업을 되풀이하면서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더 이상 못 버티고 나간 빈점포에 서민 상대 업종이 다시 들어오지만 또 폐업을 하는 악순환만 되풀이 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도 내수부진으로 신음하고 있고, 지역 건설업체 역시 대형 건설공사가 끊기면서 하청이나 소액 입찰을 받아 겨우 사무실을 운영해 나가는 처지가 다반사이다. 읍면 상권은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와 소비위축으로 밤 8시께부터는 가게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층이 많은 남악신도시도 더 이상 인구 증가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책사업들이 가져다 줄 희망적인 요소에만 기대지 말고 지자체 자체 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편집자주)

읍면·남악 상권 위축

▲ 무안중앙로

◆ 식당 = 무안읍에서 의류업을 하는 A씨는 요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무안읍 중앙로 상권에는 옷가게만 10여곳에 이른다. 여기에 인근 외곽 지역에 아웃도어 매점들이 생겨나면서 경쟁력까지 약해져 어려움은 더 커져가고 있다. 하루 찾아오는 손님이래야 2∼3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가게 임대료와 종일 켜고 있는 전기요금 내기도 벅차다.

A씨는 “내 돈을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아 가게를 오픈했다보니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막는데도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빚을 얻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식당을 수년째 운영해 온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요즘 모임이 줄면서 연말연시 특수는 자취를 감췄다. 예년의 경우 12월과 1월에는 송년회와 신년회로 식당이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예약률이 2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B씨는 “연말연시지만 김영란법 시행 등 경기침체로 단체모임이 줄었다”면서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늘어 술 소비량이 줄고 모임도 일찍 끝나 매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휴·폐업이 속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식당들의 불황은 읍·면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저녁 8시면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다보니 스산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선산업 구조조정 여파도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남 서남권 경제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대불산업단지는 조선관련 산업단지로 이곳에서 일하는 무안지역 근로자만 3천여명에 이르러 남악신도시 주택시장과 무안지역 농공단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로와 삼향농공단지에 가동 중인 조선 협력·하청업체들의 근심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일로농공단지엔 D산업, H업체 등 선박관련 업체가 6곳에 이르고 삼향농공단지에도 3~4곳이 있다.

남악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모 씨는 “남악에서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회색 작업복을 입은 조선업 종사자들”이라면서 “조선업 침체는 앞으로 오룡, 임성지구 개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11월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외식업체 47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업체 운영자의 63.5%가 청탁금지법 이후 평균 매출이 33.2% 감소했다. 특히, 매출감소가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휴·폐업 또는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업체는 26.9%로 집계됐다.

◆ 건설업 = 건설업도 대형 사업들이 없어 하청이 고작이다. 겨우 사무실 운영을 해 나갈 정도여서 가계비 보태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한다. 입찰을 받아도 액수가 크지 않아 인건비 건지기 식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입찰을 받거나 하청일이라도 하는 기업들은 낫다. 건설업 면허를 내 놓고 1년 동안 소액 입찰 1∼2건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 남악

소상공인들은 이같은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서민경제가 도탄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애로를 덜어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 미국 금리인상에 이자 걱정 = 지난해 말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물가상승과 가계빚에 허덕이던 서민들이 직격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지 않아도, 미국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금리도 뛸 전망이어서 지난해 10월에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기존에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금리인상 여파로 부채 상환이 어려워져서 부실해지는 가계가 생겨날 것이 불가피 해졌다.

문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대출을 바라는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경기민감 업종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기변동에 민감해 비싼 이자에 의존할 경우 신용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업종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지만 특별히 잘되는 장사나 또 시작하려고 해도 돈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임대료 등 부채는 자연발생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들은 “요즘 같으면 차라리 노는 게 돈 번다며 제 때되면 봉급 나오는 월급쟁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60~70여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무안읍 중앙로 점포는 지난해부터 10여곳이 문을 닫고 ‘임대’를 붙여 놓았다.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업주 대부분이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맺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상권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이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상가들이 많다.

따라서 상가점포 휴·폐업이 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한 임대료를 형성할 수 있는 건물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무안읍) 씨는 “무안읍의 경우 소도읍 육성 사업 등 미래에 대한 기대 심리로 당장 어려운 가게 운영에도 참고 버티는 업주들이 많지만 현재 가게를 내 놓은 곳도 상당수다”고 말했다.

◆ 농수축산물 가격하락 = 쌀값 하락,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기름값 인상까지 지역 농가는 그야말로 파산 직전에 직면해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인해 자식처럼 키웠던 닭, 오리들이 살처분되고, 쌀값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80㎏ 한 가마당 15만9584원이던 것이 지난해 11월 기준 13만0758원으로 약 11% 가량 폭락했다. 정부가 2005년산 재고 물량 14만7000여 톤을 주정·전분용, 또는 사료로 처분하는 등 쌀 소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쌓이는 재고에 쌀값 폭락을 막기란 힘이 부치는 모양새이다.

◆ 국민들 가계 ‘빚’ 평균 6천650만원 = 국민들은 평생 빚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지난 12월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가구당 평균 부채는 6천655만원으로 전년대비 6.4% 포인트(399만원) 증가했다. 부채 증가 폭은 지난 2013년 7.5% 이후 최대다.

부채 가운데 전체의 70.4%를 차지하는 금융부채는 4천686만원으로 7.5% 증가했다. 담보대출(3847만원)과 신용대출(692만원)이 각각 7.9%, 5.9% 증가했다.

연령별로 40~49세 가구주의 부채가 평균 8천17만원으로 전년대비 12% 포인트 늘어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부채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59세 가구주다. 50대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8천385만원으로 전년대비 5.6% 포인트 증가했다. 30세 미만(1593만원)과 30~39세(5877만원)도 각각 6.8% 포인트와 7.6% 포인트의 증가율을 보였다.

문제는 소득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더 빨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됐다는 점이다. 가계가 100만원을 벌어 약 27만원을 원금이나 이자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침체 활성화 지자체에서 대책 찾아야 = 무안의 인구는 남악을 제외하고 9개 읍면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 활동 인구가 현저하게 줄고 있는 무안은 단순 조사방식의 통계 집계에 나타난 수치와는 달리 실제 사업을 하는 경제활동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지역은 목포대, 초당대, 한국폴리텍대학 등 3개 대학이 소재한 점을 고려한 경기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 목포대의 경우 후문 상가 주인들은 대학내에 생활관과 구내식당에서도 먹고 쓰는 문제가 충분해졌고, 문화생활이 함께 가능한 목포에서 소비를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고 전한다.

또한 초당대는 1천여명의 타지 학생들이 기숙사나 주변 원룸, 하숙집 등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주변에 상가가 많지 않고 무안 읍내와 연계성이 낮다.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할인 혜택 등 마케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직자들의 활동 영역이 대부분 광주, 목포로 외지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자연 무안지역 상가 이용률은 낮기 마련이다. 등록상 주소지와 함께 거주지 이전을 통해 가정 경제활동을 관내에서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