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국민들은 아무것도 해 줄수 없었던 자신의 무능과 정부의 무능에 대해 한탄했었다.

배가 침몰하는 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었다가 절망과 원망 속에서 270여명의 학생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가족 ‘사랑’ 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떠났다.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그들에게 우리는 용서받지 못한 죄인들이었다. 그래서 ‘진실이 규명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던 우리들이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가족의 가슴에 박힌 피멍의 한을 씻어주지 못한 채 참상의 진실을 역사로 묻어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 세월호 참상 1주년을 앞두고 진도지역 초중고생 대상으로 실시한 추모시와 편지에서는 성역없는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고 한다. 미래를 책임지고 나갈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진실이 없음을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최근 청와대를 무대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이 나라 비선실세들의 국기문란·국정농단의 ‘요지경 거짓말공화국’ 막장 드라마가 속속드러 나면서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만들고 있다. 야당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문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29일에는 서울에서 촛불집회를 앞두고 중고등학생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교과서의 진실과 밖에서의 진실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희망없는 대한민국을 탄식하는 그들의 시국선언문이 세월호 참상에 이어 또 한번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어른들 모두를 부끄럽게 했다.

거짓말공화국 주연 배우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 인지도 지금으로서는 모른다. 한때 최씨와 비선실세로 굴림했을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비서진 실세들은 최씨와 친분이 없다고 일갈하고 있다. 국민들은 답을 알고 있는데도 불리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들의 진실 감추기 속내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가관이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다.

더구나 주연같은 조연 박 대통령은 대통령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후속조치는 관대하다. 이를 두고 열심히 살아가려 했던 국민들은 희망이 송두리째 짓밟힌 듯 싶어 경악을 넘어 허탈할 뿐이다. 사람들은 표현할 말이 없을 땐 극단적인 표현을 반어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까지 가게 됐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도덕적 기준이나 의리조차 없는 관료와 정치인들의 거짓말공화국에서 살고 있다는 게 국민들은 정말 슬프다.

나라 밖 미국에서는 요즘 대선 후보 힐러리가 장관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 막판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밀문서(?) 유출에도 참 관대하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당시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전달을 간접 인정함에 따라 이 발언은 부메랑을 맞게 됐고, 대통령 스스로 밝힌 것처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기문란이며 일벌백계 대상이다.

각계에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이 거론되고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박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후 사상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국민의 분노를 그대로 반영함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사건만 발생하면 진실규명 이야기는 의례 나왔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만은 현 정권이 자초해 만들어낸 ‘거짓말 공화국’ 껍질을 얼마만큼 벗겨내 진실로 색칠할지 지켜 볼일만 남았다. 진실은 잠시 갇힐 뿐 언젠가는 밝혀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성완종 씨의 자살로 국무총리가 물러나고 박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있어 서열 세 번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주일여 국정을 책임지는 상황도 있었다. 이번 사태가 식물 대통령을 만들어 그때가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민생은 불안하고 민주주의는 위태롭고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무너지고 신뢰와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과 분노가 폭주하면서 서민들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날씨도 요즘은 하수상하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가을걷이가 마무리 단계였다. 하지만 올해는 하늘의 심술 때문에 많이 늦어지고 있다. 여름부터 시작된 ‘살인더위→가을→늦여름→초겨울’로 이어지는 예측불허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수확의 계절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9∼10월 자주도 내린 비는 ‘다된 밥에 코 빠뜨린 격’으로 대풍을 앞둔 농가들에게 수발아(穗發芽·벼 이삭에서 싹이 트는 현상)라는 자연재해를 넘어선 자연재앙을 안기고 있다. 결국 사람이 자연을 이기지 못하고,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배고픈 시절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작금의 자연 심술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재해에 따른 식량난을 대비하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풍년 농사를 하늘의 시샘으로 망친 경고에 대해 정부는 넘쳐나는 쌀 풍년고민에 한시름 놓았다고 대처한다면 오산이다. 넘침에 의해 발생한 피해를 수습하고, 농가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는 색다른 글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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