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벼 대부분 피해입어…수매 시작한 농협들 당혹
미질저하로 판로 못 찾아…쌀값 하락·태풍피해 3중고
농협, 천재지변으로 인정…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시급

[무안신문=서상용 기자] 벼 수확기를 앞두고 때 아닌 가을장마로 사상 초유의 수발아(穗發芽, 이삭에서 낟알이 싹트는 현상) 피해가 발생했지만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에선 대책 없이 느긋하다.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수발아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시급히 수매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지역 농협과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농협이 벼 자체수매에 들어간 결과 무안에서 생산되는 벼 대부분이 수발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몽탄농협에 따르면 지난주 21농가의 벼를 수매한 결과 3농가를 제외한 18농가의 벼에서 수발아 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1농가는 도정수율이 50%에도 못 미쳐 수매가 거부됐다.

몽탄농협 나종길 수매담당은 “겉보기엔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씨눈이 정상적으로 박혀있지 않고 튀어나온 상태가 많다”면서 “이 벼를 말리면 씨눈 주변이 하얗게 변하고 도정하면 깨져서 싸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몽탄농협은 정상 벼와 별도로 수발아 벼를 3등급으로 나눠 수매하고 있다. 40kg을 도정해서 20kg이 나오지 못하면 수매자체를 하지 않고 20kg 이상 나오면 3등급, 24~25kg이 나오면 2등, 그 이상 나오면 1등으로 매입한다. 정상적인 벼는 28.8kg이 나온다.(도정수율 72%)

수매가격은 정하지 못했고 우선지급금을 지급한 뒤 판매해 정산할 계획이다.

수발아가 가장 심한 ‘신동진’ 벼로 계약재배 한 일로농협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주까지 농협에 40kg 5천여가마가 들어왔는데 100% ‘수발아’ 피해가 발생해 수매하지 못했다.

일로농협 김명진 전무는 “지난해 수매기준으로 2등급이 되는 벼는 수매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물량 100%가 기준에 미달된다”면서 “돌려보낼 수 없어서 일단 농협에서 보관하고 정부대책이 마련되면 처분 방안을 농가와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안군농협통합RPC도 마찬가지다.

통합RPC 김옥현 대표는 “수발아 피해벼는 우선지급금 3만원(40kg 기준)에서 등급별로 감액해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지난 주말 무안에 많은 비가 내렸고 기온도 올라가 앞으로 수매할 벼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무안엔 47mm의 많은 비가 내렸고 17일엔 낮 최고 기온이 22℃를 넘어서 수발아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몽탄면 양모 씨는 “80평생에 서 있는 벼에서 싹이 돋는 일은 처음”이라면서 “농협에서 30% 정도 수발아가 됐다는데 생산비도 못 건질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농업현장은 사상초유의 ‘수발아’ 피해라며 아연실색하고 있지만 행정은 느긋한 모습이다.

무안군은 태풍 ‘차바’에 의한 피해조사 일환으로 수발아 피해 면적을 집계했는데 지난 14일 기준 47ha에 그쳤다. 태풍으로 도복된 벼에 대해서만 조사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무안군 전체 에서 ‘수발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농협들은 “수발아 피해가 심각해 도저히 농협에서 수매하지 못하는 물량이 창고에 쌓여가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없이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농민회도 지난 14일 전남도청에서 수발아 피해에 따른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농가 피해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무안지역엔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11일 중 9일 동안 총 165mm의 가을비가 매일같이 쏟아져 벼에서 싹이 돋는 수발아 피해가 발생했다. 수발아 된 벼는 종자나 식용으로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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