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경제 ‘벼랑’…당신은 무늬만 중산층(?)
수입농산물 유입, 농산물가 폭락, 관내 상권 위축

무안읍 중앙로 상점 10여곳 ‘임대’ 중…한달에 순이익 200만원도 못 벌어

대불산단 조선업 구조조정…남악 주택시장·상권 위축 우려

자영업자들 대출 규제에 2금융권에 떠 밀려…경영난땐 신용위기

상가 임대료 현실화, 서비스개선 등 자구책 강구 필요 

국책사업 기대보다는 자체동력 키우는 방안 마련해야

[무안신문=편집부]무안지역은 2000년대 이후 신도청 이전, 무안국제공항 개항, 소도육 육성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추진되어 한때 장밋빛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후 접근성 용이를 들어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점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장기 침체를 거듭하면서도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가 하면 덩달아서 지역경제도 수년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 지고 있다.
지역경제의 바탕이 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은 매년 폭락을 거듭하며 농가소득이 줄고 있다. 치킨집이나 음식점, 옷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개업을 되풀이하면서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더 이상 못 버티고 나간 빈점포에 서민 상대 종류의 업종이 다시 들어오지만 또 폐업을 하는 악순환만 되풀이 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도 내수부진으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음하고 있고, 지역 건설업체 역시 대형 건설공사가 끊기면서 하청이나 소액 입찰을 받아 겨우 사무실을 운영해 나가는 처지가 다반사이다. 음식, 숙박업이 밀집해 있는 읍 단위 상권은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와 더불어 소비위축으로 성시를 이루는 밤 8시께부터는 가게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층이 많은 남악신도시도 위기다. 더 이상 인구 증가 요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설상가상 최근에는 조선업 불황으로 삼호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경제적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제 수동적 자세보다는 국책사업들이 가져다 줄 희망적인 요소에만 기대지 말고 자체 동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로 인해 극심한 소비 침체가 계속되는 무안지역 읍 단위 상권 부활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찾아 볼 필요성이 있다.       (편집자주)

◆ 무안읍 비롯한 읍면 상권 위축

▲ 무안읍 중앙로

관내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장기적 경기 불황에 사업 형편이 어려워지자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지방까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확대 시행되면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매달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는 원리금 부담 상환이 없는 제2금융권을 찾아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껐다고 했다.

무안읍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가게를 옮기려고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단시일 내에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B씨로서는 은행측이 요구하는 매달 원리금 상환이 부담으로 다가와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5월부터 지방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서민들의 불편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이 일정치 않아 분할 상환에 대한 부담이 크다. 깐깐한 대출심사 탓에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의 문을 ‘어쩔 수 없이’ 두드리는 상황이다.

무안읍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C씨는 요즘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무안읍 중앙로 200미터 남짓한 상권에는 옷가게만 10여곳에 이른다. 여기에 인근 외곽 지역에 아웃도어 매점들이 생겨나면서 경쟁력까지 약해져 어려움은 더 커져가고 있다. 하루 찾아오는 손님이래야 2∼3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가게 임대료와 종일 켜고 있는 전기요금 내기에도 벅차다.

C씨는 “순수자본을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아 가게를 오픈했다보니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막는데도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빚을 얻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식당을 수년째 운영해 온 D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D씨는 “단체모임이 줄면서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면서“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늘어 술 소비량이 줄고 모임도 일찍 끝나 매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식당들의 불황은 읍·면으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저녁 8시면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다보니 스산하기까지 하다.

건설업도 대형 사업들이 없어 하청이 고작이다. 겨우 사무실 운영을 해 나갈 정도여서 생활비를 보태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한다. 입찰을 받아도 크지 않는 액수여서 인건비 건지기 식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입찰을 받거나 하청일이라도 하는 기업들은 낳다. 건설업 면허를 내 놓고 1년 동안 소액 입찰 1∼2건 하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대출을 바라는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경기민감 업종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기변동에 민감해 비싼 이자에 의존할 경우 신용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업종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지만 특별히 잘되는 장사나 또 시작하려고 해도 돈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임대료 등 부채는 자연발생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들은 “요즘 같으면 차라리 노는 게 돈 번다며 제 때되면 봉급 나오는 월급쟁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60~70여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무안읍 중앙로 점포는 지난해부터 10여곳이 문을 닫고 ‘임대’ 글자를 붙여 놓았다.

◆ 신도시 남악, 조선업체 불황에 경제 ‘악영향’

▲ 남악신도시

조선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무안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전남 서남권 경제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대불산업단지는 조선관련 산업단지로 이곳에서 일하는 무안지역 근로자만 3천명에 육박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남악신도시 주택시장과 무안지역 농공단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남지역 22개 시·군별 취업자 유·출입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 기준으로 무안에서 거주하는 취업자 4만1,800명 중 23.7%인 9,900명이 외지에 직장을 두고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암으로 출퇴근하는 무안군민들의 대다수가 조선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남악신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층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회자되면서 울산광역시 아파트 값이 2천만원 떨어지고 거제에선 분양 중단사태가 벌어지는 등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남악신도시 주택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이 우려되고 상권 위축도 불가피하다.

또 일로와 삼향농공단지에 가동 중인 조선 협력·하청업체들도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로농공단지엔 D산업, H업체 등 선박관련 업체가 6곳에 이르고 삼향농공단지에도 3~4곳이 있다.

남악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모 씨는 “남악신도시에서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회색 작업복을 입은 조선업 종사자들”이라면서 “조선업 침체는 앞으로 오룡, 임성지구 개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기침체 활성화 대책 찾아야

무안의 인구는 남악을 제외하고 9개 읍면 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 활동 인구가 현저하게 줄고 있는 무안은 단순 조사방식의 통계 집계에 나타난 수치와는 달리 실제 사업을 하는 경제활동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업주들의 이야기는 실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휴·폐업과 업종 변경 등의 변동이 심하고 유동인구가 적어 자연적으로 장사를 하는 시간 또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일찍 가게문을 닫는다고 한다. 게다가 건물 임대료 내기도 벅찬 업주들도 많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무안읍) 씨는 “무안읍의 경우 소도읍 육성 사업 등 미래에 대한 기대 심리로 당장 어려운 가게 운영에도 참고 버티는 업주들이 많지만 현재 가게를 내 놓은 곳도 상당수다”며 “경기 침체로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비싼 임대료 상권 위축 =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업주 대부분이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맺고 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상권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이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상가들이 많다.

따라서 상가점포 휴·폐업이 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한 임대료를 형성할 수 있는 건물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 가격 천차만별 현실화와 서비스 개선 = 가게만 열어 놓으면 장사되던 시절은 지났다. 장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우선 가격이 적절해야 한다. 상가나 음식점마다 제각각 가격으로는 불균형이 초래돼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인들간 같은 품목의 물건값은 시장 현실에 맞게 균등하게 판매하는 긍정적인 담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낙지 값의 경우 산지 공급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경향이 많아 무안낙지의 명성을 듣고 찾는 외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 산지 공급량에 관계없이 무안 낙지의 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마지노선을 두어 희소성을 더욱 높일 방안도 필요하다. 또한 한 번 온 손님의 발길을 다시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개선도 필수적이다. 그 유일한 대안은 친절에 있다. 상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 다각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 대학생 경제활동 유도 = 우리 지역은 목포대, 초당대, 한국폴리텍대학 등 3개 대학이 소재해 있다. 하지만 대학을 활용한 경기 활성화 대책은 묘연하다.

목포대의 경우 후문 상가 주인들은 대학내에 생활관과 구내식당에서도 먹고 쓰는 문제가 충분해졌고, 문화생활이 함께 가능한 목포에서 소비를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고 전한다.

또한 초당대는 1천여명의 타지 학생들이 기숙사나 주변 원룸, 하숙집 등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주변에 상가가 많지 않고 무안 읍내와 연계성이 낮다.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할인 혜택 등 마케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직자들의 활동 영역이 대부분 광주, 목포로 외지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자연 무안지역 상가 이용률은 낮기 마련이다. 등록상 주소지와 함께 거주지 이전을 통해 가정 경제활동을 관내에서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