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대도시에 살기를 선호하는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문화, 의료, 교육의 혜택 때문이다. 때문에 농어촌 지역 젊은이들은 열악한 지역환경을 등지고 대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은 갈수록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지난 9일 서남대가 의과대 폐과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서남대 의대 정원 유치경쟁이 대학들간에 뜨거워 질 전망이다.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가 ‘총정원’으로 규제하고 있어 신설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서남대 의과대 폐과에 따라 총정원 결원이 불가피 해졌다. 당장은 목포대, 순천대, 창원대, 공주대, 군산대 등이 유치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학들은 지난 2013년 서남대 의대가 폐과결정 될 것으로 보이자 당시 서울에 의대설립유치 사무실을 열고 자치단체장,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동원해 유치전을 내세운바 있다. 이번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목포대가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숙원사업으로 나서고 있는 데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전남이 유일하게 대학병원이 없고, 심각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전남에 운영 중인 3차 의료기관은 전국 78개 가운데 화순 전남대병원이 유일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전남은 인구 10만명당 사망률 전국 1위, 노령화시대에 주로 발생하는 7대 만성질환 진료환자수 전국 1위, 1인당 평균진료비 전국 1위의 열악한 의료현실이다. 또한, 낙도 주민들을 고려하고 농어촌 고령화를 감안할 때 섬지역이 많아 의료서비스 접근 곤란에 따라 평균 의료비 부담도 가중되고 질병예방 및 치료가 원활하지 못하다. 응급환자 이동시간은 도서에서 목포권이 2시30분, 목포→광주권이 1시30분, 목포→서울권이 5시간 이상 각각 소요되는가 하면 태풍 등 기상 악화시에는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의료 사각지대이다.

설상가상, 의사 수 역시 전남 서남부 농어촌과 도서지역은 전국 평균과 2~3배 가량 차이가 나는 의료서비스 부족으로 농어촌 주민 10명 중 4명은 의료인과 정규적인 상담 및 처방 없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여기에 무엇보다 농어촌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자나 암환자, 응급환자 등의 서울, 광주 등으로의 외부 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게 나타나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목포대는 1990년 의과대학 정원 신청 후 그 동안 서남대 의대 유치와는 별개로 20여 차례에 걸쳐 의과대학 설립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해 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목포대를 방문, “다도해 지역 등의 의료, 보건 기반조성을 위해 목포대학교에 의과대학 개설 및 대학병원 건립” 공약을 약속한 데 따라 2008년 전남도청에서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범도민운동으로 유치 운동을 펼쳤고, 의대유치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2013년 8월말까지 서명자가 40여만명에 이르렀다.

무안군민들도 당시 “목포대학교 의과대학 유치는 무안군의 희망이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숙원사업에 힘을 보탰고, 대한노인회 무안군지회는 2013년 13,000여명의 의과대 유치 서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만큼 목포대 의과대 유치는 서남권 주민들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이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의대 정원 조정은 복지부 소관이고, 의대 정원이 동결돼 있으며, 의대를 신설하려는 대학이 많아 특정 대학에 허용할 수 없음을 들어 난색을 표명해 왔다.

다행히 이번 서남대 의과대 폐지방침은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총정원’으로 규제하고 있던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총정원 결원이 불가피 해졌기에 목포대 의과대 유치를 밝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의과대 유치에 탐을 내는 대학들이 많다는 점이다. 전남에서 목포대와 순천대가 뜨거운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충남 공주대와 경남 창원대, 전북 군산대도 의과대 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자칫 전남에서 서남권과 동부권간 ‘이전투구’로 상호 발목을 잡아 어부지리 격으로 타 시도 대학으로 넘어 갈 수도 있다. 따라서 서남권 주민들의 역량 결집과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순천대는 2012년 12월 ‘의대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 유치경쟁에 뛰어 들었고,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2013년 보궐선거에서 ‘순천대 의대 유치’ 공약등을 내걸고 당선돼 탄력을 받았다. 제20대 총선에서도 당선돼 정치적 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순천대는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를 아우르는 인구 100만 명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물론 영호남 지역구도를 깨트릴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창원대는 인구 100만명 이상 9개 도시 중 창원에만 의과대가 없다면서 1992년부터 의과대 설립을 추진해 오고 있고, 공주대는 충남도청이 옮긴 내포신도시에 의과대 및 부속 대학병원을 세울 계획으로 2013년 의대 설립추진위원회 발족 및 서명운동선포식을 가진 바 있다.

다행히 우리 지역은 목포대를 위시해 정치권과 서남권 지자체들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9일 박지원 국회의원이 교육부 장관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고, 12일에는 목포대총장과 목포시장이 만나 협력을 약속했다. 여기에 14일에는 서남해안권 시장군수행정협의회가 열려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목포대는 도청 소재지 거점 대학으로서 전남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입지 조건에 적합하고, 기존 시설과 자원을 활용한 최소 투자비용으로 설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을 당위성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정부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성에 대한 논리개발, 지역의 확고한 지지,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의 유기적 네트워크 구축 및 언론의 협조,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역량결집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의료 인력과 시설이 대도시 중심으로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농어촌지역 간 불균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문에 국민의 보건에 관하여 국가에게 보호의무를 부여한 헌법정신에 맞게 국민 모두가 균형있고 평등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전남도민이 바라는 의과대학의 전남유치는 취약한 의료서비스 구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 달라는 당연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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