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금남 발행인
[무안신문]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가을임을 알려 준다. 무엇보다 들녘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오곡백과가 결실을 맺고 일 년 농사의 수고를 풍성한 수확으로 기대 차게 하는 것도 가을이다.

가을은 여름의 땡볕 속에서 땀으로 일궈낸 농민들의 고생만큼 되돌려주는 고맙고도 감사한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 내 땡볕과 비바람을 견뎌낸 과일들은 곱고 야문 모양새로 익어가고 그 가을의 한복판에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이 버티고 있다. 마트나 시장, 청과물 코너등에서 추석이 다가왔음이 감지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어린시절 기다렸던 그런 추석의 자취는 감추고 추억 속에만 남아 있다. 그리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십 년 전, 그때는 너나 없이 오로지 땅에 기대어 농사로 먹고 살고, 자식 가르치고, 시집장가 보내며, 손주들 용돈까지 챙겨주던 그런 시절이었다. 논 한마지기 밭 한 떼기만 있어도 추수가 끝나면 배곯지 않고 그럭저럭 넉넉한 가을이었다.

하지만 도시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네 세태도 많이 달라졌다.

추석 전날이면 초등학교, 중학교만 마치고 서울 등 산업전선으로 떠난 형님, 누나들이 세련된 옷차림에 손에는 선물을 한아름 안고 고향을 찾아온 모습은 금의환양으로 동네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그날의 형님 누나들의 행색은 배우지 못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가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그때가 정겨웠다.

요즘 추석은 자영업자나 샐러리맨들이 늘어나면서 고향과 부모를 찾는 의미보다 여행, 휴식의 계절로 더 사랑을 받고 있다. 서둘러 성묘를 치르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업계에서는 여름 피서철 만큼이나 추석 연휴를 여행 성수기로 보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올 추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고향을 찾아도 너무 많이 변한 마을모습과 어린아이가 없는 닫혀진 이웃간의 고령화 삭막함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어디를 가도 어린 추억이 전설에만 있을 뿐, 푸근한 맛이 사라져 2세들에게 부모님의 흔적을 알려 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변화하는 세태에도 추석은 여전히 모두에게 풍요롭고 넉넉한 명절이다. 비록 지갑은 얇고 통장 잔고는 언제나 별반 다르지 않지만 추석에는 먹고 나누고 베풀어도 아깝지가 않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지고 정서가 메말랐다고 하지만 대를 이어온 사람의 혼과 기질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한 달에 한번 밝게 차오르는 보름달은 고맙고 신성한 것으로 여긴 게 우리 민족이다. 그 중에서도 일 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달이 뜨는 음력 8월 15일 추석의 달은 첨단 과학과 IT기술이 세상을 장악하고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현대인들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달은 힘들 때 두서없이 내뱉는 넋두리를 진득하게 들어주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이 뒷담화와 명절과 상관없는 오지랖 등으로 명절 중후군 스트레스가 되지 않고, 가족화합과 맺힌 것을 풀고 함께하는 추석이 되기를 바래본다. 아울러 내 고향 무안에 볼거리가 무엇이 있는지를 둘러보고, 피땀으로 부모들이 일군 농산물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새삼 가슴에 새기고 돌아가면 내 고향 농산물도 적극 애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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