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이미지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받는 느낌이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첫 인상이 그 만큼 중요해지면서 과장이나 치장도 늘었다. 직업, 신분에 맞게 행색을 갖추어야 첫 만남에서 인정을 받다 보니 허세로 치장해 본색을 감추고 살아가는 삶이 진실을 흐리게 하기도 한다.

우리지역 A씨(석재업)와 B씨(축산업)는 수십억대 갑부지만 첫 대면에서 신분을 알아보기 여간 어려운 대표적인 사람이다.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옷차림은 직원도 말단 직원으로 보인다.

최근 A씨가 들려 준 에피소드다. 어느 날 자가용을 타고 회사를 찾아온 신사가 A씨를 보고 사장을 찾았다.

‘내가 사장이다’고 하는데도 믿지 않아 사무실에 들러 직원에게 확인시켜 주었다고 했다. 또 한번은 회사에서 물청소를 하는데 택배회사 기사가 비켜주지 않는다고 차에서 내려 폭력까지 휘둘러 경찰서 사건처리까지 됐다고 한다.

B씨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농장 이곳저곳을 모두 돌아본 후에야 아침을 먹는다. 평생 외길로만 걸어와 현재는 국내 개인 양돈규모가 2위이다.

이들 두 분의 공통점은 소탈함과 근검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다. 갈 길만 묵묵히 간다는 삶의 방향이 같다.

돈이 풍부해도 드러냄이 없고, 그렇다고 주변을 돌보지 않는 인색함도 없다. 장학사업도 하고, 불우이웃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그 만큼 돈이 있으면 일선에서 물러나 여생을 재밌게 살라고도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한다. 이분들을 보면 행복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색으로 치자면 고려 때 강감찬 장군을 들 수 있다.

막리지(莫離支, 국무총리나 외교부 장관)도 역임했던 강감찬 장군은 어느 해 중국 사신이 외교 문제로 고려를 찾아오게 됐는데 강 장군이 손님을 맞게 됐다. 조그마한 체구에 얼굴은 마마로 인해 곰보인 강 장군을 압록강에서 처음 본 중국 사신은 ‘고려가 이렇게 사람이 없는가’라는 생각으로 첫 인상에서부터 고려를 얕보게 됐다.

식사 때는 중국 사신은 체면을 차리느라고 앞에 있는 것만 조금씩 먹으며 위엄을 보였지만 강감찬 장군은 멀리 있는 것까지 몸을 구부리며 마구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중국 사신은 ‘생긴 것도 못 생겼지만 예의도 체면도 모르는구나. 고려는 참으로 우매한 나라’라고 또 한번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후 협상 테이블에 앉아 외교를 논의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 하나하나 논의될 때마다 중국 사신은 강감찬 장군을 당해낼 수 없었다. 협상이 끝나고 중국 사신이 “장군의 외모를 보고 첫 번째로 당신을 얕보았고, 식사를 하면서 예의에 어긋나는 당신을 두 번째로 얕보았소. 그러나 실질적 업무에서 내가 당신을 이길 수 없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했다.

이에 강감찬 장군은 “키가 작은 것은 부모님이 낳아주신 바를 지킨 것이요, 얼굴이 얽은 것은 마마를 앓았던 흔적이고, 음식을 먹을 때 예의가 없었던 것은 음식은 몸을 지키기 위해 먹는 것이기에 예의에 다소 어긋났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외교 협상은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외모만 가지고 선입견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일례이다.

옛 어른들은 사람 평가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외모가 첫 번째, 말솜씨가 두 번째, 글이 세번째, 사람들의 평판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지금은 ‘판신서언(判身書言)’ 정도로 바뀌어야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판(判)은 평판이어서 보는 사람의 시각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평판이 좋으면 어디에 그를 놓아두어도 실수가 적다.

반면, 신(身), 서(書), 언(言)은 모두 과장이 배어 있다. 일차적 판단기준인 얼굴은 외모 지상주의가 되면서 요즘 텔레비전에 뜨는 배우나 탈렌트 상당수는 성형을 통한 인공미인이다. 이들이 평판도 좋다고 보기에는 만무하다고 볼 때 진정한 사람 판단 기준이 변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글(書)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가 일반화 되면서 직접 쓰는 손글씨는 사라지고 다양한 컴퓨터 서체를 이용하고 있고, 문장력 역시 다양한 글을 모아 짜집기만 잘하면 감동 내용이 된다.

말(言)은 논리적으로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 언행일치가 안되는 화술만 느는 천지가 됐고, 정치 득세로 거짓 공약과 청사진만 남발되도록 허풍만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외적 조건이 내적인 조건에 우선할 수밖에 없기에 자꾸 허세와 치장이 진화해 속임세가 늘어가고 있다. 물론 얼굴이나 글, 말도 중요하다. 그러나 성실함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차별화 능력은 삶을 블루오션으로 이끈다는 점이 다르다.

요즘을 휴먼 네트워크 시대라고 한다. 사랑도, 돈도, 명예도, 권력도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오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과정에서 평판은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링컨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 질줄 알아야 한다’고 할 만큼 첫 인상과 행색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렇게 보자면 내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자기 신체와 얼굴에 등한시 하는 경향이 짙다. 정약용 선생은 생각이 바뀌어 스스로 참 행복을 느끼게 되면 가장 먼저 몸이 변하고, 그 중에서도 얼굴이며 또 그 중에서도 눈이라고 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 중 내가 가장 자신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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