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금남 발행인
[무안신문]요즘 일찍 찾아 온 더위로 인해 한낮에는 2∼3분만 걸어도 등에 땀이 흘러내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당연히 그늘이 될 만한 곳을 찾게 되고 가로등이나 전신주 하나의 그림자도 반갑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차창을 열어도 후덥지근해 에어컨을 켜고 더위를 식히곤 한다.

이럴 땐 주변에 가로수 터널이 있어 청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나무 그늘이 주변에 있었으면 싶다. 나무는 늘 곁에 서 있지만 땡볕이 뜨거울 때야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지구가 온난화로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봄·가을 기간이 짧아져 4계절 금수강산이 무색해져 가고 있다. 때문인지 수년전부터 경쟁 하듯이 지자체들은 나무 심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가로수길 만들기와 편백숲등 웰빙 공간 조성을 위해 해외시찰을 포함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강구하는 판이다. 전남도 역시 이낙연 도지사 취임 후 ‘숲속의 전남’ 브랜드 시책을 걸고 지자체에 나무 심기를 독려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등 숲과 함께 어울려 사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는 취지이다.

사진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는 그림처럼 펼쳐진 나무와 가로수들이 많은 나무의 도시다. 공원이 푸르고 주택단지와 수변도 푸르고 큰길 작은길이 함께 푸르러 길가 카페에 사람이 차고 활기차다. 때문에 그곳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그 나무들의 가치로 인한 경제적 부가효과의 창출 등에 대한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대표적인 가로수 길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진해 ‘왕벚나무길’ 등이 있다. 이들 길은 처음 심었을 때부터 지금과 같이 명품 가로수길은 아니었겠지만, 시간이 흘러 지자체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외지 여행을 떠나면 어디서나 만나는 가로수가 최고다. 최근 경기도 남이섬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 온 적이 있다. 날씨가 더워 당연이 숲길이 인기였다. 남이섬에는 은행나무길, 메타세쿼이아길, 잣나무길이 조성돼 있고, 이들 나무들은 한결같이 쭉 뻗어 연인들의 사진 찍기 장소로 또 사색의 숲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고, 드라마 겨울왕연가를 찍은 장소로 일본 관광객 발길도 이어진다고 한다.

가로수길은 안동 하회마을도 마찬가지 였다. 마을을 둘러친 낙동강 강둑 2Km 가량의 벚꽃나무 강변길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 구경보다 인기가 좋을 만큼 쉬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반면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일부 지자체장들은 실적 위주 단기적 사업효과를 거두기 위한 정책들로 인해 나무 심기는 고사하고 나무가 수난만 당하다가 각종 건설과 도로확장 명분으로 제거됐다. 심지어는 식목 행사일에도 나무 몇주 심었다는 숫자 자랑 홍보만 하다 보니, 갓길도 없고 노폭이 안 나오는 곳에까지 나무를 심어 나중에는 나무가 잘려 민망하기도 한다.

우리지역만 해도 그렇다. 40여년 전인 1978년 자비로 故 안진규 옹이 무안-해제간 국도 24호선 24Km도로변에 벚꽃나무와 은행나무 등 가로수 7만주를 식재해 기증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름드리 벚나무가 몇그루 되지 않는다. 이는 도로 확포장공사, 수로공사를 비롯한 도로변 논밭 주인들이 베어내는 등 관리 부실이 원인이다. 당시대로 관리가 돼 왔다면 지금은 전국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명품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우리지역은 전남에서 산림 면적은 목포시 다음으로 적다. 반면 전국에서 가장 긴 231.8㎞의 리아스식 해안을 갖고 있다. 이곳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해안관광 일주도로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올해부터는 망운면 조금나루에서 현경면 봉오재 인근 해안까지 총 10km의 해안관광도로가 2018년까지 국비 135억 원을 투자해 산책로, 노을전망대, 테마공원 등을 갖추게 된다. 낙조와 드라이브 코스로 교통이 아닌 순수 관광목적으로 해안도로가 만들어지는 건 국내에서 무안 노을길이 첫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 특색있는 가로수 길을 만들어 보면 어떻까 싶다. 아울러 리아스식 해안의 특성을 살린 방품림 조성도 미래 관광자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명품가로수 길은 수종이 문제가 아니라 도로의 폭과 갓길만 충분하면 가능하다 곧 미래 후손들을 위한 ‘명품 숲, 명품 가로수길’을 만들어 관광자원을 물려주는 것도 현 우리세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본다.

무엇보다 가로수는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수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사람들의 숨소리가 머무는 숲 조성은 인간의 문화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지역의 특성과 정서를 살려내는데 커다란 기여를 함으로써 미래의 유산이 될 수 있다.

잘 가꿔진 가로수는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에게 경제적 이득을 준다. 20년생 플라타너스라면 한 여름 대략 200만원대의 냉방기나 에어컨 5, 6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냉각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가로수는 크면 클수록 효용가치도 커 한 그루당 1000만원대의 경제적 생산 가치를 갖는다고 한다.

기후 온난화에 대비한다면 가로수 교체나 초본 식재를 뒤로 하고 가로수를 우람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 나무가 살면 지역이 살고 군민이 행복하다. 지역경쟁력의 원천은 멀리 있지 않다. 무안발전의 큰 틀에서 생태기반을 착실하게 다질 때 미래의 무안이 활기차고 후손들이 행복하다. 때문에 숲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영역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복합자원으로 행정이 앞장 서 만들어가야 한다.

언제가 가로수 명품길이 생겨 이곳 가로수길에서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라는 노래말도 들어 보았으면 싶다.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떠가는 듯 그대 모습/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아침 찬바람에 지우지/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잊지 않으리/내가 사랑한 얘기/(중략)/여위어 가는 가로수/그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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