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발행인 박금남

우리나라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공포로 떨고 있다. “요즘 기침을 하면 혹시 메르스가 아니냐”는 반신반의 질문이 유행이다.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재채기도 함부로 할수 없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에 견줄 때 누가 메리스 잠복환자인지 알수가 없고, 우리지역 한 대학에서도 의심환자가 발생해 동료 룸메이트들이 격리 조치됐다니 당연할 만도 하다.

날만 세면 각종 매스컴에서 전하는 소식은 확산 뿐이다. 걱정 없다던 3차 전염자 까지 발생했고, 이제는 4차 감염을 우려할 때이다. 더구나 메리스 관련, 각종 악성 괴담까지 떠돌아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 5월18일 최초 발명자가 나온 20여일 만인 지난 9일 현재 메르스 관련 사망 7명, 확진환자 95명, 격리인원만 2천5백여명이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2천여 곳이 휴교했고, 전남지역도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등을 자제하라는 공문이 보내 질 만큼 메르스 공포는 엄살이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안일한 늑장 초기 대응 실패와 부실한 감염관리, 한국 병원 문화의 특수성이 맞물려 있다.

당초 정부는 메르스는 파급력이 크지 않은 것이라고 발표했고 환자가 발생한 병원마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메르스 관련 괴담을 퍼뜨리는 자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 키웠다. 정치권도 한가롭게 밥그릇 싸움만 일관하는 꼴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사망자가 발생하고 확진환자와 격리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많은 오명국가가 됐다. 설상가상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고,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간 남성이 감염자로 확진을 받아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중국과 대만 일부 관광객은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등 6·7월 무안공항을 통해 입국할 2천여명의 중국관광객이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첫 환자발생 16일이 흐른 지난 5일에야 메르스 발병지역과 감염 경로 등을 밝히고, 감염병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주의단계로 격상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정치권도 국민들이 공포에 떨며 불안해하자 그제 서야 책임론을 떠드는 정치 쇼를 보여 주고 있다.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정치권의 이전투구로 인해 입은 국민의 피해는 누가 질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조급하게 발표한 정부의 메르스 예방법은 그동안 의료 강국을 자처해온 우리나라 방역 후진국 수준을 보여주는 꼴도 연출했다. ‘낙타고기와 낙타유 섭취를 피하라’는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질 만큼 예방법 대처가 안일했다. 낙타고기와 낙타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는 축산물로 지정돼 있어 아직까지 낙타고기와 낙타유가 한번도 수입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전주동물원, 광주 우치동물원, 제주 낙타체험장 등에 총 46마리 낙타가 있다고 한다.

최근 낙타고기를 먹은 대표적인 한국인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모하메드 왕세제와 카타르의 타밈 국왕은 지난 3월 박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을 위한 공식 오찬에서 각각 낙타요리를 제공했다. 당시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중동지역에서 낙타요리는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는 의미로, 손님에 대한 최고의 대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할 만큼 고급요리에 속한다.

문제는 정부의 긴급상황 대응책이 그때 뿐이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위기 대응을 보다 신속한 대처를 한답시고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하고도 이번 메르스 사태를 맞아 속수무책 우왕좌왕 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3년 사스를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각종 사회적 문제로 부터 정부가 온전하게 집행하는 안전장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했다. 당할 만큼 당한 후에 수습되는 형국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우리나라는 첫 환자가 보건소를 방문했을 때 중동지역 방문을 했던 것을 놓치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며 방역당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네 번째 확진 환자는 스스로 격리조치를 요청했음에도 질병관리본부가 거부할 만큼 메르스 대한 대처방법이나 처방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없이 안일하게 대처했다. 이는 미국의 경우 지난해 5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빠르게 환자의 여행력(曆)을 파악, 격리 조치시킨 초기 대응으로 환자 수를 2명으로 차단한 것과 비교할 때 국가가 위기를 인식하는 타임과 대처 능력의 차이를 보여 준다.

메르스는 갈수록 전파력이 떨어진다니 다행이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염력 강한 질병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국가 위기관리 능력 중의 중요한 하나이다.

앞으로도 각종 바이러스나 환경적 재난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경우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예방은 예방이 가능할 때에 조치가 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의료진들이 접촉자 확인과 의심자 관리 실패, 당국·의료기관 간 엇박자 공조 등 미진했던 부분을 이제라도 철저히 재점검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메르스는 국민이 협조해야 조기 차단할 수 있다. 더 확대되기 전에 국민들의 행동지침과 휴교령 등 일정기간의 정부의 방침에 귀를 기울이도록 강력하고 확신에 찬 선제조치가 필요하다. 국민들의 성숙한 면을 믿고 같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여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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