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요즘 시쳇말로 중년 이상 남자들은 아침밥을 얻어먹고 다니면 친구나 동료들 사이에서 집안에서 ‘괜찮은 놈’ 정도로 인정받는다. 오직하면 ‘아침밥을 먹고 다니냐’가 아니라 ‘얻어먹고 다니냐’는 소리가 나올까 싶다. 이는 늙어서 밥 얻어먹고 살려면 마누라(아내)에게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가 됐다.

언제가 TV광고 ‘아내에게 지고 사는 게 편하다’는 카피가 유행했을 때도 남자들은 부정하지 않고 인정한 사회가 됐다. 곧 아내의 모권(母權)에 굴복(?) 위축돼 산다고 하면 과장된 말일까?

우리사회가 참 많이 변했다. 조선시대가 부권 중심사회 였다면 이제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모계 중심사회가 된 셈이다. 여권 신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오십대 이상의 남자들이라면 아버지의 권위를 보고 자랐기에 여권 신장에 추락된 부권 포기는 다소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도 없다. 봉급날이 되면 몽땅 아내의 통장에 들어가고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쓰다보니 대항하면 손해다. 때문에 남자들의 기(氣)는 지갑 두께와 비례해 오랜 경기침체로 엷어진 지갑이 기를 펴고 사는 것도 지났다. 아마 1997년 IMF 당시 대량의 실직자들이 생기는 과정에서 부권이 크게 위축된 것도 있다. 어떤 월급쟁이는 봉급이 아내의 통장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부권은 상실됐다고 말한다.

부권 추락을 증명하듯 떠도는 우스개 글 중에는 인명재처(人名在妻 사람(남자)의 운명은 여자에게 달려 있다), 사필귀처(事必歸妻 반드시 (남자) 아내에게 돌아온다),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天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라), 처화만사성(妻和萬事成, 아내가 화평해야 만사가 순조롭다), 순처자(順妻者)는 흥(興)하고 역처자(逆妻者도)는 망(亡)한다. 운삼처칠(運三妻七 남자의 운이 3이고 아내는 7이다) 등 익숙한 사자성어에 아내(妻)를 넣어 웃자고 한 말이지만 여성 신권(神權)화와도 무관하지 않아 떨떠름하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지폐도 만원의 세종대왕(남자) 5명이 모아져야 신사임당(여자) 5만원 지폐와 같다고도 말한다.

여기에 또 하나 보태자면 60대, 70대, 80대, 90대 할아버지가 목욕탕에서 만났는데 그들의 눈가에는 모두 멍이 들어 있었다. 이유는 아내에게 60대는 아침밥을 달라고 했다가 맞았고, 70대는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가 맞았고, 80대는 아침에 눈을 떴다고 맞았고, 90대는 아직도 숨쉬고 있다고 맞았다고 한단다. 이제는 동요 “아빠 힘내세요” 를 엄마도 직장생활을 하는 만큼 “엄마 아빠 힘내세요”로 바뀌어야 한다고 할 정도라니 남자들의 가정내 부권 회복은 살아생전에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저 가정 내에서 더부살이로 살 수 밖에…

과거에는 이혼은 남자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와서 조선시대 유교적 사상에서 만들어진 비참한 여성 대우 수준을 표하는 남존여비(男尊女卑)나 남편이 아내를 쫓아낼 칠거지악(七去之惡)(①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함 ②아들을 낳지 못함 ③부정한 행위 ④질투 ⑤ 나병·간질 등의 유전병 ⑥말 많을 경우 ⑦도둑 행위)을 논한다면 여성분들에게 뭇매를 맞을 게 당연하다. 또 시집을 가면 벙어리 3년 귀먹어리 3년, 장님 3년으로 살라는 시집살이 말도 햇가족화로 사라진지 오래이다.

5월 가정의 달이다. 각종 기념일이 많아 자녀들과 아내는 아버지나 남편에게 기대치가 가장 높은 달인 만큼 가장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반면 경기침체로 남자들의 지갑은 엷어지면서 체면조차 차리기 어려워 졌다는 요즘 살기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매일 출근, 업무에 시달리다가 퇴근해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답답할 때도 많다. 직장에서는 젊은 세대에 쫓기고 가정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20, 30대 꿈을 이루지 못하면 40대쯤 들면서는 꿈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꿈은 삶의 성장과정에서 언제든지 새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기체면을 걸며 살아가는 몸부림이 안타깝다. 갈수록 각박한 사회가 되면서 마음 편하게 푸념을 들어 줄 사람도 마음 편히 대화할 사람도 흔치 않다. 때문에 이들의 술자리는 말이 많아지고 언행일치가 안돼 실수와 변명만 늘어 실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가정에서 아내 등살에 치이고, 자녀에게는 귀감이 되어야 하기에 꿈을 꾸는 척 살아가는 가장들은 그래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삶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아내 눈치를 살피고, 아내의 지시(?)라도 떨어지면 후딱 처리하고 자랑질까지 하는 가장 모습에 측은지심까지 든다. 그러나 가족은 최후까지 가장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 싫은 사람은 안 만나면 되지만 가족은 다르다.

오월 가정의 달을 맞아 힘든 가장들의 입장에서 넋두리를 해보고 싶었다. ‘아 옛날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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