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면 실망은 몇 갑절 커진다. 지난 4월29일 치러진 호남(광주)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그렇다. 전통적인 야당 텃밭에서 그도 압도적인 표차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패했다. 이제 더 이상 호남민들은 야당에게 일방적인 표를 주지 않겠다는 것을 지난해 구례·곡성·순천 보궐선거(새누리당 당선)에 이어 광주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를 당선시켜 입증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국 4곳 모두에서 패했다. 야당에 등을 돌린 국민이 원망스럽겠지만 자신들의 왜 졌는지에 대해 성찰이 먼저 필요하다.

요즘에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과감한 변화 모습으로 여당이 야당 역할을 한다고 할만큼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고들 한다. 이번 선거도 그렇다. 4월초 붉어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야당에게 유리했다. 더구나 성남과 관악은 야당이 전통적으로 유리한 지역이었지만 패배했다.

이는 강력한 리더십과 견제, 그리고 진정성 있는 통합정치를 통한 민심이 반영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전략 부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문재인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 특별사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못하면서 정치인은 정치자금으로부터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도진개진’ 이 되버렸다. 반면 새누리당은 의도적이든 아니었던 간에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선거 이틀 전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두염으로 인한 고열과 복통 보도가 동정표를 끌어냈고, 참여정부의 특별사면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민심을 얻어냈다.

이제 입으로 하는 립서비스 정치는 끝이 났다. ‘미워도 다시한번’ 호남의 야당 동정론이나 결집도 끝났다.

때만 되면 도와달라고만 하는 야당은 그 동안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이 전적으로 유리했던 제18대 대선과 19대 총선에 패배하고도 민심을 반영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당내 계파간 갈등과 제1야당의 역할 부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으로 작용해 지난해 제6대 전국동시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잇따라 패했다. 이번 보궐선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치개혁과 야권 쇄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면서 참패를 겪었다.

특히, 호남에서의 민심이반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누적되어온 불만과 실망감에 대한 심판 의지의 반영이었다. 선거 때만 되면 호남 운운하는 립서비스에 대해 광주 서구을 선거는 광주 전체적 정서로 작용하면서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정배 당선자는 침체된 호남정치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메기론’으로 ‘야권 쇄신’및 ‘호남정치 복원’을 외쳐 야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지금 당선 자체만으로도 호남정치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메기론 효과를 미치고 있다. 특히, 천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진정성’은 국민들이 어떤 정치인을 요구하는지 도 보여줘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즘 우리 지역에는 현직 두 명의 국회의원이 행사장마다 찾아다니면서 의정활동을 자랑한다. 이 과정에서 한 사업을 두고도 아전인수 홍보가 종종 조롱거리로 회자되는 모양이다. 오직했으면 지난 4월 신안의 한 행사에서는 현직 군수가 “공직자들이 노력한 사업을 가지고 생색내기 하지말라”고 반박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한다.

정치인의 덕목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배려가 더 요구된다. 함께 노력해 결실을 이뤘다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 ‘나 홀로 했고, 나만 할수 있다는 정치’에는 이제 유권자들이 싫증을 느낀다. 야당의 립서비스 ‘양치기 소년’ 정치에 호남민이 등 돌린 것도 진실성이나 변화하지 않는 정치에 싫증을 느낀 표심이라고 볼때 이번 광주선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제20대 총선(2016년 4월 13일)이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전면적인 쇄신을 위한 환골탈태 노력으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거듭나기 노력과 친노와 비노, 주류와 비주류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뿌리 깊은 갈등과 불신 구조를 봉합되지 못하면 호남의 민심을 되찾기 어렵고 나아가 20대 총선 승리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어찌됐든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호남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민심의 반영을 얻어 당선됐다. 따라서 호남의 정치지각 변동으로 ‘빅뱅’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천 당선자는 내년 총선에서 광주와 전남·북의 지역구 30곳 모두에 후보를 내 ‘호남정치 복원’ 하겠다고 했다. 결국 내년 호남 총선은 새정치연합의 일당 패권 독점 구조가 깨진 야당간 분열이 아닌 선의경쟁으로써 메너리즘에 빠진 호남 정치의 메기론이 기대된다.

다만, 천 의원이 주장한 새로운 정치가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가 아닌 지역패권에 기반을 둔 기존 정치의 답습에 그친다면 ‘찻잔 속의 폭풍’에 그칠 수 있다.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기초작업부터 깨끗하고 도덕성을 갖춘 인사 중심으로 변화와 쇄신을 이끌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을 지역민이 바란다는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내년 총선은 선거구 재획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유동성도 커 이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정치의 최종 목적은 국민이 잘사는 것이다. 권모술수를 통한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나 생존권 싸움이 돼서는 안된다. 속임수나 이벤트는 한번은 가능하다. 그러나 두 번은 속지 않는다. 국민은 채찍을 들고 있지만 그 채찍은 항상 진실을 쫓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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