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청 공원녹지담당 이재광

[무안신문]‘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안에 담겨있는 물건이 무엇이냐에 따라 쓰임이나 가치가 달라지는 뒤웅박처럼 어떤 남자(남편)을 만나느냐에 따라 여자의 인생이 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여성을 남성에게 속한 존재로 비춰져 성 차별과 성 비하가 묻어나기에 지금은 쓰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나무 심기에 더없이 좋은 청명지절을 보내면서 출장길에 쓰러진 한 그루의 가로수를 보며 그간의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양묘업자가 생산해낸 똑같은 나무인데도 어떤 나무는 사람을 잘 만나 생육하기 좋은 장소에 심어져 잘 자라고 있는가 하면, 어떤 나무는 그렇지 못하고 수난만 당하다가 베어지거나 이렇게 말라 죽어가니 해 보는 얘기다.

전 국토의 67%를 차지하는 산림면적 중에도 좋은 주인을 만나서 잘 가꿔진 숲이 있는가 하면 잡목만 무성한 산들도 많다. 울창한 숲이건 황폐화된 산이건 숲을 이루고 있는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기에 함부로 대하는 것을 경계하게 된다.

‘명품 숲, 명품 길을 만들어 보시오!’ 녹지부서로 옮기고서 품었던 숙제하나가 내 놓으라 하는 가로수길 하나를 만드는 일이다. 엊그제까지 봄꽃의 향연을 벌였을 벚꽃길로 나갔다. 30여년 전 자비를 쏟아 벚나무 가로수를 조성해 군민들을 위해 기꺼이 기증을 해 주신 故 안진규 옹을 떠올려 본다.

현경 면소재지에서 봉오재에 이르는 5km에 남짓 도로 양옆의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그것이다. 식재 당시에는 2,588주를 심었다고 하지만 도로 확포장공사와 도로변 논밭의 주인들이 베어내는 등 관리가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조성 당시대로 관리를 해 왔더라면 지금쯤은 경남 진해의 벚꽃 길에 견줄 수 있는 그런 명품길이 되었을 것이다.

벚꽃 길을 빠져 나와 우리군의 가로수 특화거리로 조성하고 있는 국도 77호선으로 접어드니 채 겨울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작해서 지난 주까지 고유수형에 맞춰 깔끔하게 전지작업을 마친 곰솔가로수가 푸른빛을 발한다. 사실, 지천에 심어진 게 소나무이고 매일 보는 나무지만 이렇게 가로수로 식재를 해서 바닷물이 빠진 갯벌과 쭈뼛쭈뼛 위로 솟은 솔잎가지가 대조를 이루니 이국적인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아! 이것이다. 명품가로수 길은 수종이 문제가 아니라 도로의 폭과 갓길만 충분하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해송가로수 길이 끝나고 운남면에 들어서니 바닷바람 탓에 여느 지역보다 늦게 피었던 벚꽃들이 막 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뿌리 채 뽑혀 밑동을 드러내고 누워있는 벚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어,나무를 심을 곳이 아닌데!’ 아무래도 일정간격을 유지해가며 심다보니 빼먹고 건너 뛸 수 없어서 갓길도 없는 이런 비탈면에 겨우 뿌리만 들어갈 정도의 구덩이만 파고 심어놓지 않았나 싶다.

가로수가 되었건, 정원수가 되었건 좋은 곳으로 팔려갔으면 지금쯤 이 나무도 잘 살고 있을 텐데! 이런 곳으로 옮겨와 가로수로 심어져 이리 죽어가다니! 처음 심을 때 식재장소도 그렇지만, 심어놓은 나무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제초작업을 한다며 논 밭둑은 물론 도로의 사면까지 농약을 치고 그것도 부족해서 작물에 그늘이 진다며 가지만 잘라내도 될 것을 허리까지 잘라 버리는 몰상식한 광경을 쉽게 봐 왔던지라 뿌리 채 뽑힌 나무가 지금껏 버티어 온 것이 신기할 정도다.

사실, 가로수 조성과 관리에 관한 법 규정이 체계화 되거나 정립되지 않고 나무를 심는 일에만 몰두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몇 주를 심었다'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심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갓길도 없고 노폭이 안 나오는 곳에까지 나무를 심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늦게나마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다소 엉성한 가로수관련 조례를 전면 손질을 해서 가로수의 공익적 기능을 향상시키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새로 개정되는 가로수 조성 및 관리운영 조례에는 가로수?조경 등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가로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적 특성을 살린 가로수 조성은 물론 관리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가로수 및 가로수 관리시설물을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를 엄단하고 또 이런 행위의 신고자 보상금 지금에 관한 사항을 신설해서 가로수의 사후관리를 강화하여 명품 숲과 명품가로수 길 하나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데, 글쎄다. 이런 꿈이나 포부가 너무 당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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