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무안신문]현재 한국농업이 이토록 몰락하게 된 핵심요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한국정부의 농업개방정책과 저농산물가격정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농업 내적으로는 농업에서 발생하는 고비용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다. 수입농산물과 비교해 한국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농업의 비용이 최소화 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농업은 규모화가 커지면 커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고비용 농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농업 고비용의 바탕에는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배합사료가 있다. 세가지 모두 대표적인 외세의존형 농자재이다. 결국 한국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농업내적으로 외세의존형 농자재를 극복하고 자급형 농자재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우리는 왜 사료자급형 축산을 해야 할까?

한국의 공장형 축산 전반은 사육비의 80%이상을 배합사료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강도 높은 물가정책이 시행되고 값싼 대체 수입농축산물이 넘쳐나는 조건에서 축산업을 통해 발생시킬 수 있는 부가가치의 한계는 분명하다. 결국 사료자급축산을 통해 사료비를 버는 축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배합사료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배합사료안에 들어있는 GMO곡물과 동물성사료, 성장·비육·산유·산란촉진제 등으로 더 이상 축산물은 국민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그러면 지난 3년 동안 진행된 배합사료 없이 흑돼지 기르기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3년 전 충북 보은에서 흑돼지새끼 네 마리를 들여와 지금껏 배합사료 한톨 않주고 흑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처음에는 쌀겨를 토착미생물에 발효시켜 먹이고 여기에 풀이 나오면 베어다 주는 방식으로 사육했다.

지금은 보리겨와 쌀겨를 주고 여기에 보리와 옥수수를 사료작물로 재배해서 사육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처음에 이런 나의 행동에 이상한 눈빛을 보냈던 주변의 사람들은 흑돼지고기 맛을 보거나 축사에 견학을 다녀가면서 놀라움과 함께 지금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1년 동안 키운 흑돼지 고기맛은 공장형 양돈에서 만들어지는 돼지고기와는 근본적으로 맛과 질의 차이를 나타내었으며 흑돼지 축사는 분뇨 냄새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축사가 되었다. 3년 동안 흑돼지들에게 일체의 보온을 해준적이 없고 또한 한번도 주사나 약품을 먹인적이 없다. 돼지들은 한우농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이 전혀 발생하지도 않으며 특히 설사 등의 소화기질환을 한번도 앓은 적이 없다. 다툼으로 인해 폐사한 적은 있으나 질병으로 인한 폐사는 한번도 없었다.

공장형 축산과 차이는 너무도 많다. 예를 들자면 성장속도가 두배 느리다. 공장돼지가 6개월 안팎에 110kg에 도달하지만 자급축산으로 사육된 흑돼지는 1년이 되어야 100kg이 될듯 말듯하다. 이 차이는 5개월 이하 자돈의 성장속도의 차이인데 자급사료로 키운 흑돼지는 5개월 동안 자라도 공장돼지가 두달 자란 크기만도 못하다.

사료비는 공장돼지에 비해 기간상 배 이상을 사육하지만 훨씬 덜 든다. 이유는 사료작물을 심어 자급하기에 사료비가 절감되고 이것이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흑돼지들에게는 거세와 견치제거, 꼬리자르기 등의 일체의 가혹행위가 가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돼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자급사료로 키워진 흑돼지고기는 지방이 상온에서 응고되지 않는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돼지고기의 진짜 불포화지방산이다. 공장돼지의 지방은 상온에서 응고되는 포화지방산으로 소화흡수가 되지 않는 반면 자급축산으로 사육된 흑돼지고기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소화흡수가 잘되고 먹었을 때 속이 무척 편안하다. 이런 질적인 차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급축산이라고 본다.

세계 모든 나라가 자급농업 자급축산의 길로 나아가는 마당에 우리는 언제까지 사료의 95%를 수입해다 육류를 제조해야 하는가?

야산에 풀을 키우고 논과 밭에 보리·밀 등 사료작물을 심어 우리땅에서 나온 자급사료로 진짜 우리 한우, 한국토종돼지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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