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청 공원녹지담당 이재광
[무안신문]지난 주 수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지자체 도시숲 담당자 과정교육’을 위해 산림교육원에 다녀오느라 이곳을 떠나 있었다. 거리가 되다보니 실재로 강의를 듣는 시간은 14시간에 불과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정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산림교육원. 남양주하면 화도읍에 있는 마석 모란공원에는 몇 번 가봤지만 초행길이나 다름이 없었다. 더군다나 녹지직렬도 아니고, 녹지부서 근무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또, 도시숲 조성에 대한 실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따로 있지만 ‘공원녹지’업무를 총괄하려면 이런 교육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이번 교육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광주를 출발한 버스가 정안휴게소에 다다르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꽃샘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아래지방은 날씨가 이렇게까지 춥진 않았던 것 같은데! 친구한테 전화로 윗녘의 날씨를 물어보고 외투를 챙겨왔으니 망정이지 그냥 왔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운이 좋아 산림교육원까지 오게 되는 행운(?)을 얻었으니,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우고 가야지! 라면서 동서울터미널에 내려 남양주 행 좌석버스에 올라 한 시간 남짓을 달려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 진접읍 내에 도착했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불이 켜진 가게로 들어가 해장국 한 그릇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산이 높은 지역이다 보니 해가 뜨는 시간이 늦다. 진접농협 옆 승강장에서 교육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공무원스럽게 생긴 사람 한 명을 발견하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서귀포시에서 교육을 온 계장이다. 교육등록을 하고 산림청 사무관의 ‘도시숲 정책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나니 이틀간의 교육 중 오전 한나절이 지나갔다. 제 아무리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틀 만에 도시숲에 대한 전체를 안다는 것은 무리일성 싶다.

교육기간이 짧다보니 엎어지면 코 닿을 위치에 있는 국립수목원에 대한 견학과정도 빠진 것 같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추위를 뒤로 한 채 교육원 뒤편 산림경영종합실습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목 맞추기’과정 산책로를 따라 산에 오르며 가지만 앙상한 나무를 보면서 이름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초보자에게는) 전체 실습과정을 다 둘러보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소요가 되겠구나!

그러면서도 산 뒤쪽에 있는 광릉수목원을 떠올리며 여기까지 와서 못 보고 내려가야 한다니!

사실, 교육기간 이틀(14시간)로는 ‘도시숲’전체를 이해하기에도 빠듯한데, 수목원구경을 가자고 우기는 것도 비 녹지직의 억지 주장이겠지! 물론 녹지직공무원(94명/108명)들은 교육을 자주오니 신물(?)이 날 정도로 구경을 했겠지만, 나처럼 처음인 사람한테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비록 푸른빛이 사라진 수목원이지만 강의를 몇 시간 빼먹고 다녀올까도 했었다.

같은 강의도 관료출신의 사무관 강사보다는 대학의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의 강의가 더 와 닿을 때가 있다. 이는 자기가 아는 지식을 남이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것도 사람의 능력이겠지만, 관료출신 강사들은 자기중심에서 자기 얘기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녹지부서 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로수조성 및 관리’에 대해서 천안 연암대학의 하○○ 교수의 강의시간에는 귀를 세우다 시피하고 들었다.

전국에 내놓으라는 가로수 길에 대한 사진과 함께 가지치기 방법에 대한 강의다. 이론적인 내용이야 업무를 맡고서 지난 몇 개월 동안에 접했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주변에는 근사하게 조성된 가로수길 하나가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민원인데, 사실 가로수관련 민원은 지방자치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민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통제받고 억압당하던 민초들의 분노가 일순간에 표출이 되고 분출이 되면서 당장 눈에 거슬리고 내게 피해가 된다 싶으면 분풀이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 가로수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거리나 청남대의 튜울립 나무길, 창원(진해)의 왕벚나무길이 처음 심었을 때도 지금과 같이 명품 가로수길 이었을까 라는 것이다.

‘강원도 안 가도 삼척이라고!’아랫녘엔 봄기운이 완연할 텐데 이곳 교육원 뒤편 골짜기에는 지금도 눈이 남아 있고 꽁꽁 얼어있다. 덕분에 감기 하나를 선물로 가져와서 지난 몇 일 동안의 흔적을 옮겨 본다. 언제쯤 우리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길 가로수 길을 갖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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