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무안신문]1994년 우르과이라운드협정 이후 한국농업의 중심적 화두는 규모화와 상품이었다.

한국농업의 소규모 영세성을 극복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농산물이라는 상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한지 어언 20여년이 흘렀다.

한국정부의 개방농정을 통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규모화와 농산물 상품경쟁의 결과 농업인구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생산비는 급증했으며 농산물값은 완전히 폭락했다. 또한 수입개방과 농업파산으로 식량자급률은 23% 이하로 추락했다.

왜 규모화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논리와는 정반대로 농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기 보다는 완전 저질 체력이 된 것일까?

지금 이 시각에도 농정당국은 농업보조금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농업현장에 보다 규모화를 실현하는 것만이 농업의 유일한 대안인냥? 떠들어 대고 있다.

규모화를 통한 상품간의 경쟁체제(농민간 경쟁체제)는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

이 논리의 이면에는 저가 농산물 정책이 숨겨져 있다. 정부는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모화를 주창한 것이 아니고 농업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농산물 값을 떨어트리기 위한 도구로 규모화를 주창한 것이다. 결국 정부의 숨겨진 의도대로 농업의 공공성은 완전히 훼손되고 농산물값은 폭락했다.

농업에서 소비자인 국민은 또한 생산자이다.

농업의 방향은 국가의 일방적 요구가 아닌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어진다. 우리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공공성 확립과 안전한 먹거리 생산의 요구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미국의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 촛불항쟁이며 학교급식논쟁이다.

역사적인 두 사건에는 정부의 요구와 국민의 요구가 정반대의 편에 서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업은 지금 고비용 저효율의 규모화를 보다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저비용 고효율의 소규모 공동체로 나아갈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규모화 정책은 우리 고유의 농촌공동체문화를 말살하고 농민간의 갈등과 대립만을 부추겨 농촌을 황폐화 시켜왔다. 또한 대량생산의 이면에는 화학비료와 농약, 배합사료로 범벅이 된 완전치 못한 농산물이 깊게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의 공공성 훼손과 국민의 외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향후 한국농업의 중심 화두는 소규모 공동체 복원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다.

완주에서 시작된 로컬푸드운동은 국민이 요구하는 한국농업의 방향이 무엇인지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국민들은 대량생산에 기초한 이름 없는 농산물보다 소규모 공동체를 통해 생산된 얼굴 있는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을 바라고 있다.

이 또한 현재 정부가 안전한 먹거리라는 내용보다는 값싼 농산물 거래방식이라는 유통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로컬푸드운동 본연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방정부와 농협, 농민은 손을 잡고 더 이상 농업농촌이 황폐화되기 전에 한국고유의 공동체 농촌을 복원하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운동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을 양적, 질적으로 확대하고 농민에게 안정된 소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농업 규모화는 엄밀히 말하자면 농민의 요구라기보다는 국가의 농업몰이 희생양이다. 더 늦기 전에 농업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국민에게로..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