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종합예술 서각·화각…옹고집 30년 송촌(松村) 유송종 옹
“작품속에 혼을 녹아낼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로 태어나”

▲ 유송종 옹이 화각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신문=김진혁기자]“서각과 화각은 글씨, 그림, 문양을 죽은 나무에 예술가의 생명을 불어 넣어 땀으로 새기고 채색해 싹을 틔워 꽃(작품)을 피운 섬세한 전통종합 예술입니다”

송촌(松村) 유송종(80) 옹은 예술쟁이 옹고집으로 삼향면 남악리 안동마을 산과 접한 곳에 거처와 작업실을 마련해 두고 30여년 넘게 서각과 화각 작품창작에 열중이다.

유명세를 쫓지 않고 상업적 판매에 물들지 않은 채 그 만의 창작기법으로 작품활동을 고집해 오다 보니 현재 보관 중인 작품만도 창고에 그득할 정도이다.

유 옹의 예술성은 선조로부터 내려 온 피를 받았다고 말한다. 동양화를 혼자 습득했고, 작품성은 남농미술대전에 출품해 남농 선생으로부터 “소나무 기법이 독특하다”는 칭찬까지 받으며 특선까지 차지할 만큼 높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직접 동양화(산수화)를 그려 화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은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각과 화각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관심만 있으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궁, 사찰, 정자 등의 현판 글씨 대부분이 서각이다. 

서각과 화각은 글씨, 그림, 문양을 나무나 돌에 새기는 것으로 문자를 매개로 한 서예적인 것, 조각적인 것, 채색의 회화적인 것 등을 서, 획, 색을 독창적 기법으로 작품속에 녹아낼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로 태어나는 공예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종합 예술이다.

서각(화각)은 중국의 갑골문과 암각화 같이 동물의 뼈나 나무, 돌, 흙, 조개껍질 등 자연재료에 기록한 것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에 목판인쇄술이 발달해 많은 서적이 출판됐고, 고려시대의 팔만대장경이 대표적인 서각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유 옹은 서각(화각) 작품은 예술성이 있어야 하고, 작품에 예술의 혼을 얼마나 담아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일각에서 어설프게 배워 예술가 흉내를 내면서 돈을 쫓아가는 사람도 상당수 여서 상업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없지 않는 점을 경계했다.

서각(화각)작품 탄생까지는 먼저 적합한 나무를 골라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 후 서각할 내용을 탁본 또는 종이에 써서 크기를 조절해 복사한다. 그리고 복사한 종이를 나무에 붙이고, 조각용 칼을 이용해 파낸 후 젖은 수건으로 종이를 불려 닦아 낸다. 이어 글씨와 그 외부분에 대해 미적 감각을 살려 색을 칠하고 니스를 발라 방충이나 방습을 막아 주면 작품이 완성된다.

이런 과정이 한 작품을 만드는데 길게는 한 달도 걸린다. 때문에 손가락에 상처가 아물 시간이 없고, 진이 박혀 배우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3개월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 옹은 “서각(화각)은 투박한 나무에서 다듬어 지는 예리한 끌의 놀림과 섬세한 그 순간 느낌이 좋아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유 옹은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 재료 고르기부터 심중을 기한다. 재료는 곡성(전남), 순창(전북), 계룡(충난) 등지에서 주로 구해 온다. 서각(화각)에 사용되는 나무는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나무의 수종만큼 다양한 나무가 재료로 사용된다. 다만 일반 간판용은 나왕이 판각이 쉽고, 저렴하여 가장 많이 이용된다. 고급은 향나무, 참죽, 가무, 은행나무, 대추나무, 느티나무고목 등 가격이나 작품성을 요구하는 내용에 따라 나무가 정해지기도 한다.

서각과 인연은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서각계의 유명한 사람을 만나 배웠고, 동양화는 천부적으로 타고나 혼자 틈틈이 그림을 그려오다 중국 파견 때 중국의 소나무 그림 대가를 만나 기법을 마스터 했다.

해남 출신인 유 옹은 젊은 시절 영국과 일본에서 23여년을 생활했다. 우리나라가 독일 등으로 광부, 간호사들이 인력수출을 나갈 때 무선통신사(1급)로 인력수출 1호로 영국에서 3년(1975∼1978년) 근무했고, 이어 일본에서 20여년(1979∼1998년) 근무했다.

퇴임 후 1984년부터 안동마을에 정착, 30여년 넘게 서각과 화각작품에 전념하고 있는 유 옹은 “서각과 화각을 제대로 하려면 목수 일부터 배워야 한다. 나무를 고를 줄 알고 자르고 색깔을 입힐 줄 알아야 하는 만큼 나무를 먼저 알아야 한다”면서“여생도 서각(화각)의 대중화와 국내 예술로의 자리매김을 하는데 일조를 해 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과 목포에서 동양화 개인전(2회) 3회와 서각 개인전(1989년, 목포)을 가졌다. 각종 공모전에서는 한국서가협회공모전(2005년) 특선, 한국서가협회공모전(문인화 부문) 특선 4회, 남농미술대전 특선, 한국서각협회 입선, 월간서예대전(2008년) 입선 등 다수의 입상과 한국서가협회 추천작가(2010년)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KBS TV(1989년)와 MBC TV((1993년))에서 소개된 바 있다. (전화 : 061-282-2290.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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