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흔히 돈이 없으면 권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돈과 권력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모이게 되고, 그들은 돈과 권력의 주변에서 편을 가르는 꼭두각시 역할을 한다.

명예는 돈과 권력의 한 단계 위에 있다. 돈은 쓰지 않으면 지켜지고 권력은 나누지 않으면 더욱 강해진다. 반면 명예는 인격을 통해 평가를 받아가는 생물과 같아 상당한 인격수양이 안된 사람들은 명예를 얻었더라도 이를 지켜 나가기가 여간 어렵다. 더구나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명예를 권력으로 둔갑시켜 나가는 실정에서 말이다.

지방의원은 명예직이다. 1992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한때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이런 명예직 지방의원들의 명예가 언제부턴가 권력으로 둔갑돼 남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지방의원은 ‘지역유지’들의 자리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당선 후에도 이들 주변에는 지역의 기득권층이 늘 함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이 나뉘는 병폐를 연출해 왔었다.

6·4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지난 7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지 100일이 지나고 있다. 늘 새롭게 시작할 때면 기대가 크지만 실망감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 같다. 솔직히 이번 지방의원 당선자 중에는 정당의 옷을 입었기에 명예를 얻은 의원들이 없지 않다. 반면 정당의 옷을 통해 당선된 의원들이 역대 기득권 출신 의원과 달리 신선함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초심으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면 과거 흠집은 자연스레 묻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몇몇 의원은 명예를 권력으로 남용하는 모양세가 세간의 입방아 오르내린다.

의원들 일부는 명예를 권력으로 포장해 대화와 소통보다는 상대 흠집내기 편가르기로 자신의 입지 구축을 통한 생존법 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꼼수는 오래가지 못하고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후보시절 군민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했던 일부 의원들이 이제는 군민을 팔아 실속 챙기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달면 삼키고 쓰면 맽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의정생활도 권력임을 방증하고 있다.

지역의 어느 정치인은 후보 시절 “정치인은 죽었다는 기사만 아니면 좋든 나쁘든 언론에 늘 오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유권자들에게 늘 회자되어야 함을 염두에 둔 말이다.

지역의 A의원은 최근 자신의 재판선고 결과를 싣었다고 하여 그 신문과 인연을 끊겠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B의원은 특정인의 기고가 자주 실린다고 하여 그 특정인이 신문사를 샀다는 확인되지 않는 말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단다. 또한, 걸핏하면 군민의 대표자라는 수식어를 무기 삼아 집행부 실·과장을 의원실로 불러 민원처리를 강요(?)하고, 의원이 없는 면(面)공사까지 보고하라고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물론 더 나은 의정활동을 위해 의원이 없는 지역의 사업 챙기기가 열정으로 보자면 칭찬감이다. 하지만 능력 밖의 욕심은 신뢰를 잃게 되는 것처럼 과거 일부 의원들이 소규모사업 챙겨보기와 별반 다름없어 보여 씁쓸하다.

공인으로서 의정활동은 군정과 도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미담기사는 당연하고, 지적기사는 권력에 대항으로 보는 것은 지방의원들이 지역언론 경시와 재갈물리기로도 보여진다. 더 큰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그들이 이런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주변에 처신한다면 훗날 편가르기의 중심에 서서 독선과 불통, 야합을 통한 지역의 불신을 더욱 키워 나가지 마란 보장이 없지 않다.

권불십년이다. 당선되면 올챙이적 시절을 잊어버리다 보니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3년이나 되고도 함량미달 소리를 듣고 있고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겠는가.

지방의원들이 권력으로 남용하는 의원직은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을 대신해 군정과 도정이 잘 운영되도록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예산을 심의하는 주민의 대리인 일 뿐이다.

따라서 최일선에서 국민과 접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은 청렴하고 군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는데 부단한 노력을 늘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제 의원들의 권력으로 분류되는 복잡한 예산과 행정사무 감시 견제를 위해서는 공무원들보다 더 전문적이고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행정공무원은 담당업무에 대해 고도의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쌓고 있는데 반해, 이를 감사 또는 조사하는 지방의원은 해당 사무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 동안 지방의회가 실시한 행정감사나 조사활동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아울러 기초 지방의회의 의원행동강령 제정도 필요하다. 모든 공직자가 공직행동강령을 준수하고 있는데 지방의회 의원은 제정·운영하지 않고 있다. 피감기관 비위를 감사하기 전 자신의 청렴성부터 준수하는 행동강령을 조속히 제정·운영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종래의 지연, 혈연, 학연 등 전근대적인 동질감을 기준 하기보다는 직능을 중심으로 해서 상호 권익을 보호하는 동질감을 갖게 되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 다만 농촌지역에서는 아직도 지연, 학연, 혈연 등 전근대적인 요인이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로 내려올수록 직능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지방의원들도 과거의 기득권 문화에서 벗어나야 함을 보여준다.

지방의원의 자질은 의원의 평소생활을 통하여 검증되는 것이다. 명예직 의원직을 권력으로 남용하지 않고 후보시절 공약대로 늘 처음처럼 겸손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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