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마당극…오키나와춤·마닐라춤 ‘끼’ 발산
사치요 씨 “꿈 이뤄 기쁘다. 공연 사진 일본 가족에게 보내겠다”

[무안신문=김진혁기자]무안에 사는 다문화 여성들이 연극배우로 참여해 청중들을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지 18년째인 오노 사치오(43, 쿠슈 후쿠오카현 출생) 등 5명과 필리핀 이주여성 3명, 태국 이주여성 1명 등 9명은 한달여 동안 해당 국가의 오키나와 춤과 마닐라 춤을 배워 연극배우로서 역할을 깔끔하게 선보여 극장에 참석한 300여명의 청중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극단 ‘갯돌’이 지난 19일(오후 7시30분)과 20일(오후 3시) 무안승달문예회관 대강장에서 마당극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를 2회 공연했다. 이 공연에 출연한 배우 22명 중 9명은 일본과 필리핀, 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무안거주 이주여성들이다. 일본여성은 하루미 씨, 히로꼬 씨, 사치요 씨, 노리꼬 씨, 유리꼬 씨 등 5명, 레아, 아레네, 로사이다 씨 등 필리핀 3명, 시리락 씨 태국여성 1명이다.

이들 이주여성들은 극단 갯돌의 제의를 받고 지난 8월말부터 오키나와 춤과 마닐라 춤을 배우기 시작, 지난 추석 연휴에도 춤 사위를 익히는 맹 연습을 열심히 했다. 특히, 문순득이 조선시대에 바다를 표류하며 도착한 오키나와, 마닐라의 모습과 고문화를 일부분 재현해 관객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들어야 하기에 춤사위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다.

이날 5분 정도 출연해 율동과 대사를 진행한 단역이었지만 이들은 난생 처음 300여명의 관객 앞에서 연습한 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오노사치요 씨는 “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한국 무대에서 그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공연 사진이 나오면 일본 가족들에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극단 갯돌 문관수 대표는 “춤과 노래만큼 사람들을 서로 통하게 하는 수단이 없다”면서“ 승달문예회관 상주 단체로써 1년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는데 기존 극단에서 공연해 온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에 일본과 필리핀 등의 다문화 여성이 출연하게 되면 관객에게 극이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추진했는데 성공적으로 역할을 해 주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문순득은 조선 후기 신안군 우이도에 살았던 홍어장수로 1801년 12월 흑산도에서 홍어를 사기 위해 태사도(太砂島)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일본 오키나와까지 밀려가 유구국에 표착했다.

이후 3개월을 머물다가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탔으나 이때도 풍랑을 만나 표류하며 필리핀(여송국) 마닐라에 다다랐다. 이곳에서 약 9개월을 머물다가 마카오, 광둥, 난징, 베이징을 거쳐 1805년 1월 고향으로 돌아와 당시 유배를 온 정약용 선생의 형 정약전 선생을 만나 표류하며 겪은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정약전 선생은 문순득의 체험담을 토대로 표류한 날짜별로 표해시말(漂海始末)이란 책을 지었다.

갯돌은 정약전이 쓴 <표해시말>의 표류기를 뮤지컬 마당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 바 있으며, 앞으로 출신 국가의 민속을 선보이거나, 인기 연극을 들여와 무대에 올리는 등 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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