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없을까?

▲ 무안군청 이재광
유년시절 한때나마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그 무렵 할머니들한테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집(울타리)안에 키 큰 나무를 들이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때는 그 얘기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헤아릴 것도 같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우와 강풍, 폭설 등 기상이변과 대재앙 앞에 그 누구도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우려되는 일까지 예측을 해 보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너 해전, 해안쪽의 모 면에 근무할 때 마을 출장길에 목격했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전신주보다 높게 자란 감나무의 아랫부분을 포도의 수확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환상박피(環狀剝皮)를 해 놓은 것처럼 나무 밑동이 빙 둘러 껍질이 벗겨져 있고, 불을 놓았는지 검게 그을린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 있는 끔찍하고 아찔한 광경이었다.

아마도 나무가 마냥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기세가 두려웠던지 더 이상 커나가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그리 해놓았지 않았나 싶었다. 나무를 베어내면 될텐데! 그리 하지 못하니까 생각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으니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생각해 내지 않았나 싶었다.

필부필부(匹夫匹婦)와 같은 필자 역시도 나이가 들고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리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장기교육을 마치고 복귀해 바뀐 부서로 옮겨 채 보따리를 펼치지도 않았는데, 엊그제 태풍(나크리)으로 소나무가 넘어져 지붕을 덮쳤다는 전화다.

모르긴 몰라도 몇 군데는 거쳐서 필자에게 연결된 전화일 것이다.
지극히 공무원(?)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군에서 심어놓은 가로수가 태풍으로 넘어져 통행에 장애가 된다거나 유전자·종·생태계 등의 보전관리를 위해 지정된 보호수라면 저희 부서에서 처리를 하는데, 어르신의 경우는 어렵네요. 지붕을 덮고 있다면 재난을 총괄하는 부서의 전화번호를 알려 드릴 테니 그쪽으로 연락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뻔뻔하고 지극히 공무원스런 전화응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럽고, 지금껏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해 왔던 조직 내부의 부끄러운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내 본다.

그러면서 전화상으로는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점심식사를 뒤로 미루고 마을로 찾아갔는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대숲에 심어진 소나무가 고사되어 그것이 태풍에 넘어져 부속사를 덮치고 있고, 도복된 소나무 말고도 죽은 소나무 몇 그루가 가옥방향으로 기울고 있었다.

장비 진입도 어렵고 어차피 사람의 힘으로 처리를 해야 할 형편이고 잘못하다가는 지붕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일이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혹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달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좋은 일을 하려다가 잘못되어 덤탱이를 쓰는 경우가 그것이다.

돌아가서 검토(?)해 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나오는 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산림 내 자생하는 임목도 아니고, 따로 안내판을 설치 관리를 하는 보호수도 아닌 개인의 사유물이기에 소유자(관리자)가 응당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처리를 해야 하는데, 7~80객들만 남아 있는 농촌의 현실에서 가당치나 한가!

또, 민선이라는 이름하에 소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던 유권자들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조직내부의 규정이나 절차 따위는 남의 얘기일테니까! 어떻게든 해결을 해줘야 하는데 참으로 어렵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여기며 좋게만 생각하기에도 분명 한계는 있다. 예산과 인력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게 행정이기 때문이다.

또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예측도 해야 한다. 행여 작업을 하다가 안전사고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감수해야 하기에! 또, 섣불리 손을 댔다가 차후 이와 유사한 민원들이 있을 경우 죄다 우리 부서에서 도맡아 처리를 해야 되기에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실재작업을 하게 될 젊은 작업반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계장님, 우리가 처리해 줍시다. 대신 다음부터는 분명하게 선을 그으십시오. 다 받아주면 계장님이 힘들어 집니다.” 라면서 걱정을 해 준다.

그래!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일 내일 따지기 좋아하는 조직의 속성상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일을 도맡아서 전부 처리한다는 것도 그렇고 더군다나 풍수해가 잦은 여름철 지붕높이 보다 더 키가 큰 노거수로 노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누구는 컨트롤 타워라고 떠 넘기고 누구는 업무분장이 안 되었다고 빼고...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없을까?
사실,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도 실태를 파악해서 장비와 인력을 보강해서 대비를 하는 그런 시스템구축이 이제는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군민 위한 감동 행정으로 시작되는 군정 캐치프레이를 상기하며 해 보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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