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중순도 시원할까? 시기 늦춘 대신 폭염·태풍 위험 커
연꽃도 소득도 없는 축제 한계 여전…콘텐츠 개발해야
농수특산물 생산·가공·체험 연계할 수 있는 6차 산업화 필요

[무안신문=서상용기자]김철주 군수 당선 이후 부활 3년째를 맞은 이번 무안연꽃축제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축제장을 방문해 외형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 끌어 모으기에 성공했다기보다는 시원해진 날씨와 인근 지역에 경쟁축제가 없는 가운데 휴가 막바지 연휴에 맞춘 축제 일정이 흥행에 큰 몫을 했다는 시각이 높다. 무엇보다 축제의 주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볼 때 이번 무안연꽃축제가 소득축제로써는 부족했다는 분석이어서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연꽃이 없다

1997년도에 시작, 올해로 18회째 열린 무안연꽃축제는 동양 최대 10만평 백련자생지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주제로 하고 있다. 회산백련지에서 자라는 백련은 우리나라 재래종으로 꽃이 크고 희다. 그러나 재래종 백련은 일시에 개화하지 않고 7~9월에 거쳐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특히 아침에 피고 낮 시간에는 꽃잎을 닫는 경우가 많다. 백련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꽃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도 백련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연꽃이 없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실제 백련지엔 토종백련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개화가 잘되는 ‘인치사 백련’ 마저 꽃이 저버려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18회 개최된 축제 가운데 단 한차례를 제외하곤 백련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연꽃 개화의 비밀을 풀어 만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백련지가 경쟁력을 갖고 관광지로써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축제 여전히 무색

한때 연꽃축제는 ‘대한민국 연산업축제(2009~2010)’로 명칭을 변경하고 산업화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동안 총사업비 190여억원이 지원된 백련클러스터사업이 큰 성과 없이 종료돼 연산업축제도 막을 내렸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백련에 지역의 문화예술과 농업이 결합해야 한다. 축제만을 위한 축제는 결국 한계를 보이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무안군은 이번 연꽃축제에 약 2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고 집계했다. 축제 초창기 몇 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관광객이 무안을 찾았다.

그 많은 관광객이 무안을 찾아와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갔나를 따져보면 실망스럽다.

무안군은 황토농특산품 판매장에서 약 5천여만원의 지역 농산물을 판매했고 6곳의 향토음식관은 1억5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안읍 낙지골목의 경우 축제기간 손님이 몰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일로읍의 경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축제가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농수특산물의 생산, 가공, 체험을 연계할 수 있는 6차산업으로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연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연꽃축제는 소득 연계축제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또 농촌체험, 생태학습, 트레킹, 캠핑, 레저스포츠 등 치유, 휴양, 힐링 문화체험 등 매력적인 지역관광 콘텐츠 개발해야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심각한 주차난

◆주차장 부족

축제 둘째날과 셋째날 회산백련지 인근도로와 농로는 주차된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회산백련지 정식 주차장이 537대, 임시주차장 300대 수용 규모에 불과해 나머지 차량은 모두 도로와 농로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백련지 정식 주차장은 주말이면 물놀이장을 찾는 이용객들의 차량만으로도 만차 될 지경이어서 주차장 부족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주차장이 밀려오는 차량을 소화하지 못해 관광객들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백련지에 도착하기까지 길게는 2시간이 소요됐다.

축제때 사용할 수 있는 임시주차장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놀이장 확장해야

지난 7월25일 개장한 백련지 야외물놀이장은 저렴한 이용요금으로 하루 평균 1천여명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 1.2m까지 형성되는 파도풀은 인접 지역에서 손꼽히는 인기 명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유아풀, 어린이풀, 파도풀 등 3곳만 구비된 물놀이 시설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인풀과 미끄럼틀, 취사가 가능한 바비큐 파티장, 그늘막 등을 늘려 시설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난장에서 공연하는 품바왕

◆품바 외면

이번 연꽃축제에선 지역의 문화자원 중 개발가능성이 가장 큰 ‘품바’가 철저히 외면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안군은 축제 셋째날 저녁 연극 ‘품바’를 무대에 올렸다. 무안 일로는 각설이 대장 천장근이 활약한 천사촌이 있고 천장근의 삶을 극화한 연극 ‘품바’의 탄생지다. 그래서 ‘품바’는 연꽃축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콘텐츠이고 한때는 매인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도 했는가 하면 매년 일로품바축제를 개최하여 품바왕을 뽑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축제에서는 이들 역대 품바왕들이 장돌뱅이(?)로 전락했고, 대신 연극 ‘품바’ 공연은 서울에서 온 팀이 맡았다.

일로품바보존회와 무안군은 ‘일로품바페스티벌’을 2012년까지 7년 동안 개최해 실력 있는 각설이들을 시상해 왔다. 배출된 장원만 7명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 품바 장원들은 난장에서 물건파는 ‘엿장수 품바’로 전락했다. 품바페스티벌을 통해 배출된 장원들의 관리 소홀로 인한 이들의 공연을 주무대에선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동선 산만

이번 연꽃축제는 가장 산만한 동선을 유도했다는 평가다. 하나의 동선을 따라 체험, 먹거리, 농산물 판매, 공연관람, 연꽃관람이 이루어지지 않고 모두 제각각이었다.

체험을 위해선 체험장으로, 밥을 먹으려면 식당으로 농산물을 구입하려면 판매장으로 발품을 팔아 찾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였다.

또 식당이 가까운 장소가 있었음에도 주무대에서 멀리 배치돼 이용불편을 초래했고 500여m 떨어진 곳에 만들어진 분수대는 찾는 이들이 없었다.

▲물바다가 된 난장

◆편의시설 부족

올해 백련지 내 연꽃매점이 철거되면서 불편을 낳을 것이라는 걱정이 현실이 됐다. 무안군은 이동식 편의점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축제장에서 편의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늑장 대처로 편의점과의 계약에 실패한 것이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살 곳이 없었고 특히 담배를 파는 곳이 없어 애연가들의 불만을 샀다.

아울러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유모차와 휠체어도 부족했다. 또 방치된 난장도 관광객들을 불편하게 했다. 사리부설(자갈을 평탄하게 까는 것)조차 해주지 않은 야시장 부지는 축제기간 내내 내린 비로 진흙 범벅이 됐고 축제 마지막 날엔 폭우가 내려 물바다가 됐다.

◆내년 8월 중순도 시원할까?

이번 연꽃축제는 날씨가 도와 줘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열대야 한번 없이 지나가는 여름은 축제기간 내내 최고기온이 30℃를 넘지 않는 아주 특별한 날씨를 선물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무안지역 낮 최고기온이 축제 첫날 22.9℃, 둘째날 26.6℃, 셋째날 28.2℃, 넷째날 24.6℃를 기록했다. 8월 중순 기온으로는 믿기 어려운 날씨였다.

선선한 기온에 가족단위로 백련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또 무더위로 인한 짜증에서 벗어나 무대공연을 보는 집중력과 호응도가 좋아졌고 백련지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났다.

휴가 막바지 연휴에 맞춘 축제 일정도 흥행에 큰 몫을 했다. 광주·전남권에서 유일하게 축제를 개최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축제 흥행요소가 혁신적인 프로그램 마련이나 볼거리, 먹거리 제공이 아니었다는 점은 최대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마냥 무안군이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8월 중순 개최가 올해는 성공했지만 내년에도 관광객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8월 중순까지는 통상 1~2차례 태풍이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올해처럼 시원한 8월 중순 날씨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14일은 최고기온(목포기준) 32.4℃, 15일 32.9℃, 16일 33.1℃, 17일 33.2℃였다. 가마솥 더위에 태풍 맞은 연꽃과 연잎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줘야 할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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