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활주로에서 특수하게 생긴 차량들이 항공기 날개와 주요동체에 하얀 분말을 뿌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이 색다른 풍경에 여행객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지만 다름 아닌 겨울철 항공기 안전운항에 가장 필수적인 ‘DE-ICING’(항공기 제빙) 작업을 하는 것이다.

DE-ICING 작업이란 항공기 기체 외부에 달라붙어 있는 서리나 얼음, 눈 등을 제빙액을 이용해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항공기 운항관련 규정에는 ‘CLEAN AIRCRAFT’ 라고 해서, 항공기가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서리, 얼음, 눈은 항공기 날개와 조종면, 기타 항공기 중요분분에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연방항공청(FAA)은 ‘기체표면 결빙 시 항공기를 이륙시킬 수 없다’는 조항을 법규로 정해 전 세계 공항, 항공사에서 동일하게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기체 표면의 글자나 페인트를 칠한 선이 보일 정도의 얇은 서리는 허용이 되지만, 항공기 이륙 전 서리나 눈 등이 항공기 날개에 쌓여 있는 것이 발견됐을 때는 즉각 운항 승무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DE-ICING 작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기체표면이 결빙되었을 경우, 항공기 이륙 시 필요한 충분한 양력을 확보하지 못해 추락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시속 280km에 가까운 속도를 내게 된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날개에 쌓인 눈이나 얼음이 바람에 의해 제거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오산이다.

실제로 지난 1982년 1월 13일 미국 위싱턴 DC에 위치한 내셔날 공항(현 레이건 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79명을 태운 에어 플로리다 항공기가 DE-ICING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륙하다 인근 포토맥 강의 다리를 들이박고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시고로 74명의 승객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DE-ICING 작업은 가열시킨 제빙액을 항공기의 날개와 기타 주요 작동부위 표면에 뿌려 눈 등의 결빙물을 제거하고, 제빙작업이 이후 재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방빙제를 표면에 뿌리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제빙액을 뿌리는 시간은 보통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작업 후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빙 타임테이블(HOLD OVER TIME TABLE)에 따라 외부기상과 온도별로 허용된 재결빙 방지시간 내에 항공기를 이륙시켜야해 DE-ICING은 보통 항공기 이륙 전에 실시된다. 이 과정에서 부득이한 지연 출발이 발생하는 것이다.

20~30분 늦지만 안전하게 갈수만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 즐거운 여행길의 출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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