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꼬기ㆍ띠배 만들기ㆍ길놀이ㆍ줄당기기ㆍ당산제ㆍ우물굿ㆍ지신밟기 다채
극단 갯돌의 신명나는 마당극과 띠배띄우기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

[무안신문=서상용기자]선조들의 얼과 지혜를 갯벌에서 만나는 현경 월두마을 ‘달머리 당산제’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이틀 동안 국내 1호 갯벌습지보호지역인 현경면 월두마을에서 열렸다.

현경 ‘달머리 당산제’는 수백년 전부터 내려온 마을 풍습으로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전날 집집마다 볏단을 추렴해 세 번씩 세 번 꼬아 만든 ‘진 줄 당기기’ 줄을 만든다. 초하루 아침이 밝으면 이 줄을 어깨에 메고 할머니 당산 앞으로 나아가 풍물로 흥을 돋우고 할머니 당산나무에 줄을 칭칭 감은 다음 음식을 차리고 제를 올린다.

당산나무에 줄을 칭칭 감는 것은 남녀의 교합으로 출산의 풍성함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례로 여성을 상징하는 마을 우물가에서 우물굿 한마당이 펼쳐진다.

당산제 첫째 날인 2월 28일에는 관광객과 주민이 참여하는 새끼 꼬기와 띠배 만들기가 진행됐고 둘째 날인 3월 1일에는 오전 10시부터 길놀이, 줄당기기, 당산제, 우물굿, 마을 지신밟기, 마당극, 북춤, 띠배띄우기 순으로 진행됐다.

또한 작년에 이어 극단 갯돌의 마당극이 함께 흥을 돋웠는데 올해에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남도천지밥’과 신명나는 ‘북춤’으로 마을 주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월두마을 김인정 이장은 “선조들의 얼과 지혜가 깃든 전통의례인 당산제를 전승함으로서 마을의 안녕과 바다와 갯벌의 풍어를 기원하는 축제”라며 “국내 제1호 갯벌습지보호지역, 람사르 갯벌, 전남갯벌도립공원 내 문화자원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목적으로 당산제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산제에 참여한 극단 갯돌 문관수 대표는 “이번 무안 ‘달머리 당산제’가 무안 특유의 ‘갯벌’이라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 각종 체험 행사로 구성했다”면서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되살리고 도농교류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달머리(월두) 당산제
마을 지형이 동서남북 어디에서 보아도 반달 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달머리 마을. 행정구역 상 명칭은 ‘달머리’라는 우리말 대신 월두(月頭)라는 한자어를 쓰고 있다.

주민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400여년 전 정유재란 때 나주 남평 등지에서 선조들이 피난을 와 ‘호랭이 나올 것 같았던’ 땅을 개간하고 바다에서 주로 조개를 습득해 연명하며 자식을 낳고 길러 오늘의 달머리 마을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한다.

월두 마을은 마을이 형성되면서부터 ‘당산제’를 통해 마을의 안녕과 주민 모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 왔다. 특히, 대부분 농촌의 당산제가 당산나무(木)에 제를 올리는 특징을 띄는 경우가 많지만 월두마을은 사뭇 다르다.

◆할아버지 당산은 ‘왕따’
무안지역 당산제는 당산할아버지, 당산할머니라는 부부신 형태가 기본형이다.
하지만 월두마을 당산제의 경우 집집마다 추렴한 몇 뭇씩의 짚으로 줄다리기 줄을 만들어 당산할머니 나무에만 감아둔다는 점이다. 제물도 마을우물과 당산할머니 앞에만 차려둔다. 400살이 넘은 멋진 곰솔인 할아버지 당산은 이날 철저하게 소외 받는다.

정작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자랑인 할아버지 당산에는 술 한잔 따라놓지 않았다.
아버지 당산의 푸대접에 대해 연유를 주민들도 잘 모른다. 마을 어르신에게 물은 즉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는데 혹시 할아버지 당산에 제를 지내면 혹시나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안한다”고 답했다. 일설에는 옛날 마을에 천연두가 퍼져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당산에 제를 모셔온 게 혹시 잘못 됐을까’하고 의견을 모아 당산제 때 할아버지한테는 가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이처럼 할아버지 당산에 얽힌 알쏭달쏭한 사연을 갖고 있지만 월두마을의 당산제는 주민들의 신명으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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