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시아 소치에서는 동계올림픽(2월8일∼24일)이 한창이다. 밤이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선수들의 경기를 보다보면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이다. 그리고 아침이면 부족한 잠 때문에 늦은 취침을 후회한다. 그러나 다음날 밤이면 또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자정을 넘긴다.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고 금메달 따는 모습의 순간을 함께 감동으로 느껴보려는 욕심 때문이다. 여기에 페어플레이하며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선수들의 모습과 한 순간 실수로 4년 각고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아픔의 감정이입도 밤잠을 설치게 한다.

그 무수한 시간을 형언할 수 없는 피땀의 파편들로 엮어 온 삶이 촌각의 다툼에서 희비가 갈림은 드라마로도 엮어 내지 못하는 감동이 있다. 각본 없는 현장감 때문에 그 짧은 순간 가슴 조이고 열광한다. 더구나 같은 세월을 보내고, 게 중에는 더 많은 훈련을 하고도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대부분의 선수들 마음이 오죽할까?. 1분도 안 되는 시간으로 승부를 가르는 한판 승부가 선수들의 인생을 가름한다는 게 너무 가혹할 뿐이다.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리면서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 왔을 것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절절하다.
하지만 경기에는 반드시 승부가 갈리는 법. 스피드스케이팅은 찰나의 다툼이다.

지난 12일 소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출전선수로는 이상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 빙판 위의 여제답게 첫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

이 경기는 촌각을 다투다 보니 승부가 냉혹하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남자는 35초, 여자는 37초에 운명이 갈린다. 선수가 달리는 반분(半分)의 시간.

이상화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차 레이스 37초42, 2차 레이스 37초28 합계 74초70의 기록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캐나다의 선수가 작성한 기록을 12년 만에 0.02초를 단축시킨 기록이다. 그리고 개인은 보니 블레어(미국 1988ㆍ1992ㆍ1994년)와 르메이돈(캐나다 1998ㆍ200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 영광의 ‘전설’ 반열에 합류했다.

숫자로 표기되는 0.05초 0.02초는 인간의 감각으로 느끼기 어려운 시간이다. 일상에서는 ‘찰나’지만 그 ‘찰나’에 엄청난 희비가 엇갈린다. 2위 러시아 선수는 이상화에 불과 0.36초 늦었고, 네덜란드 선수는 0.78초 뒤져 동메달을 획득했다. 7위 중국 선수는 75.68초로 이상화 기록보다 0.98초 늦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결과에 순위는 크게 달라졌다.

반면 개인의 실수로 혹은 타인의 실수로 피해를 입고 영광의 자리에서 멀어지는 선수들도 많다. 이들은 메달을 딴 영광의 선수들보다 절절한 애석함을 남겨 준다.

우리나라에 두 번째 메달을 안겨 준 박승희 선수는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1위로 달리다 뒤따르던 영국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이에 걸려 미끄러져 동메달을 차지했다. 결승까지 1위로 올라왔고, 결승 레이스에서도 가장 맨 앞에서 첫 바퀴를 돌던 중이었다.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가려다 한 번 더 넘어져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4위로 골인,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넘어진 선수가 실격당해 박 선수에게 동메달이 주어져 박 선수는 4년 전 밴쿠버 대회 여자 1,000m와 1,500m에서 각각 동메달 수상을 포함 자신의 올림픽 메달을 3개로 늘리는 행운을 안았다.

승자가 있기에 패자의 발전이 다시 새 역사의 기록을 쓰게 된다.
악전고투 레이스 도중 실수로 넘어지는 선수도 나온다. 다른 선수의 실수로 함께 넘어지기도 한다. 어부지리 행운 선수가 나오면서 안타까움의 탄식도 쏟아진다.

이상화 선수는 모두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기대 부담도 엄청 따랐을 것이지만 개의 치 않았다.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한 투혼이 찰나의 피 말리는 싸움을 승리케 한 원동력이다.

금메달 확정 후 비하인드 스토리가 화제다. 이 선수 어머니는 하지정맥이 허벅지까지 올라온 만큼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딸의 부상이 너무 괴로워서 ‘그만 두자’라고 제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승희 선수의 동메달은 예선부터 줄곧 1위로 결승까지 오를 만큼 페이스가 좋았던 터라 억울할 법했다. 그래도 박 선수는 웃으면서 메달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두 번 사람을 감동하게 했다.

진실한 노력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감동을 준다.
스케이트 ‘날’을 좀 더 빨리 넣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일반인들이 상상키 힘들 정도란다. 총성과 동시에 튀어 나가야하는 스타팅 순간의 집중력과 피니시라인. 지나친 집중력이 부정 출발도 유발한다. 그때면 심판은 인정머리 없이 과감히 페널티를 주는 것도 한 볼거리이다.

특히, 소치 올림픽에서 눈길을 끄는 안타까움도 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ㆍ러시아명 빅토르 안) 선수이다. 빅토르 안은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중심선수로 활동하며 우리나라에 보란 듯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이 안 선수에게 욕하는 사람은 없다. 기득권의 잔치에 밀려 러시아로 귀화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속사정이 우리 사회의 정치권이나 지역의 기득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소치올림픽의 정정당당 페어플레이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6ㆍ4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 후보들에게 어떻게 해야 국민의 관심을 얻는지 전해 졌으면 싶다. 열심히 노력한 피땀이 메달을 만들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듯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 아니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오는 6ㆍ4지방선거에서 진한 감동으로 지지받는 선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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