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문화 사회’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등으로 1990년대 초부터 붐을 타기 시작했던 국제결혼. 무안지역 도 1990년대 초부터 종교단체나 결혼 알선업체 등을 통해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다문화 가정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이주여성들을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 그들은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의 일원이 됐다. 그런데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그들 포용이 관대하지가 않다. 때문에 편견과 차별의 고통 속에서 여전히 그들은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만 해도 그들에게는 한국이 희망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이방인의 현실을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전국적으로 4만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무안지역은 9월말 현재 14개국 다문화여성으로 441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를 비롯해 시군 지자체들은 아직 다문화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총괄 ‘컨트롤 타워’가 없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정책의 중복 추진사업을 파악, 생색내기(?) 지원의 비효율성부터 줄여야 한다.

단일민족을 자랑했던 우리나라의 다문화는 이제 현실이다. 1차 다문화가족지원정책기본계획(2010-2012년) 시행도 여러 해 지났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다. 특히 문화적 갈등에다 언어 소통 부족 등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챙겨야 할 중요 현안이다.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정체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격리된 생활이다. 다문화 자녀에 대한 따돌림과 이에 따른 예측가능한 사회적, 교육적 문제 해결책도 필요하다. 아울러 언어 소통 및 보육․교육 문제, 직업 다변화 등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거쳐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나아갈 방향, 그리고 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
2. 갈길 먼 다문화 자녀교육
3. 이제는 ‘다문화 사회’

▲ 2012년 다문화가족 문화유산 탐방 장면

◆무안 이주여성 441명=무안은 9월말 현재 14개 국가에서 441명이 한국으로 시집와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154명으로 전체(441명) 34.92%를 차지 중국과 필리핀을 앞질러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크게 늘었음을 보여 주었다. 이어 중국(111명), 필리핀(78명), 일본(49명), 캄보디아(20명), 태국(11명), 키르기스스탄(4명), 몽골(7명), 기타(7명) 등 순이다.
읍면 거주지별로는 삼향읍이 100명으로 가장 많고, 무안읍 75명, 일로읍 70명, 청계면 54명, 현경면 44명, 해제면 35명, 운남면 34명, 몽탄면 19명, 망운면 10명 등 이었다.

▲ 무안군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 장면
◆이주여성들 바쁘다=이주여성들은 언어문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타국살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도시와는 다르게 농업에 주로 종사하는 가정 경제의 어려움이 큰 데도 여러 가지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경제활동을 못하는데서 오는 상실감도 크다.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 외엔 지역사회에서 마땅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수년 전부터 관내 여성단체들을 비롯해 기관들이 이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고자 각종 지원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이주여성 지원에 가장 처음으로 나섰다고 볼 수 있는 청계어린이집의 경우, 어린이집 공간을 교육장소로 삼아 한글 교실 외 문화체험 교육, 비즈공예 같은 부업거리에서부터 영어권 동남아 국가 출신 이주여성들을 학원이나 교육기관 취업까지 연결시켜 주는 톡톡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결혼 다문화가정 증가에 큰 몫을 차지하는 통일교회 역시 한글 교실과 각종 취미활동 등을 다양하게 전개해 왔다.

아울러 무안열린가정상담센터·청계어린이집·건보무안신안지사·자활후견기관 등 4개 기관이 연대한 ‘희망네트워크’도 교육지원과 취업사업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평생교육사업으로 무안공공도서관의 봄·가을 한글교실, 무안여성상담센터 한글교실과 각종 상담활동, 무안군여성농업인센터, 무안종합사회복지관 등의 기관단체에서도 이주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무안지역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전문 공부방인 무지개지역아동센터도 2009년 1월부터 다문화가족 학생들의 방과후 학습지도와 일본어, 영어, 중국어 원어민들의 외국어지도, 아동상담, 한문급수교육, 특성 적성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단체들의 지원사업은 다문화가정을 지역사회 중요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그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고 있다는데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주여성 지원사업이 중구난방으로 시행되다 보니 문제점도 없지 않다. 특히 다발적으로 시행되는 한글교실은 수혜자들의 중복성이 강해 마지못해 참가하는 이주여성들이 늘어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씨(필리핀)의 경우, 한 주에 2∼3곳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적도 있을 만큼 바쁘다. P씨(태국)는 한국말 배우러 집밖 출타가 잦아 남편과 시어머니의 핀잔을 들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에 각종 단체들이 이주여성 지원 사업을 끼워넣기 식 행사 프로그램으로 사업비 타내기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단체들의 교육사업 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 더구나 이주여성들이 한글 배우기나 취업, 혹은 이곳저곳의 행사에 불려 다니는 사이 그들의 영유아 자녀들은 보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새겨 볼 문제이다.

◆약자 취급 지원 안돼=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다양한 다문화 관련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주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에 고통받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들 때문에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섬세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다문화가족’이라는 큰 틀로 묶어 한 그릇 안에 담아내려 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무안군 다문화 지원예산=2012년 무안군 다문화지원 예산은 총 3억6천972만원이다. 이중 국비가 2억1천718만1천원, 도비 6천2백2만원, 군비 9천만51만9천원이다. 사업은 다문화센터지원센터 운영지원이 1억3천893만원으로 전체 37.57%를 차지한다. 이밖에 다문화가족 방문교육, 다문화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2천946만5천원), 결혼이민자 통번역지원사업, 다문화가정 자녀 멘토링사업(군비 350만원), 비타민합창단 운영(1천만원), 다문화가족운동회(5백만원), 다문화가정 인터넷사용요금지원(1천548만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리모델링(1천만원)  등으로 이들 사업 모두는 무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군비는 다문화가정 자녀 멘토링사업, 비타민합창단 운영, 다문화가족운동회 등 3개 사업에 1천850만원에 불과하고, 대부분 국가 지원비가 많다. 더구나 예산은 다문화에 100% 지원을 하고 있지만 70%는 행사지원금이다 보니 사실상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무안교육지원청은 2011학년도에 전략적 과제로 다문화가정 더불어 사는 능력 기르기 지원사업을 추진, 학교와 무안지역아동센터 및 무안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의체를 구성해 다문화가정 학생 맞춤형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찾아가는 다문화가정 맞춤형 교육상담지원활동’을 추진, 오는 11월엔 ‘통(通)-통(通) 다문화 아버지학교’를 열고 12월엔 ‘다문화 어머니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부모 다문화가정 대안 시급=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자녀 교육 문제와 더불어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이 한부모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이들은 남편 한 사람만 믿고 타국 땅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가 남편의 질병이나 나이 차로 인한 사별, 문화적 갈등 이혼 등으로 한부모 가정이 사회문제로도 커지고 있다.

9월말 현재, 무안지역에는 441가정 중 배우자 사별 6가정, 이혼 13가정, 가출 35가정 등 총 54가정으로 전체 대비 12.24%를 차지, 10가정 중 1가정은 혼자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무안지역 다문화 10가정 중 6가정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무안군 다문화가정 소득수준은 전체 441가정 중 보통은 173가정으로 39.22%에 불과했다. 반면 저소득(167가정), 차상위(58가정), 수급자(43가정) 등 268가정이 저소득층 이하로 60.78%를 차지, 10명 중 6명은 저소득층으로 이주 여성 대부분이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살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이혼을 낮추기 위해서는 결혼 단계에서 혼인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불법적 국제결혼 중개행위에 대한 통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녀 미래 직업 어떻게=다문화 부모들은 자녀들 미래 직업 고민 해결이 어렵다. 이주여성들은 한국 문화교육을 모르다보니 자기나라 문화로 아이들에게 교육 시킨다. 특히, 이주여성 자녀들은 “우리는 가난하다”고 스스로가 생활고 피해의식 지표를 가지고 있다.

이주여성 가정 자녀는 9월말 현재 751명으로 가정당 평균 1.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녀 연령대별로는 0~5세 521명으로 가장 많고, 6~13세가 143명, 14∼19세 83명이다. 아울러 고교 졸업 후 사회생활이 요구되는 19세 이상도 4명이나 됐다.

특히 국제결혼 가정들의 꾸준한 출산률을 견줄 때 10년 뒤에는 농어촌 학생 7∼8명중 1명 꼴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어 그들을 체계적으로 보듬어 안을 대안이 시급하다.

◆고향보내기 정책=이주 여성들이 시집 와 살면서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어 고향보내주기 사업도 필요하다.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는 지난 2011년 다문화가정 1곳과 2012년 5가정을 선정하여 왕복 항공권과 체재비 50만원을 지원 받아 9박10일간 모국방문 행사를 가졌고, 농협무안군지부도 2011년 12월 다문화 1가정을 선정해 배우자와 자녀 등 4명에 대해 모국인 베트남 방문을 다녀오도록 했다. 현재 다문화 여성들 대부분은 외롭고 힘든 타국생활이지만 비행기표 값이 없어 고향도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안=앞으로는 다양성과 개방성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때문에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를 더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께 다문화가족이 우리나라 인구의 2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다문화가족 정책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다문화교육 역시 다문화가족 자녀를 비롯해 모든 시민, 학생, 청소년이 함께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돼야 한다. 특히 이들 가족의 자녀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지원이 현재 언어발달지원이나 초기발달단계의 교육에 집중돼 있어 자녀 연령대 상승과 함께 제기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힘들다.

C초등학교 A교사는 “지원책이 무분별하고 의무시 돼서는 안 되지만, 사실상 도외시되고 있는 만큼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저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하는 인성과 문화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원은 가정, 학교, 지자체가 깊은 연관 관계를 맺어야 그들이 진정한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여 진다”며“무분별한 지원이나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은 미연에 막고,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보육과 교육비 문제에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주 여성들이 대다수 높은 학력을 소유한 사람들인 만큼 이들을 활용한 통역, 그리고 방과 후 교육 등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

다문화 정책도 그들이 책임있는 시민으로 우리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역량을 이끌어내 어떻게 우리사회의 자원으로 활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히 보이지 않는 차별, 편견, 언어 ‘나이’ 문화차이로 인한 갈등 등 다문화 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민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지원도 일반 학생들이 역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이들이 거부감이나 수치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주여성의 경우 국적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등 ‘삼중고’에 빠지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활성화 필요=현재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 사회와 한국 사회를 분리하고 있다. 각종 지원책으로 다문화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곳에는 함께 어울리는 한국인은 없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다문화인들에게 관심도 없고 여전히 어색함을 느낀다.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한국인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특히 무안 지역의 경우 많은 다문화가족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농촌이나 어촌에 거주하고 있어 찾아가는 사업들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직원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다보니 고용 불안정성과 함께 센터 사업 특성상 야간, 주말에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직률이 높다.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은 사업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센터를 이용하는 다문화가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센터 직원들의 복지, 근무여건 향상,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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