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인 지난 23일 무안의 들녘은 만추(晩秋)로 치닫고 있었다.
황금빛 물결치던 논은 듬성듬성 하얀 곤포사일리지만 남겨둔 채 빛이 바랬고 가로수는 도로에 낙엽을 떨구며 푸른 여름날을 추억했다.
더 붉을 수 없이 탐스럽게 익은 감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노오란 들국화도 갈색 빛 들판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 연신 푸른 하늘에 손 인사를 건넸다.
노란 탱자처럼 은행나무도 노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들판에선 겨울작물 양파를 정식하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삐 움직였다.
금방 왔던 무안의 가을은 또 금방 떠나려 겨울 앞에 서 있다.
서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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