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리즈 5

 

최근에 (사)일로품바보존회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 공동으로 펴낸「무안일로 각설이ㆍ품바 원형발굴 연구보고서」는 각석이ㆍ품바에 관하여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 유래에서부터 중장기 발전대안과 비전에 이르기까지 진일보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시책에 반영하여 꽃피워 갈 것인지가 과제이다.

무안군(일로읍 천사촌)을 품바타령의 발상지라고들 말한다. 그 까닭은 역사적 근거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각설이패들이 부르고 구전 되어온 길거리의 각설이 타령을 이고장 출신 김시라가 연극공연예술로 재창조하여 대중들에게 첫선을 보였던 곳이 무안군 일로읍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81년당시 시인이며 극작가인 김시라가 각색ㆍ연출하여 재창조된 연극품바(1대 품바 정규수)는 일로읍 공회단 공연을 시발로 국내외 4,000여회의 최장기 공연과 최다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대중적 공연예술로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연유에서 볼 때 품바타령은 각설이 타령과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품바라는 낱말이 처음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변강쇠 타령」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서「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이조말까지는「입장고」라는 말로 통용되었다. 그후 일제ㆍ해방ㆍ4공화국ㆍ그 이후 시절에 이르기까지「입방귀」라는 말로 널리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품바타령에 특별히 문화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까닭은 그 속에 시대의 풍자와 철학, 그리고 나눔과 사랑, 상생ㆍ봉사의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가난한 자 또는 소외된 자처럼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자들이 걸인행위를 했다. 그들은 부정으로 치부한 자, 아부ㆍ아첨으로 관직에 오른 자, 기회주의자, 매국노 같이 부패한 지배계층을 향해 그들의 문전에서「방귀나 처먹어라, 이 더러운 놈들아」라는 의미를 담아 입방귀를 뀌어 현실에 대한 한과 울분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또한 품바라는 의미에는 가진 게 없는 허(虛), 텅빈상태의 공(空), 득도의 겸허함이 담겨있고, 한자의 품(稟)자에서 연유되는「주다ㆍ받다」의 의미를 품고 있으며, 품앗이, 품삯 등에 쓰이는 품과도 연관이 있다는 설도 있다.

1981년 무안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32년간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웃음으로 풀어낸 김시라의 연극품바는 마당극과 무대극의 형식을 결합하여 만든 독창적인 공연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시라의 연극품바는「우리 모두가 결국은 공수래 공수거하는 거지다」라는 의미로 귀결되어 노래의 구절구절이 철학적이고, 해학적이며, 사회풍자적인 요소들로 넘쳐서 대중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연극임을 공감한다.

허나 무안품바는 김시라 연극품바의 발상지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오랜 세월 침체기를 걸어왔다. 3~4년 전부터 (사)일로품바보존회가 주축이 되고, 무안군의 지원하에서 전성기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진 것처럼 느껴진다. 무안군은 2013년「문화지원화 사업」시책으로 일로품바의 원형발굴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15년까지 1,230백만원(국비80%)을 지원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역사문화자원화, 전수 및 교육사업, 공연사업 등 18개 세부사업을 담아 의욕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 계획의 질적인 수준과 진실성에 대하여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소박한 생각으로 계획이 지향하는 목표가 선명해야 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적 실천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우선순위를 가려 원천적 기본이 되는 핵심과제를 선도사업으로 우선 집중육성하고, 단계적으로 그 성공의 파급효과에 힘입어서 다른 과업들도 연쇄적으로 실현되어 가도록 하는 견인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우선적으로 무안품바의 원형을 보존한다는 큰 틀을 두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공연예술을 재창조해내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지역적인 취약성을 극복하고 전성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일반화된 연극품바의 패턴을 뛰어넘는 차별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안품바가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어 흥행의 물꼬가 터질 때에는 우리가 계획한 목표이상으로 성공적인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임을 믿는다. 다음으로 무안품바가 지향하는 상징성을「사랑과 나눔ㆍ봉사」의 대명사로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 모델로 꼽히는 음성품바는「나눔과 사랑ㆍ복지」의 대명사로 그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거지성자로 추앙받는 최귀동 할아버지의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품고, 오웅진 신부가 세운 복지시설「꽃동네」가 연결되어 분명하게 복지의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극품바의 발상지임을 전국민들에게 각인시킬 홍보전략으로 드라마제작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품바의 유래가 담고 있는 역사성, 시대적 배경, 사회풍자와 철학, 사랑과 나눔, 서민대중의 삶과 애환의 메시지는 드라마적 소재로 손색이 없다. 서편제 영화의 성공사례가 교훈이 될 수 있다. 유수제작사와 손을 잡고 대중적 사랑을 받는 국민드라마로 성공할 경우 무안품바는 일거에 유명관광자원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무안품바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에 김시라가 거리의 각설이 타령인 민요를 공연예술로 승화시켰듯이 새로 거듭나는 재창조작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 품바가 품고 있는「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기본이념으로 삼아 소외되고, 외롭고, 고통받는 계층을 위로하고, 대변하는 봉사ㆍ복지의 대명사로 확고히 자리잡아가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새로 태어난 무안품바가 의식과 철학이 담긴 대중예술로서 우리 지역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고, 서남권을 대표하는 향토문화 자산으로써 굳건히 뿌리내려 가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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