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리즈 2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들 말한다. 문화가 세계인류의 문명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슬로건이 아닌가 싶다.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시대에는 삶의 질이나 여가선용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먹기 위해 산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했던 그 시대에 서민들 입장에서 문화는 한낱 사치스러운 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는 이제 보다 더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삶 가운데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문화는 산업과 결합되어 경제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추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신적ㆍ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물질문명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기능까지도 문화가 담당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지방차원에서도 문화의 기능이 주민들을 행복하게, 그리고 보다 더 인간답게 살게하고, 문화산업의 부흥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부응하여 무안군의 문화정책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역문화의 비전을 세우고 발전시켜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치단체장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념에 찬 열정이 필수적이다. 아쉽게도 무안군수의 금년도 신년사에서 밝힌 주요군정운영방향의 어느 대목에서도 문화정책을 특별히 강조하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무안군이 문화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자 할 경우 우선적으로 관심을 집중하여 추진해야 할 현안사항으로 다음 몇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무안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무안은 다른 지역과 뚜렷이 구별되는 무안고유의 문화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다. 다른 문화와 구별되면서도 누구에게나 편하게 이해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그것이 문화정체성이다. 문화정체성은 지역의 이미지요, 브랜드로도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우리고장의 전통문화를 발굴ㆍ복원ㆍ보전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문화유산은 우리 선조들의 삶과 예지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보배이자 문화자산이다. 다행스럽게도 무안은 한 개인의 자격으로 온갖 열정을 쏟아 수백개 마을단위의 유래를 조사하고 숨겨진 문화유산들을 발굴ㆍ정리하는 작업을 수년에 걸쳐 진행해 오고 있는 분이 있다. 특히 호남제일의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총지사터에 대한 조사연구 논문은 내용과 전문성면에서 이 부분에 관한한 가히 독보적이라 할 정도이다. 무안군 행정당국이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 성과물은 전통문화유산의 발굴ㆍ복원을 비롯하여 무안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산업을 일으켜 가는데 있어서 대단히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셋째, 발굴된 문화자산을 경제적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일이다.  총지사와 승달산 및 백운산에 얽힌 명당설ㆍ신비스러운 전설과 설화를 비롯하여, 품바의 고장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상황과 서민들의 한ㆍ사랑ㆍ희망을 얘기하는 메시지, 초의선사 탄생지와 관련하여 전통차 및 다도에 얽힌 역사이야기, 이런 것들을 스토리텔링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그것들을 소재로 소설ㆍ영화ㆍ드라마ㆍ만화 등을 제작하여 명승고적지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그 유명세를 바탕으로 캐릭터 산업 및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창조적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문화는 민간차원의 인재발굴을 통해 그 창의성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반주민들에 대한 문화적 인식 및 소양을 넓혀가는 일에서부터, 문화를 체험하고 문화적 향기를 즐기는 문화시민으로 거듭나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관이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관은 민간활동을 돕고, 동기부여와 여건을 만들어주는 지원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무안문화원의 경우 문화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을 겸비한 문화원장이 선출되었고, 회원수도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 지원예산은 예년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모순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지역에는 전통예술과 도예ㆍ음악ㆍ미술ㆍ문화ㆍ서예등에 소질이 있고, 조예가 깊으며, 문화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인적자원ㆍ예술동호모임ㆍ민간단체들이 있다. 그들의 창조적 역량을 이끌어내고,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들에게 기회를 넓혀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다섯째, 문화적 혜택이 주민생활의 저변에 스며들게 하고 문예창작활동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  금년에 국고지원사업으로 문화바우처 사업비 118백만원의 예산이 계상된 걸 봤다. 이 문화바우처를 잘만 활용한다면 주민의 여가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계층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해주며, 문화적 혜택을 저변에 스며들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본다. 문화예술의 창작활동을 촉진하고, 주민들의 숨겨진 소질을 개발하며, 문예활동에 대한 참여 분위기를 확산시켜 가기위해 창작 공모전과 경연프로그램, 그리고 예능 특기자에 대한 장학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도 적극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장기적으로는 도청소재지의 위상에 걸맞는 문화의 전당을 건립하고, 문화가 꽃피워지는 수준높은 문화도시의 면모를 만들어 갈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정책전략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더 많이 일하고 더 오래사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은 우리 삶의 청량제요, 윤활유요, 행복의 원천이며, 지역성장의 동력임을 통감하고, 문화에 대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꼭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시리즈는 다음주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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