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시리즈 10

농산물 수입개방의 확대와 농업인구의 감소 등 농업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정부의 처방적 정책이 영농의 규모화로 집약된다. 과연 이 영농 규모화의 방향이 한국형 농업에 꼭 적합한 것일까를 신중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쉽지 않다. 우리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적 환경이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격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 세계자유무역의 사조는 우리 농업을 더욱 어려운 궁지로 몰아가는 듯 보인다. 농업을 경제논리로만 바라볼 때에는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우리 생존의 근원이 되는 농업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농업을 감싸고 도는 보호정책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립기반을 구축하여 농업과 관련된 부담을 덜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나온 농업정책이 규모의 영농, 기업형 농업을 지향하는 농업구조 정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노령화가 지속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역량있는 농가가 일정부분 영농규모를 키워가는 것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다.

2011년 무안군 통계연보를 보면 5㏊이상을 경작하는 중·대 농가가 478가구이고, 경작규모가 30㏊ 이상이 되는 농가도 생겼다. 반면에 노령화된 농가와 소농들은 더욱더 영세성이 심화되어 농업도 점차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대가 변하고 농업을 둘러싼 주변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또한 영세한 여러 농가가 뭉쳐서 협동적 영농규모화를 추구하는 것이야 권장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물 흐르듯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또한 농민들끼리 협동에 의하여 영농구조가 변화되어 가는 것을 논할 수 없다해도 국가정책의 편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대규모단위의 기업농을 지향하고 대기업이 농업에 직접 뛰어들 여지를 만들어 준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한국형 농업구조에서 지나친 영농의 규모화는 능률성에서 다소 유리한 면이 있을지언정, 생산성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농업현장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일정수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영농과 기업형 농업을 지향하는 농업구조 정책을 보면서 염려되는 문제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자!

첫째, 영농규모화의 궁극적 지향점은 결국 대기업이 농업을 책임지는 농업구조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언젠가는 대기업이 농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농업의 주체가 농업인에서 기업체로 넘어간다는 의미도 된다. 자립역량이 부족한 대다수 농업인들은 대기업의 그늘 밑에서 소작농이나 농업노동자로 전락하여 현대판 지주제가 부활하는 것과 같아진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농업의 주인자리를 내 준 전업농업인들은 농촌에서 점차 그 수가 줄어들어 전형적인 농촌고을의 정서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국제적인 농산물 수급동향은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많다. 기후변동이나 천재지변에 의하여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거나, 국가간의 외교안보 및 경제환경의 변동에 따라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화되어 세계적인 농산물 수급파동이 덮칠 수 있다. 그런 비상사태가 발생될 경우 식량안보차원의 농산물 자급 대책이 국가경제정책의 핵심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고, 부가가치가 높아진 농업을 대기업이 상업적으로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가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공적 기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중앙정부가 의도적으로 민간기업들에게 일정부분 농업을 떠넘기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둘째, 영농의 규모화는 친환경적인 농사를 짓기가 힘들고, 영농비가 오히려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가족농이나 이웃간의 협동농업에 의한 적정규모의 영농은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사꾼의 혼과 땀과 정성이 담긴 장인정신이 베어있다. 그래서 믿음이 가는 친환경농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규모화된 기업농은 고임금을 받으면서도 정성이 부족한 도시근로자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농약이나 비료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영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농의 규모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다소 모순이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물론 쌀농사와 양파·마늘등의 농사는 전문농업인이 주인임을 전제로 했을 때 일정부분의 규모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농업구조의 변화에 대하여 수수방관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영농구조의 모델과 기준을 정립하고, 그것을 군정농업시책에 반영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농가당 영농규모가 변화되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대기업이 상업적으로 농업을 지배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물론 농산물의 유통과 소비촉진을 위해 가공산업 투자를 유치한다거나 기업과의 계약재배에 의하여 안정적인 판로개척을 촉진하는 일은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우선적으로 농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역량있는 후계농업인을 양성함으로써 그들이 농업의 주인이 되어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능력있는 농업인들을 주축으로 적정규모의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구축하여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는 영농구조를 정착시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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