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시리즈 9

▲ 무안신문 자문위원 강기삼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는 농산물의 종자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다소 생소하게 들린다.

「종자주권을 회복하자」, 「농업의 반도체 종자를 지키자」이런 말들이 부각되는 걸 보면 농산물의 종자문제가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 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인간이 먹지 않고서는 살수가 없다. 다시말해서 생명유지의 근본이「먹거리」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먹거리는 종자없이는 얻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 국내외 최대 종자회사로 꼽혔던 중앙종묘, 흥농종묘, 서울종묘 등이 외국기업에게 넘어가서 국내 종자시장의 70%를 다국적 기업들이 잠식한 상태라고 한다.

종자를 우리땅에서 우리가 길러낸다 해도 그 종자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외국기업에게 로얄티를 지급해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매년 화훼류, 채소류, 과일류, 특용작물의 종자만도 수백억대의 로얄티를 지급하고 있고, 계속 그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는 자료를 봤다. 만약 경쟁력 있는 국산 신품종을 개발하지 못할때는 매년 해외로 지급되는 로열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폭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종자시장은 430억불(약 43조원) 규모가 된다고 한다. 그중 미국의 몬산토, 일본의 사카다, 유럽등지의 세계 10대 다국적기업이 세계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몇 년전 기준으로 미국의 몬산토는 한해 수익이 5조원에 달하여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팔아 거두는 수익(당시기준 4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종자산업이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으며, 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차원에서도 「2020 종자산업 발전대책」을 정책으로 내세워 국산종자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업의 반도체 지키기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곳이 또 있다. 수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 지원센터가 그곳이다.

이 센터는 농업유전자 50만점을 보존하고 있으면서 국립식량과학원, 원예특작과학원,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민간기업등에게 종자개발용으로 「유전자원」을 분양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무안의 경우 이 종자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무안이 최대 주산지인 양파는 종자 대부분을 일본산에 의존하는 형편이고, 마늘은 남해에서 육종된 중국산을 농협이 들여와 보급하는 량이 대종을 이룬다. 콩은 자체 종자생산단지에서 1차 생산된 종자를 종자원에 보냈다가 정선된 보급종으로 되돌려받아 파종하는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무안의 주력농산물인 양퍄·마늘만 가지고도 연간 100억원이 넘는 종자대가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무안에 입지한 바이오에너지 작물센터, 농협, 서남부채소 농협, 일부영농조합 단위에서 종자보급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까지 접근하는데는 미약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무안군 행정당국이 자체적으로 종자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특별히 대책을 강구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종자문제와 관련하여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지금 농가들이 부담하고 있는 종자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종자파동이 몰고 올 충격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농산물의 종자문제는 식량안보와 직결되고, 우리 농업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토종종자가 없으면 종자를 수입해야 하고, 수입종자를 쓰면 로얄티를 물어야 한다. 종자주권을 가진 외국기업이 종자판매를 중단할 경우 식량위기로 몰리게 되어 있다. 우리는 70년대초 오일쇼크를 기억한다. 물값보다 싸다고 했던 석유값이 수백배 수천배 폭등하여 소수의 산유국들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종자권을 쥐고 있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담합하여 종자파동을 일으킬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먹거리 파동을 촉발시킬 수 있다.

그럴 때를 미리 대비해온 국가나 지역은 그 충격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하루속히 무안군 차원에서 「농산물 종자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단계별로 종자 주권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신품종 종자개발연구와 육종·보급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가칭 「농산물 종자센터」를 설립하고 운영지원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

관내 바이오작물센터, 대학, 농협, 노하우를 가진 농업인이 참여하는 「농산물 종자 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만들고, 국립 농업유전자 지원센터, 국립 종자원등과 긴밀한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토종 신품종이 개발될 때까지는 지금의 산발적인 종자도입과 보급 루트를 개선하여 종자센터로 하여금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종자육종 및 보급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양파·마늘·고구마 정도는 매년 외지에서 종자를 공급받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무안군 자체 육종·보급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농산물 종자센터 설립·운영에 필요한 시설·장비, 초기단계의 운영비등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받아내야 한다. 종자보급체제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을 때까지 소요되는 재원에 대해서는 기금조성과 무안군 예산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종자문제는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농가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을 넘어 미래에 닥칠 세계적인 종자파동에 대비하여 우리의 종자주권을 확보하자는 측면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여 하루속히 군정의 주요시책으로 대안이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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