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시리즈 8

전통적으로 농업은 그저 한해 풍년농사를 일구는 것 그 자체가 전부요 보람이었다. 풍년이 들면 인심도 후해졌고, 나라의 살림살이와 국민생활 안정에도 농업이 중추적 역할을 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가 산업사회가 진전되고 농산물수입개방이 가속화 되면서 유통 마케팅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산업까지를 한데 묶는 융·복합적 영농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농산물 가공산업의 성장은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만들어 주며,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한층 높여주는 기반이 되어 농업진흥에 있어서 견인적 역할을 담당한다. 잘 알다시피 최근 들어 국민대중의 식생활과 농산물 소비패턴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젊은층은 물론이요 중장년층까지도 독신가정이 늘고, 맞벌이부부 또한 증가되어 편의위주의 식생활이 트랜드가 되고 있다.

조리를 해먹는 것 보다는 가공된 농식품을 사서 간편하게 식사를 하거나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떼우는 가정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다시 말해서 가공식품에 의존하는 식생활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추장, 된장 같은 식재료 또는 식사대용 농식품뿐만 아니라 갖가지 건강식품·통조림·음료·주류·제과류에 이르기까지 농산품 가공산업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형성하면서 대기업들 마저도 그룹의 주력산업으로 삼을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농축산물 수입개방으로 외국 농산물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우리 농업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막대한 량의 농산물을 소비해 줬기 때문이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서 제 값을 받고 판다해도 영농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이익이 별로 없다.

농산물 가공산업은 그처럼 농업체산성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중앙정부의 농식품가공산업 육성정책의 기조를 봐도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기본목표를 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농업이 안고 있는 현실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농업을 미래의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켜 가기 위해 반드시 농산물가공산업 까지를 묶어 복합영농쪽으로 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복합영농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농산물가공산업에 대하여 초기단계의 시설 및 설비투자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술연구·포장·마케팅의 지원은 기본이고, 농산물의 수매가와 농가의 출하 시세간에 생기는 차액까지를 보전해 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무안군은 농산물가공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미미하여 이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사실자체도 모르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농산물 가공산업의 육성은 가공식품의 원재료를 공급하는 생산농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기능을 수행한다. 농산물 가공업체를 돈만 벌려고 하는 업자나 장사꾼정도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농업진흥을 위한 복합영농의 동반자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무안농산물의 가공산업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필자는 무안지역 내에서 가동되고 있는 농산물가공산업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아니 파악하고 말고를 얘기할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 정확하다. 농가개별단위 또는 영농법인등이 소규모적으로 된장·청국장·발효식품·절임식품·참기름·음료·라면·국수와 같은 양념류 또한 식재료 등을 생산하고, 산발적으로 양파즙을 내어 팔면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 자색고구마 음료, 연잎차, 양파음료 등을 생산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아직 영세성을 면치 못한 형편에 놓여 있다 해도 CEO들의 장인정신과 집념이 베어 있는 가공업체들이다. 앞으로 무안군은 농산물가공산업 육성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시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형별 협동단지로 집적화 한다거나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중소기업 또는 유통과 가공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농사업단(법인)을 집중지원하여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 지원전략이 효율적일 수 있다. 신규 창업프로젝트는 공모를 통해 유망업체를 선발하는 방식도 좋을 것이다.

기반구축단계의 시설 및 설비투자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되, 자립기반을 구축할때까지 지자체가 기술개발·포장·유통·브랜드·마케팅 등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해 주어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것은 유력한 가공기업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무안의 주력 농산물인 양파·마늘·고구마·콩·채소 등을 대량으로 소비해 줄 대기업을 끌어 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농산물의 일정물량 이상을 좋은 조건으로 기업이 수매해 주는 재배계약이라든가, 보성녹차·광양매실처럼 OEM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그런 것들이다. 어느 분야이든 명품 또는 성공신화 뒤에는 혼과 신뢰를 고집스럽게 담아내는 장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농산물가공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주체들의 장인정신이 먼저이고, 자력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을 지자체와 농협등이 매꿔주는 자조·협동의 시스템과 지원전략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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