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지원하는 각종 ‘선택과 집중’ 지원사업에 대한 반대말을 억지 대입하자면 ‘형평성’이 아닐까 싶다.

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해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성실 납세자들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으로 해석한다.

보조금 사업 행정의 ‘선택과 집중’을 특혜라고 지적하면 행정은 ‘형평성’논리로 사업 나눠주기로 선회한다. 또한 담당자가 바뀌거나 지원을 받는 사업자와 뜻이 맞지 않아도 형평성이 끼어 들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반복 과정을 바라보는 군민들은 행정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고들 말한다.

최근 전남도가 실시한 보조금 지원 특정감사결과를 두고 지역에서는 설왕설래다. 보조금 사업은 일명 ‘눈먼 돈’으로 정치권이나 행정에 인맥이 있어야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전남도가 지난 3월 28일 도내 16개 시군에 대한 농림사업 보조금 특정감사(2007년~2012년) 결과 발표에서 무안군은 이 기간동안 보조금을 받은 1,238농가 중 113농가(9.1%)가 중복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운기, 건조기 등 맞춤형 농기계는 1농가에 1대 공급이 원칙이지만 21농가에서 중복 지원받았고, 동일 세대 모자 지간에도 보조사업을 지원받았다. 또 농산물 소형 저온저장고 사업은 소규모 생산농가에 주도록 돼 있지만 자격이 없는 대상자가 받았는가 하면 보조금으로 구입한 수천만원 짜리 농기계가 중간에 사라지는 어이없는 일도 적발됐다.

특히, 보조금으로 지은 시설을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도 많아 사후관리도 미흡, 지금까지 추진돼온 각종 보조사업들이 총체적 부실 덩어리처럼 비쳐져 보조사업만 두고 보면 특정인에게 쏠림(선택과 집중)도 없지 않다. 보조사업 홍보가 안되면 행정과 문턱이 가까운 사람이 가져갔던 게 지금까지의 일반사이다. 심사숙고보다는 친분이 우선된 감도 없지 안았다.

하지만 중복지원도 한 사람에게 여러 사업을 지원했다 하여 모두 중복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육성을 위해서는 동일한 사람에게 같은 사업을 지원하면 중복이지만 사업명이 다른 지원까지 한 사람에게 갔다해서 중복으로 획일적 시각을 들이대면 행정이 하는 일 모두는 중복 지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보조사업이 개인의 자산을 증식시켜 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각종 대규모 지원사업들을 보면 개인재산을 부려주는 꼴이 허다했다.

이에 전남도는 중복·편중·특혜, 무자격 지원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농림사업 이력관리시스템’을 도입, 보조금 범위 내에서 선순위 담보권을 설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시설물은 시군과 사업자가 공동등기를 추진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조사업 비중을 점차 줄이고 융자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보조금으로 취득한 재산 임의처분 제한과 자부담금 계좌 예치 의무화도 강구 중이다.

보조금 사업과 관련해 해남군도 최근 보조금 중복지원을 막고 보조금으로 취득한 재산을 임의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해남군 보조금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보조 사업자 선정 기준을 신청자 중 최근 5년간 보조사업을 지원 받지 않았거나 보조사업 지원실적(건수, 금액)이 적은 자를 우선 선정해 농민들이 고루 보조사업 혜택을 받도록 했다. 또 보조금의 원래 교부 목적에 위배되게 사용하거나 양도·교환 또는 대여 담보 제공한 자 등에 대해서는 5년 동안 보조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현재 ‘무안군 보조금 관리조례’는 보조사업 자의 자격, 보조금 지급방법, 담보제공 금지 등 사후관리를 위한 조항만 있을 뿐 중복지원이나 담보제공을 막을 구체적인 방안은 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각지역에 방치돼 열심히 살아가는 농민들의 시각이 보조금 사업을 두고 끼리끼리 나눠 먹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대안 마련의 조례 개정과 사후 관리 철저로 보조금이 개인 자산 증식으로 사용된다는 불신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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