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 김용석 무안종합병원 정신과원장
“잠이 안와요. 누우면 눈만 멀뚱멀뚱... 누구는 누웠다하면 잠만 잘 잔다는데 나는 뜬 눈으로 날을 새기도 해요...”

정신과를 방문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불면을 이유로 방문한다. 예전에는 잘 잤었는데 나이 들어서인지 잠이 잘 안온다는 분, 자다가 금방 깨서 새벽에 힘들다는 분등 많은 분들이 잠 때문에 힘들어 한다.

사람은 얼마나 자야 할까요? 얼마나 자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대략 6~7시간정도 자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 정도 자고 난 후에 다음날 피곤함 없이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지극히 건강한 수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은 참 복받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분들 중에서도 정신과 의사인지라 자신의 문제를 꺼내는 분들이 꽤 있다. 그 중에서도 잠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은 다른 이유의 경우에서보다 쉽게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불면증이란 수면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잠을 못 자는 게 아니고 충분히 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게 불면증이다.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깬다든지, 너무 일찍 일어나거나,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데도 다음날 계속 졸린 경우를 모두 불면증이라 할 수 있다. 3시간밖에 안 잤어도 다음날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면 그건 불면증이라 할 수 없다. 질적이든지 양적이든지 부족한 수면 때문에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불면증이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 곳에 여행을 가서 시차 때문에 적응이 안 된다든지, 철길옆같은 시끄러운 환경이나, 배우자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또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음료수나 알코올 의존증도 불면을 초래한다. 특히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고 자는 경우는 당장 졸리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수면 후기에 자주 깨게 되므로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강박신경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이차적으로 불면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하지 불안 증후군, 천식, 갑상선 기능 항진증등의 내과적 질환과 관련된 불면도 있다.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특히 요충에 걸린 아이들이 항문이 가려워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원인으로 인해 잠을 못자는 걸 이차성 불면증이라고 하고, 불면증이 최소한 한 달 이상 계속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일차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20%정도는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많고, 나이가 들수록 불면증이 증가한다.

다른 질병으로 인해 불면증이 온 경우 그 질환을 치료하면 불면증이 개선될 수 있다. 원인을 모르는 일차성 불면증인 경우에도 수면위생을 개선하는 등의 비약물적인 방법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면이 지속된다면 가급적 짧게 약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수면위생에 대해 알아보면 여러 종류의 행동치료가 있다. 대표적인 게 ‘침대에선 잠만 잔다’는 전략이다.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걸 삼가고 일도 될 수 있으면 해선 안된다. 침대는 오직 잘 때만 올라간다. 침대에 누웠는데 20분이 지나도 잠이 안오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다른 곳에서 활동을 하다가 잠이 오면 그때 다시 침대로 와야 한다. 또한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아침에는 매일 일정한 시각에 잠을 깨는 습관도 중요하다. 낮잠은 되도록 피해야하며, 낮 시간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물에서 몸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 특히 늦은 시각에 과식이나 음주는 금물이다.

이렇듯 수면위생의 개선에 일차적으로 역점을 두어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 후의 약물 사용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다.

모두들 잠자는 고요한 밤에 나 홀로 깨어서 뒤척이는 것,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숙면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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