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늘 배고픔에 절여 살아야 했던 조상들이 가을 결실의 풍성함을 빗대 하는 말이다.

추석이 1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그러나 이번 추석은 오랜 경기 침체와 치솟는 물가, 최근 몰아친 세 차례의 태풍으로 넉넉함이 사라져 보인다. 이맘때면 시설위문 및 불우이웃에게 나누던 작은 나눔도 관공서 방문을 제외하면 부쩍 줄어 외로움이 커져 가는 모양이다.

지금 같다면 “올 한가위만 같지 말아 달라”는 소원을 빌어야 할 냉냉한 중추절 전의 풍경이다.

여기에는 태풍의 횡포가 컸다. 농민들은 올 여름 뜨거운 가뭄을 견뎌내면서 가꾼 농산물이 결실을 앞두고 최근 불어닥친 태풍 ‘볼라벤’과 ‘덴빈’‘산바’의 횡포로 쑥정이 가을을 맞게 됐다.

무안군 벼 농사 전체 식부면적(9,317ha) 중 30%(3,200ha)가 백수 등의 피해로 수확이 어려워 졌고, 남은 알곡도 제 가격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도 참깨(65ha), 고추(32ha) 등도 피해가 컸다.

과수농가도 배(40ha), 감(135ha) 등 190ha가 낙과 피해를 입었다. 더구나 가지 마저 부러져 내년 농사의 2차 피해도 불가피 한 실정이다. 축산농가 역시 소, 돼지 가격은 하락한 반면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기르면 기를수록 손해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수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농축수산업이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에서 그래도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농사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겨울 작물을 준비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눈물겹도록 안쓰럽다.

양파를 심어도 제 가격을 받을지 모른다. 올해처럼 겨울 기온이 따뜻하면 조생종 양파는 추대나 쌍구 발생으로 소득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농사도 하늘과 투기를 해야 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풍성한 가을, 직접 기른 농산물로 차례상을 올려야 하는 농민들이 농산물을 사먹는 소비자로 전락해 국적 불명의 농산물로 차례상을 올려야 하는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어려울수록 함께 나누면서 희망을 키워 냈다. 경기침체로 나눔이 어렵다면 가슴 속에서 피어 나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서로를 부둥켜 안는 중추절을 맞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각지역에 놓은 불우시설과 불우이웃, 그리고 소년소녀 가장에게도 관심을 버리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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