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신문 발행인
2003년 7월7일 창간 첫호를 내밀고 지령 300호가 2010년 3월10일 발행 됐습니다. 그리고 300호에서 400호 지령까지 2년 1개월이 흘렀고, 창간부터는 8년 9개월이 세월이 지났습니다.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면 그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문쟁이(발행인)로 9년여의 세월은 장인은커녕 되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마저 잃어가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처음 시작하던 때의 용기는 삭아 버렸고, 삭은 용기는 열정과 오기로 변질돼 있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합니다.

‘정론직필’문구를 창간 당시 표절하듯 앞세워 약자를 대변하고, 가장 향토적인 지역 신문을 만들어 군민 모두에게 인정받는 신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이었습니다.

기사란 상대성이 있어 모두를 아우를 수 없었고,‘정론직필’각오는 식상하게 오염되어 있는 감도 없지 않아 무색합니다.  

여기에 본디 경영은 뛰어나지 못해 신문사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넉넉한 보수조차 주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직원들의 퇴사를 지켜보면서 신문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람 관계라는 것도 오래 함께 묵을수록 느낍니다. 곧 직원과 경영자는 절대 한마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말입니다.

정보의 다양화로 높아 가는 군민의 눈높이와 질적 성장을 바라는 요구들은 많아지는데 반해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높이를 따라 잡지 못하면 기사가 정보가 아닌 한발 늦은 소식이 된다는 욕심에 푸념은 모두 직원에게 돌아갔고, 직원들의 불만은 응어리로 가슴에 남은 듯도 했습니다.

당연지사 종말은 퇴사로 이어졌고 다시 출발점에 서곤 하는 반복이 신문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물론 이들을 포용 못한 것은 모두 작은 제 그릇 탓 때문이겠지만요.

그러나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더불어 가라는 말을 알면서도 아직 채 삭지 않고 가슴 한켠에 남아 꿈틀대는 신문쟁이 욕심 때문에 닥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앞날의 험로를 예고합니다.

요즘 우리사회는 4,11총선 평가에 따른 야당의 네탓 공방의 식상함이 국민들을 공분(公憤)토록 하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해묵어 있던 학교폭력은 온통 학교가 폭력 집단의 군상처럼 보입니다.

원칙도 없고 소통도 없이 오직 1%의 기득권만을 위한 무대포 한국적 민주주의 정치에 푸념만 할 뿐입니다.

 FTA와 유가상승 등으로 독감에 걸린 농업과 경제가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해 서민들의 배고픔이 점점 깊어가는 데도 기성세대는 자각보다는 네탓만 합니다.

싸움과 싸움. 갈등과 갈등의 편가름 속에서 기생해 살아가는 입신주의자들의 꼼수를 알면서도 말입니다.

문득 2년전 입적한‘무소유’법정스님의 짧은 유언장‘남기는 말’과‘상좌들 보아라’의 글귀가 뒤적거려 집니다.‘남기는 말’중에는“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죽어서)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고 했고,‘상좌들 보아라’에서는“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가려 하니…(중략)” 이들 두 글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 동안 기사와 관련해 마찰도 오해도 많이 샀습니다. 지방선거, 총선, 보궐선거 때는 의지와 상관없이 편가르기를 당해도 보았습니다. 시군통합 찬반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상대성이 있어 당연한 시비이겠지만 소인배인지라 억울함에 분개도 했습니다. 그러나 평가는 자업자득 입니다.

최근 우리 지역은 7년 동안 장밋빛으로 이어 온 기업도시가 청산위기와 군의 운명을 좌우할 시군통합 문제가 또 불거져 찬반 소용돌이가 치고 있습니다. 진실은 사장되고 거짓과 허물이 난무합니다.

진정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묵묵부답하면서도 거짓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성이 있는 듯 싶습니다.

포용은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는 확률이 높다고들 합니다. 권력이란 본디 가족간에도 나눌수 없다고 합니다. 어렵게 얻은 권력을 누군들 나누고 싶겠습니까.

그러나 권력은 나누면 더 커지고, 생명도 오래 갑니다. 포용하는 정치지도자의 삶은 향기가 나게 돼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무소유’철학‘공수레공수거’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 봅니다. 소유를 통한 집착이 곧 괴로움이고, 나만 할수 있다는 욕심은 이 땅의 모든 싸움을 끌어 냅니다.

대학시절 국문학 강의에서 문장 뒤에 따라 붙는 단독보조사‘만’자가 없는 세상이 진정 아름다운 세상이다는 교수님의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너만’‘나만’‘우리만’‘그들만’‘만’자가 글귀 뒤에 붙으면 한정을 짓고 편을 나눕니다.

글을 쓰면서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는 신문, 사람냄새가 나는 신문, 무안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는 신문을 과히 약속하며 창간 10년의 성상의 세월을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부족함이 많음에도 애정을 여전히 보내 주시고 있는 애독자 분들과 군민들에 감사 드리며, 무안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무안신문」으로 키워 나가겠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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