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신화의 시대에는, 날씨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인 신의 변덕이었다. 때론 은총으로 때론 징벌로 나타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사람들은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신을 만들고 두려워하고 숭배했다.

크리스트교에서 이야기하는 노아의 홍수, 단군 신화에서 환웅을 도와 세상을 다스렸던 운사, 우사, 풍백의 이야기, 바람과 빗물이 된 반고의 한숨과 땀,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나타나는 제우스의 번개 등등 날씨와 얽힌 신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떨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인 7월 7일 칠석 저녁에 내리는 비는 경우직녀가 흘린 슬픔의 눈물이란 성화처럼 날씨는 많은 옛이야기의 좋은 소재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전과 제단을 만들고 제물을 바쳤다. 우리나라에도 단군 이래 많은 제단이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보전되고 있다.

그 가운데 오늘날 국가적인 체육 행사를 위해 성호를 채화하는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은 단군이 아버지 환웅에게 제사를 지낸 제단이다. 환웅은 날씨를 관장하는 세 신하 풍백, 운사, 우사를 거느리고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의 제천 의례는 국가적으로 풍년을 기원하거나 기우제, 기청제, 기설제 등 하늘에 원하는 날씨를 청하는 의식이었다. 특히 가뭄이 심해지면 동양에서는 왕이 정사를 잘못해 하늘이 천벌을 내린 것이라 하여 왕 스스로 몸을 정갈히 하고 식음을 폐한 채 하늘에 비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날씨를 간절한 염원에 의해 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 조선 시대에는 매년 5월초 열흘에 내리는 비를 태종우(太宗雨)라 하여 조선의 세 번째 왕인 태종이 배성들의 일을 안타까이 염려하여 저승에서 감응한 것이라 믿었다.

또한 황사와 같은 특이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이를 몹시 두려워했다. 옛사람들은 황사를 하늘이 화가 나서 비나 눈이 아닌 흙가루를 뿌린 것으로 믿었다.

신의 영역에 속했든 악마의 영역에 속했든 간에 옛날 사람에게 속수무책이었던 날씨 현상은 불가사의한 초자연적인 어떤 것으로 여겨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에 날씨를 청했고, 기상재해를 천벌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하늘은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 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매정하게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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