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19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10년째 전복양식을 해온 김재욱(54, 운남) 씨는 무안 전복양식의 창시자다.

“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다 인기가 있지만 특히 전복은 다시마만 먹는 건강식품 아니요?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라우. 특히, 봄철 수온이 빠르게 올라가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전복을 대규모로 양식하는 외지의 자본들이 무안지역에 눈독을 들일 정도란께요.

무안군의 어업면허 현황을 보다가 전복과 다시마가 양식된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먼 바다,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던 전복이 뻘 많은 무안에서도 생산된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주위 분들에게 물어 보아도 무안에서 전복이 양식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전복은 완도나 흑산도 같이 갯벌이 없는 곳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아니다. 갯벌이 있는 곳에서도 전복은 더욱 잘 성장한다. 오히려 갯벌 전복이 더 강점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인 논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경대 김용태 교수에 의하면“해수가 맑은 남해안의 경우 낮에는 전복이 먹이활동을 중단하고 어두운 밤에만 먹이 활동을 한다. 그러나 갯벌로 인해 해수 탁도가 높은 하의도 연안의 경우는 해수가 낮에도 탁하고 어두워 전복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먹이활동을 해 육질이 더 탄력 있고 맛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갯벌이 전복양식의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운남면 도원선착장 인근에서 10년째 전복양식을 해온 김재욱(54) 어촌계장은 무안 전복양식의 창시자다. 2000년 완도와 진도로 선진지 견학을 갔을 때 전복양식장에서 종패를 얻어왔다.

조심스럽게 비닐하우스와 가두리에서 양식을 시도했는데 잘 자라는 것을 보고 2002년 무안 최초로 전복양식 면허를 받았다. 김 어촌계장은 무안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한다.

“무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다 인기가 있지만 특히 전복은 다시마만 먹는 건강식품 아니요? 판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라우. 특히, 봄철 수온이 빠르게 올라가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전복을 대규모로 양식하는 외지의 자본들이 무안지역에 눈독을 들일 정도란께요.”

다만, 우리지역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와 미역이 연중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김 어촌계장은 3ha의 전복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며 10ha의 다시마 양식장을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생산된 다시마는 불과 7개월 분 사료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월부터 12월까지는 외부로부터 염장 다시마나 미역을 가져와 사용해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전복양식 규모를 키우고 싶어도 사료의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아 주저된다고 한다. 만약 안정된 사료만 확보된다면 현재 무안관내 2곳에서 6ha의 양식장만 운영되고 있는데 향후 그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전복은 예로부터 귀한 음식이었다. 전복의 살은 주로 회로 먹으며, 익히거나, 포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창자는 익혀 먹어도 좋고, 젓을 담아 먹어도 좋으며, 종기를 치료하는데도 효험이 있다. 다만 봄, 여름에는 창자에 독이 생기기 때문에 날로 먹는 것은 삼가야 하지만 가을, 겨울에는 독이 없어진다.

성체가 된 전복의 식성은 무척 왕성해 다시마가 눈에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전복 속살의 한쪽 끝에는 입이 열려 있는데, 입 안에는 해조류를 갉아 먹을 때 사용하는 줄 모양의 이빨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회로 먹을 때 이 부분은 꺼칠꺼칠해 제거하고 먹는다.

입은 다시 창자로 이어지는데, 삼각형의 두툼한 생식소가 이를 감싸고 있다. 이 생식소의 빛깔로 전복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짙은 녹색을 띠는 것이 암컷, 담황색을 띠는 것이 수컷이다.

정약전의「자산어보」에는 전복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쥐가 전복을 잡아먹으려고 납작 엎드려 있는 동안 전복이 쥐 등 위로 타고 올라가는 일이 있다. 그러면 쥐는 전복을 등에 진 채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쥐가 움직이면 전복이 더욱 찰싹 달라붙으므로 움직이는 도중에도 결코 떨어지는 일이 없다. 이때 조수가 밀려오면 쥐는 물에 빠져 죽기 마련이다. 이는 남에게 해를 입히려는 자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자연과학에 대한 설명 속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론을 지적하는 자산어보는 요즘 인문학 열풍에 맞춰 다시 한 번 정독해 보고 싶은 책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