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이라는 기상현상이 있다. 물론 ‘서리’와는 전혀 다른 현상으로, 얼음 기둥이나 서리 기둥이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이 커지는 것처럼 땅속에 있는 서릿발이 점차 커지면 땅 위나 심지어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까지 들어올린다. 그러다 추위가 풀리면 이 부분이 가라앉으면서 도로표면이 들뜨게 되어 커다란 웅덩이가 만들어진다. 결국 ‘서릿발’로 인해 도로 상태가 엉망이 됨으로써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릿발이 내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은, 기온이 약 -10 ℃, 지표 부근의 온도가 어는점 부근이고 토양수분이 약 30%, 토질은 모세관 현상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점토와 세사(細砂)가 적당히 혼합된 토양 등이다. 서릿발은 다음과 같은 과정에서 생긴다. 추운 겨울에 땅 표면 가까이 있는 수분들은 지면에서 모두 얼어붙는다. 이때 날씨가 더 추워지면 땅속 깊이 있는 수분까지 모세관 현상에 의해 지면 쪽으로 올라오면서 얼어붙게 된다. 그래서 맨 처음 얼었던 부분이 위쪽으로 밀어 올려지는 것이다. 얼음의 기둥은 거의 연직이며, 지름 2∼3㎜, 길이 수㎝ 정도 된다. 긴 것은 10㎝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서릿발이 심한 경우엔 집이나 담을 무너뜨리고 철도도 휘게 한다. 또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도로는 물론 집이나 담이 붕괴되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우리보다 추운 한 대 지방에서는 수십 년 묵은 고목이 서릿발 때문에 쓰러지기도 한다. 겨울철 농촌에서 보리밭을 밟아 주는 것은 모두 이 서릿발로 들뜬 지면을 눌러 줌으로써 보리가 잘 자라도록 해 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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