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종합병원정신과 이진 과장

▲ 이진 과장
평소에는 멀쩡했는데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거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런 치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러운 인지기능의 저하와 의식의 혼돈을 보일 경우는 치매보다는 섬망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섬망’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섬망은 광범위한 뇌조직 기능의 저하로 나타나는 인지기능의 손상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다양한 증상의 변동을 보인다. 섬망의 발생율은 10-15%이고 입원환자의 10%가 섬망을 경험하고 수술환자나 관상동맥 환자의 30%가 경험한다고 한다. 어느 연령층에서나 발병가능 하지만 특히 소아나 60세이후 노인에서 흔하다.

그럼 섬망은 왜 생길까? 이유는 다양한데 쉽게 말하자면 몸이 아프면 생긴다. 수술을 받거나 전신감염, 저산소증, 저혈당증, 전해질 불균형등 모든 질환이 섬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약물 남용이나 알콜의 금당증상으로 인한 섬망도 빈번하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의식의 혼탁이다. 이로 인해 주의 집중력, 그리고 지각장애가 생겨 착각, 환각등이 나타나 소위 말하는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를 한다. 또한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식은 땀을 흘리고 동공이 확장되는 등의 자율신경계증상도 동반된다. 이때는 언어 장애도 나타날 수 있으며 사고의 흐름이 체계가 없고 두서없는 말을 하게 된다. 지남력의 장애가 생겨 가까운 가족도 잘 알아보지 못하고 장소나 시간도 알지 못하게 된다. 불안, 불면, 악몽등과 같은 증상이 섬망 발생 수일 전에 나타나기도 한다.

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에서 흔하게 보이는데 이럴 경우 치매와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 섬망은 치매와 매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증상이 시작되는 속도와 의식의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치매의 경우는 만성적이고 서서히 발병하여 발병시점을 잘 알기 어렵지만 섬망은 급성으로 발병하므로 어느 시점부터 증상이 나타났는지 잘 알수 있다. 또한 치매는 의식의 혼탁과 같은 의식수준의 장애를 보이지 않고 각성 수준은 정상이며 대개 진행성으로 나타나고 점점 진행되어 황폐화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섬망은 흔히 경과가 가역적이고 전신상태가 호전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볼수 있다. 섬망은 증상이 급성으로 발병하여 수 시간 내지 수일간 지속되는데 어떤 경우는 수주간 지속되기도 한다.

섬망은 단일질환이 아니라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발병하기 쉽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가 심할 경우 신경안정제등의 약물이나 주사를 처방하기도 한다. 수액과 전해질의 균형, 적절한 영양 및 비타민의 공급이 도움이 된다. 대개는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좋으며 병실은 조용하고 편안해야 한다.

섬망은 감각자극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밤에도 약한 실내등을 켜두고 돌보는 사람이 일정하고 친숙한 사람이라면 환자가 자극을 받는 경우가 훨씬 덜하다. 또한 밤낮, 날짜, 장소, 상황 등을 환자가 수시로 알수 있도록 간병인이 알려주고 시계나 달력을 가까이 두고 볼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섬망에서 회복된 후 환자는 섬망 상태에서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정상으로 볼 수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치매증상으로 볼수는 없다.

무엇보다 섬망을 단순히 치매나 몸이 안 좋아서 헛것을 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데 섬망의 치사율은 10-15%정도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고 전신상태의 악화를 알리는 몸의 신호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