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의 지명(地名)은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지역 사람들에게 공동감정(共同感情)을 촉발하고 잉태시키며 만들어져 왔다. 때문에 우리나라 언덕·도로·하천·산 등의 지명은 그 자체로 선인들의 생활과 사상을 오늘에 전해 주는 기록물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지명에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지형과 역사 그리고 신앙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축되어 있어 지역의 혼(魂)이 깃들어 있는 무형의 유산이다.

최근 목포시가 옥암동 분동(分洞)을 추진하면서 신설 동(洞) 명칭을 무안군 남악리 명칭을 도용해‘남악동’으로 하는 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옥암동이 하당지구와 옥암지구로 생활권이 분리돼 옥암지구 주민들이 불편해 함에 따라 행정동을 신설하기 위함이란다. 하지만 문제는 인접 자치단체 무안군의 지명 남악(南岳)을 설문조사에 넣어 설문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목포시는 지번 주소체계가 도로명 주소로 전환됨에 따라 옥암지구에 남악 1로, 2로가 있기 때문에 남악동을 예시에 넣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명분이 약하다. 무안군은 지난 10일 서삼석 군수 명의로 정종득 목포시장에게 신설 동 명칭이 남악동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의견을 통보했다. 정영덕 도의원(무안2)도 11일 도의회에서 남악동 사용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삼향읍 이장단도 10일 목포시를 항의 방문해 남악동 명칭 철회를 요구할 만큼 군민들의 남악에 대한 애정은 깊다.

지난 2005년에도 전남도가 신도청 남악이전을 앞두고‘남악’이름을 도민이 공감하는 미래비전 함축 이름으로 검토하도록 하여 시상금을 걸고 명칭 공모에 들어갔다가 무산된바 있다. 당시 공모 마감결과 278명으로부터 모두 218건이 접수됐고, 이중‘남악’이름이 붙은 게 57명(37건)에 이를 만큼 남악지명의 선호가 높았다.

무안군민들도 당시 주민의사 무시 서명운동 전개 등 강하게 반대하여‘남악’이름을 지켜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남악은 서울에는 북악산 자락에 청와대가 자리잡고 있고, 남악에는 신도청이 들어서 향후 전남 중심 행정도시가 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남악(南岳, 오룡산의 남쪽에 위치한 마을)은 회룡마을(回龍, 풍수지리학적으로 용이 다시 돌아온다는 뜻), 신흥마을(新興, 새롭게 마을이 흥한다), 오룡마을(五龍, 오룡산에 다섯 마리 용이 한 개의 진주를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형국) 등으로 구성돼 있었을 만큼 풍수지리적으로 큰 뜻이 담겨 있다. 우리 조상들은 지명 대부분을 산과 연계해 이름지었고, 마을 지명 또한 동물 또는 새(길조)들과 연계해 만들었다.

어찌됐든‘남악(南岳)’은 삼향읍 남악리 지역의 고유명칭이다. 그리고 앞으로 남악 인구 증가에 따라 남악읍(남악동) 설치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인접 지역에 남악동이 생겨날 경우 주민 혼란과 민원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무안군의 삼향읍 남악출장소도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목포시가 추진 중인 분동을 빙자해 우리 고유 문화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본질적 가치를 무시하려고 할때는 그 저변에는 저의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천 년의 이름을 가져 온 지명을 하루아침에 이웃에서 사용한다면 역사적으로 도의적으로도 안 되는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지명이란 장소나 위치를 식별하기 위한 단순한 표지가 아니다. 지명에는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인식과 언어, 생활양식이 용해돼 있고, 그 토지에서 살아온 삶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때문에 지명은 자의적이거나 제멋대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불려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배경을 가지고 있다.

도청 이전 시너지효과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목포시는 더 이상 무안군민에게 상처 주는 행동은 삼가해야 한다. 분동을 추진한다면 옥암 1동, 2동…도 있고, 부주동도 있다. 그런데 구태여 왜 남악동이 꼭 필요한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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