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 ⑬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새해를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꽂기는 진번지(서렁기뻘)에가 많지라. 아따, 지금이 제철이제. (음력)오뉴월 꽂기는 노루괴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단께. 그란디 저 송장기는 안 묵어. 맛이 없응께”

“꽂기는 진번지(서렁기뻘)에가 많지라. 아따, 지금이 제철이제. (음력)오뉴월 꽂기는 노루괴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단께. 그란디 저 송장기는 안 묵어. 맛이 없응께”

지난 봄 ‘칠게’에 이어 이번 호에는 무안생태갯벌센터의 상징이자 무안을 대표하는 ‘농게’를 비롯해 세 종류의 게를 소개한다.

갯벌센터에서 바다헌장기념비를 바라보고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왼편으로 펄갯벌이 넓게 펼쳐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붉은색의 ‘꽂기’가 높은 밀도로 관찰된다. 오른편 모래가 많은 갯벌상부에는 흰색 혹은 누런 빛깔의 ‘송장기’가 관찰된다. 이 두 종 모두 한쪽 집게발이 유독 크고, 맞은편 집게발이 작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모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작은 집게발을 두 개 가지고 있는 게들도 많다.

마침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꽂기를 잡으러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 농게조림
“꽂기는 진번지(서렁기뻘)에가 많지라. 아따, 지금이 제철이제. (음력)오뉴월 꽂기는 노루괴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단께. 그란디 저 송장기는 안 묵어. 맛이 없응께”

해제 용산마을 주민들은 펄성분이 많아 폭폭 빠지는 갯벌을 ‘진번지’ 또는 ‘서렁기뻘’이라고 부른다. 같은 지역의 갯벌이라도 물이 자박자박 고여 있는 진번지가 있고, 육지와 가까운 곳에는 모래성분이 많고 약간 높은 등을 형성하는 곳도 있다. 갯벌을 형성하는 토사는 기본적으로 육지에서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갯벌 상부에 굵은 흙과 모래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주민들이 ‘꽂기’라고 부르는 종은 ‘농게’다. 이름 자체에 붉은 빛을 띤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반면 ‘송장기’ 혹은 ‘상여기’라고 부르는 종은 전체적으로 몸과 집게발이 흰색에 가깝고 약간 노란 빛을 띠고 있다. 이 종은 ‘흰발농게’다. 송장, 상여라는 이름은 희고 큰 집게발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송장(시체) 혹은 상여가 연상된 탓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농게는 양념과 함께 끓인 간장에 담았다가 꺼내 먹는데 여름철 밥맛이 없을 때 입맛을 되돌리는데 특효약이다. 오죽했으면 과거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노루고기에 비유한 이야기가 전해올까. 반면 불길한 이미지가 풍겨오는 흰발농게는 작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먹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민들에게 흰발농게가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생태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흰발농게의 개체수가 무안연안처럼 많은 곳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 흰발농게
농게와 흰발농게의 한쪽 집게발이 큰 것은 수컷이다. 암컷은 양쪽 모두 작은 집게발을 가지고 있다. 4월과 5월 번식기가 되면 농게의 붉은 색은 더욱 짙어진다. 혼인색을 띤 수컷들은 커다란 집게발을 높이 올리며 남성성을 강조하는 행동을 한다. 이것은 자신의 건강함을 과시하는 행동으로 주변의 암컷들에게 자신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면 집단체조를 관람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후손들을 남기기 위해 짝을 찾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생물종들의 번식본능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할 수 있다.

산란하는 암컷들의 행동을 보면 더욱 경이롭다. 암컷의 넓은 배딱지 안에 담긴 알들은 사리 때에 맞춰 방출된다. 사리는 보름달과 그믐달이 뜨는 날과 일치하는데 이때 조석의 차이가 가장 커 방출된 알들이 조수를 따라 멀리 흩어질 수 있다. 자신의 자식들이 더 먼 곳으로 이동해 자기와 경쟁하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 정착해 안정적으로 자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만이 자신의 종을 가장 효과적으로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이다.

무안지역을 대표하는 ‘게’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민꽃게’이다. 꽃게가 깊은 바다 속에 산다면 꽃게보다는 작은 민꽃게는 연안 돌 밑에서 주로 서식한다. 근처 마을 주민들이 굴 양식장으로 사용하는 돌이 있다면 살짝 들쳐서 민꽃게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한다. 바위에 붙은 굴 껍질에 손을 다칠 수 있고, 들춰진 돌 밑에서는 민꽃게가 두 집게발을 번쩍 쳐들고 일어나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장갑을 끼어야 한다. 다른 게들과는 달리 민꽃게의 집게는 큰데다 집게발이 어긋나 있어 만약 물리면 살이 찢어질 수 있다. 역시 육식을 하는 게답게 진화해 온 탓이다. 벌떡 일어나 공격을 가하는 생태적 특징을 반영한 것인지 지역주민들은 민꽃게를 ‘뻘떡기’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부른다. 꽃게와 함께 지역에서 사랑받는 게장의 재료이기도 하다.

▲ 흰발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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