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불볕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마나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고 열대야로 밤잠마저 설치니 만사가 짜증스럽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폭염도 갈수록 강하고 길어지면서 재앙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최근 펴낸‘기후변화 이해하기’책에 따르면 1912∼1921년 봄은 평균 3월17일에, 여름은 6월9일에 시작됐으나 2000∼2010년에는 봄의 시작은 3월6일로, 여름은 5월 29일로 각각 당겨져 요즘 날씨가 1910년대 대비 여름 시작 일이 11일 빨라졌고 여름이 19일 늘었다.

또한, 가을과 겨울 시작은 1912∼1920년에는 각각 9월20일과 11월29일이었지만 2000∼2010년은 9월28일과 12월5일로 나타나 겨울은 17일 짧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되면서 지난 99년(1912∼2010)의 기간 10년마다 한반도의 기온은 0.18도 상승했다. 당연히 무더울 수밖에 없고, 매년 고령화되는 실정을 감안하면 폭염은 이제 여름나기에 있어 노약자들에게 재앙으로 여겨 질만도 하다. 

실제로 지난 18일에는 충남지역에서 80대 여성이 밭과 논에서 일을 하다 열사병으로 2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우리 지역도 농어촌임을 감안할 때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들일을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노약자와 만성질환자는 폭염에 노출되면 사고 위험이 크다. 건강한 사람도 일사병 열경련으로 쓰러져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따라서 폭염시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불가피한 야외활동으로 일사병 증세가 오면 물을 많이 마시고, 즉시 시원한 곳을 찾아 쉬는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아울러 열대야로 잠을 설칠 경우 혈압이 상승하고, 수면시간이 3∼4시간 이하면 혈압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잠을 너무 많이 자도 혈압발병률이 높다고 하니 잠은 5∼7시간이 적당하고 가급적 더위를 참기보다는 샤워를 자주 해주는 게 낫다고 한다. 또한, 수면 관리를 위해선 방안 온도를 바깥 온도보다 5도 정도 낮게, 습도를 50∼60%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폭염 대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모든 119구조대에 폭염 관련 필수 구급장비를 갖추고 출동 대기토록 했고 노약자·홀로사는 노인을 위한 방문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선 기관에서도 이제는 폭염이 홍수나 태풍 못지 않은 심각한 자연재해라는 인식을 갖고 체계적이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에어컨을 비롯해 더위를 피할 방법도 많지만, 독거노인을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은 여름나기가 힘들다는 것에 역점을 두고 몇 갑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개개인들이 슬기롭게 극복하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이웃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폭염을 이겨내는 슬기로운 방법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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