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⑫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새해를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염전은 아름다운 경관을 넘어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전의 결정지에서 바다로 방류되는 곳에는 플랑크톤이 대거 흘러드는데 이로 인해 연근해 어획량이 늘어난다.

염전은 아름다운 경관을 넘어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전의 결정지에서 바다로 방류되는 곳에는 플랑크톤이 대거 흘러드는데 이로 인해 연근해 어획량이 늘어난다.

무안군에는 해제 만풍리와 석용리, 운남 내리에 78㏊, 25개소의 염전이 운영중이다. 20여명의 염업자가 해마다 약 7,000톤의 천일염을 생산한다. 염전은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는데, 올해는 날이 좋아 평년 이상의 생산량이 예상되고 있다.

무안의 생산량은 전국 최대의 천일염 산지인 신안군(염전면적: 2,450㏊, 생산량 25만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품질 좋은 소금을 생산하는 것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 염전과 천일염은 생태적, 문화적으로 소중한 유산이다.
드넓은 만풍염전에 들어서면 낡은 소금창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띤다. 영화세트장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목조창고가 신기하기만 하다. 바닷물을 담아 가둔 저수지에서 바닷물을 끌어들여받는 곳은 소금창고 반대편이다. 한번 양수기를 통해 염전 위에 올라온 바닷물은 증발지인 난치, 누치를 거쳐 결정지까지 자연스럽게 낮게 흐르며 염도를 높여간다. 바닷물의 염도는 평균 3.4%이다. 이 염도가 25% 이상까지 높아져야 물리적으로 소금결정체가 만들어진다. 이때부터는 오로지 햇빛과 바람만이 소금을 만들 수 있다. 최종 결정지에서 대패질을 하면 함수는 곧 소금결정체로 자기 몸을 바꾼다. 이것이 천일염을 만드는 비밀이다.

물과 소금은 인간의 인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공교롭게도 바닷물의 구성성분은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바닷물을 이용해 만든 천일염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불린다.

국내에서 천일염이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1997년 7월 소금이 수입자유화 되면서부터다. 이후 정부는 수입 소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며 2005년까지 폐전하는 염전업자들에게 특별지원을 하게 된다. 이른바 폐전정책을 장려해 왔다.

다행히 2007년「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2008년 3월부터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천일염이 식품이 아니었다면 무엇이였을까?  이전까지 천일염은 식품이 아니고 광물이었다. 그러므로 가공식품에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즉, 과자를 만들거나 된장, 고추장을 만들 때 정제염만 사용해야 했다. 정제염이란 공장에서 만들어진 99.9%의 염화나트륨(NaCl) 덩어리다. 하지만 천일염은 약 85%정도만 염화나트륨이고 나머지 15%는 마그네슘, 요오드 등 각종 천연 미네랄로 채워져 있다. 이 때문에 천일염은 무조건 짜거나 쓴 맛이 나지 않고 다양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제염에서는 염화나트륨을 제외한 어떠한 미네랄도 불순물로 여긴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다.

그럼 과연 정제염으로 우리의 전통음식인 된장을 만들 수 있을까? 대표적인 슬로우푸드인 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들 때 정제염을 사용하면 발효가 되지 않아 상품가치가 전혀 없다. 순창고추장 제조자들은 밖에 전시용으로만 정제염을 쌓아 두고 천일염을 이용해 전통을 이어오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 세계적 환경운동가 폴 콜먼 부부가 2008년 만풍염전을 찾았다.
KBS 김광진 기자가 만든 다큐를 보면 정제염을 바닷물의 염도에 맞게 녹인 수조와 천일염을 녹인 수조에 똑같은 바닷물고기를 넣었는데 정제염을 넣은 수조에 물고기가 모두 죽는 장면을 보았다. 미네랄이 없는 물은 이처럼 바닷물고기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소금이 고혈압과 직결된다는 오해도 천일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양의학에서 정제염을 가지고 고혈압과의 관계를 실험한 사례를 기계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현대 의학계의 맹점이다. 인간의 몸에 필수적인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천일염은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미미할 뿐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천일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30㎏ 한 포대의 현지가격이 6∼7천원이었는데, 사고 이후 소금 값이 3만원 이상까지 폭등한바 있다. 이제는 진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수준의 2배 수준으로 안정화되었다. 이제야 천일염의 가치가 새롭게 인정된 셈이다.

염전은 아름다운 경관을 넘어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전의 결정지에서 바다로 방류되는 곳에는 플랑크톤이 대거 흘러드는데 이로 인해 연근해 어획량이 늘어난다. 이미 프랑스 게랑드 지역에서 1970년대 초반 염전을 메워 리조트를 만들었을 때 인근 해양의 어획고가 크게 떨어진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얕은 수심을 유지하는 염전의 특성상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되기 직전 군산 옥구염전이 국내 최대의 도요물떼새 관찰지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만조가 되어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될 때 염전은 매우 요긴하게 활용된다. 물론, 새들이 염전에 드나든다고 해서 소금생산에 방해가 되거나 소금이 오염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염부에게 물새들은 그저 나그네로만 받아들여진다. 추수 직전의 참새떼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 밖에도 염전은 소금문화의 중심지로서도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무안연안을 찾는 방문객들이 무안생태갯벌센터와 더불어 인근 염전에 들러 독특한 경관을 즐기고, 천일염 생산체험도 해 보고, 직접 구매해 갈 수 있다면 염전은 또 다른 매력적인 장소로 사랑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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