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소설가)

지역신문의 위기라는 얘기는 어제 오늘 비롯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안신문이 창간 8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비바람 눈보라를 이겨온 먼 산등성이의 큰소 나무처럼 의연해보인다. 지역 언론환경이 열악하지만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정보를 가공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유용한 반려자가 된 것은 무안신문의 자랑이며, 이는 알찬 정보 제공 때문에 얻은 결실일 것이다.

알다시피 농촌경기 침체와 제한적인 광고시장, 수용자(독자)의 소극적 태도, 그리고 활자매체보다 방송에 뉴스 접촉의 빈도수가 높은 현실 앞에서 지역언론이 뿌리를 내리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지역신문의 위기는 사주, 언론인, 수용자 중 수용자의 방관 측면이 큰데 이들이 왜 지역신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 제작 방향은 옳은가, 마케팅전략은 잘되고 있는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도시에서 발행되는 전통적인 지방일간지와 서울에서 배달되는 종합일간지가 난립하고 있는 현실은 지역신문이 활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덫이 되고 있다. 지역신문 제작의 방향이나 기사의 질 등이 세련된 중앙 일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 신자유시장의 한 형태로 약육강식이 그대로 신문시장에도 적용돼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역신문이 활로를 찾기 어려운 환경 속에 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신문용지 가격이 계속 인상되고, 앞으로도 더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구독료 인상 대신 토요일자 발행을 중단하는 일부 지역신문사도 있다. 인건비 지출, 경상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신문사를 유지하는 자체가 기적처럼 보인다.

정보란 국민의 재산이다. 즉 공공재인 것이다. 신문사는 국민의 공공재를 가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준공공기관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라면을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농심라면과 같은 회사와는 근본적으로 그 개념이 다르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중앙 언론사마저 사익 추구를 위해 정파적 논조를 마다하지 않고, 돈되는 것이라면 부도덕한 기업체 사장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정부 및 공공기관의 광고를 따내느라 비판기사는 아예 외면되고 있다. 기획성 기사, 홍보성 기사의 난립을 보면 언론이 얼마나 생존에 허덕이고 있나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니 정론의 가치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대변해야 할 언론의 역할이 포기된 지 오래다. 지역언론의 사정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구의 경우, 정론의 가치에 충실히 복속하는 매체에 한해 중앙지든 지방지든(엄밀한 의미에서 중앙지 개념은 없다) 판매부수나 영향력에 따라 제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정보가 국민의 재산이고,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공재를 다루는 언론의 재정이 취약하다면 이에 대한 지원은 하나의 의무로서 당연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지역신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주민 계도 예산과 같은 정상적 지원방법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지역공동체가 안고 있는 공적 문제 해결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정론의 가치에 충실히 따르는 매체라는 기준을 설정해 지원해주는 것은 일종의 소비자 운동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시민단체와 수용자의 연대를 통한 대응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수용자의 참여와 개입이 보장되는 공공저널리즘 역할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적 토론의 광장으로서 지역신문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은 주민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의제를 설정하고, 수용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본다. 수용자는 방관자나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로 언론의 일부분을 담당한다. 아울러 수용자는 내 고장 매체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신문도 상품인만큼 애향적 소비자가 선호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전달과 현실에 맞는 논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언론 현실에서 논조의 일방주입, 또는 일방통행식의 일간지 전성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 알다시피 수많은 인터넷매체가 등장하면서 생산자(언론사)와 소비자(독자)가 실시간으로 쌍방통행의 제작 컨셉을 도입하고 있다. 수용자가 신문제작과 소비의 중심에 서있도록 주민의 참여 유도, 지역공동체의 네트워크화, 언론 제작 방향의 변화 등을 시도하면 새로운 언론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공공저널리즘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풀뿌리 지방자치, 참여적 시민사회, 쌍방통행적 언론풍토 등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간 신문업계에‘독자’는 있어도‘고객’은 없었다. 신문업계가 독자라고 불렀던 이들은 이제 일방적으로 신문기사를 수용하는 독자로만 있지 않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DMB, 위성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고 이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펼쳐온 마케팅에 익숙해 있다. 이제 독자들을‘고객’으로 대우하고 관계의 깊이를 도모해야 한다.

지역언론사들의 어려움은‘마케팅’에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신문이라는 사회적 지위상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언론계 상황은 과거처럼 전통적인 신문기업의 경영방식으로는 어떤 신문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지역언론은 언론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층을 형성하고 있고, 앞으로 이 지층의 취약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경력
△해제면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석사),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동아일보 문화부차장 여론독자부차장, 문화일보 문화부장 체육부장 특집부장 사회2부장, 서울신문 수석편집부국장 통일문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역임.
△현재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협력홍보팀 전문위원
□주요저서
△소설집「틈만 나면 자살하는 남자」(책나라),「밑천」(문학아카데미), 「비껴앉은 남자」(신원문화사), △장편소설「초록빛 파도」(아사달의꽃),「저 미망을 향하여」(아사달의꽃) △인물평전「이계홍의 휴먼스토리」(모아드림),「울밑에 선 봉선화-홍난파 평전」(우석출판사),「장군이 된 이등병-최갑석 장군 이야기」(화남출판사),「빨간 마후라 하늘에 등불을 켜고-전 공군참모총장 장지량 장군 이야기」(이미지북) 외
□ 수상경력
△월간문학 신인상(소설) △동국문학상 △일붕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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