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국민애환 품은 보래수매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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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국민애환 품은 보래수매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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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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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도 안 먹는 세상에 보리밥을 누가 먹느냐는 세상이다. 그 만큼 보리는 우리 국민들의 식단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돼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태어나 자란 40대 이상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보리밥이라도 한번 배부르게 먹어봤으면 하는 배고픔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5-6월 누렇게 익은 보리를 베어 뒤집어 말리기를 몇 번, 그리고 탈곡 할 때면 보리 꺼스레기는 더운 날씨에 꽤나 힘든 추억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보리밥 한번 배불리 먹어보지 못했던 것은 보리가 넉넉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물며 그 이전‘보릿고개’넘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우리 부모들의 시대 보리의 가치는 익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큼 민족의 대표적인 식량이었고 민족의 애환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1972년 녹색혁명으로 통일벼가 보급되고, 쌀의 자급자족이 이뤄지면서 우리네 밥상은 하얀 쌀밥이 오르는 행복한 시절이 됐다. 자연히 꺼칠한 보리는 사양길을 걸었고, 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 체결에 따른 농산물 개방, 급기야 2007년부터 정부가 수매를 줄이고 가격도 매년 낮추면서 보리재배 포기를 유도해 올해를 끝으로 수매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48년 양곡매입법 제정 이후 64년 만이다.

물론 수매제 폐지가 당장 발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당시 2011년까지만 보리 수매제를 운영한다는 발표를 했다. 당시 소비는 매년 주는데 농산물 시장개방, 보리 소비량 감소, 보리 생산 과잉 등으로 보리 재고량이 처치 곤란하다는 게 폐지 이유였다.

통계 수치로도 1970년 연간 국민 1인당 보리 소비량은 38㎏였지만 1980년 13㎏로, 2008년엔 1.1㎏으로 줄었다. 당연히 안정적 소득이 안됐고, 정부는 2006년부터 매년 수매량을 줄였고, 수매가격 역시 하락 시켜 오면서 대안으로 타작목 전환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막상 보리수매제 폐지가 된다고 하자 농민들은 서운함이 앞선다.

겨울 식량작물로 병해충에 강하고 영농비가 많이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6월 영농철 목돈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었다. 이제 그 같은 몫돈 챙기기가 어렵게 됐다. 특히,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우리 농업 역사에서 벼농사가 대세를 이루기까지 주축 식량이었는데 농촌 들녘에서 사라진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하지만 농가들이 대안 작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남도가 지난해부터 타작목 전환 시 100㏊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조사료용 보리와 밀 재배를 유도했지만 소득이 시원찮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고 보면 당장 작목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부는 수매제 폐지에 따른 농민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가 조직화를 통한 생산자단체에 계약 재배 자금 지원, 저장시설 현대화 자금 지원, 가공제품 개발을 통한 소비 확대 등과 같은 민간 유통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기적 대안에는 미흡하다. 2005년 폐지한 쌀 추곡수매제 폐지 대안으로 당시 쌀 소득보전직불제를 내놓고도 수확기 쌀값 폭락에 따른 후유증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물론 보리가 과잉생산 될 우려는 적다. 하지만 보리재배를 포기한 농민들은 타작목 전환을 못 찾고 특정 작목으로 몰릴 경우 공급이 넘쳐 가격폭락 도미노 현상도 대비해야 하는 정부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보리는 지난 2007년 15만톤이 사료용으로 처분했을 정도로 수요가 없는 작물이 됐다. 당장은 우리의 주식에서 멀어져 있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요즘 웰빙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데 머지 않아 보리밥을 먹고 싶을 땐 외국산 보리밥을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경쟁력이 없고 소득보전이 안되도록 하여 포기토록 만드는 정책보다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수매제는 폐지됐지만 다양한 직간접 지원책으로 일정량 보리재배는 유지토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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